[칼럼] 이런 세무조사요원을 보고 싶다
- 냉혈 같은 국세청 세무조사 오뉴월에도 오금 저리지만
조사요원의 바른 행동거지는 납세자를 되레 감동시켜…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6-12-01 10: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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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특별조사반은 대검찰청 옛 중앙수사부라는 명성에 걸맞게 위세가 대단했다. 그 곳 한 간부는 조사단계에서부터 마무리까지의 업무처리가 매우 깔끔하다는 평을 들었다. 엄청난 세액을 추징당한 납세자들도 그 앞에서는 별 잡음 없이 순응을 했다. 납세자 설득에 관한 한 ‘신의 한 수’였다. 뒤처리도 남달랐다.
그는 추징세액을 납부한 납세자에겐 어김없이 사신(私信)을 띄었다. “귀하의 납세가 국가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며,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병(病)주고 약(藥)주는 것 같았지만, 그 편지 한 장이 그 납세자에겐 작은 자긍심을 갖게 했나보다. 세모(歲暮)엔 서로가 연하장을 주고받았으니까. 이 장본인은 지금도 원로 세무사로서 세정가 현장을 뛰고 있다.
수도권의 어느 중소기업이 관할 지방청으로부터 정기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경영 상태는 건실하지만 사내 공간이 꽤나 협소했던 이 회사는 궁여지책으로 사무실 한 귀퉁이를 칸막이로 급조, 조사공무원들에게 사무적 공간을 제공한다.
이 회사 사장님, 처음에는 조사요원들에게 불편한 좌석을 제공한 것이 마음에 쓰여 행여 ‘괘씸죄’(?) 걸릴까 겁도 났으나 날이 거듭되면서 자신의 모자란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더라고 했다. 당해 기업에 대해 종합적인 세무진단까지 자상하게 해주는 ‘조사팀’들의 배려에 더 없는 고마움을 느끼면서, 국세행정의 장래를 읽었다고 감격해 했다.
결국 회계처리상 잘 못된 부분에 대해 상당액의 추징세금이 나왔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의미에서 기꺼이 세금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노라고 했다. 조사공무원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납세자를 대할 경우 일차적으로는 그 직원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세행정,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감사하게 된다.
지금은 국세행정의 기조가 납세서비스와 세무조사라는 양대 축으로 운영됨으로서 이젠 보통 납세자마저도 세무조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실감한지 오래다.
납세자에겐 오뉴월에도 오금이 저리다는 세무조사이기에 그 대상선정은 신중에 신중이 요구되는 세상이다. 한번 스쳤다 하면 큰 자국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매 맞아야 할 임자를 제대로 골라내야 납세권(圈)으로부터도 공감을 얻는다.
상대적으로 성실한 납세자가 국세청이 휘두른 무분별한 조사의 칼날에 나가떨어진다면 조사행정의 불신을 논하기에 앞서 하나의 세정폭력이 된다. 이젠 납세자들도 자연 조사행정 패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할 만큼의 식견(?)이 붙어 있다. 조사행정이 납세자들에게 속을 뵈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 정도다.
얼마전 감사원이 내놓은 ‘세무조사 실태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과세당국의 세무조사권이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선정 분야’의 경우 정기 세무조사대상 선정 후 1년 이내(불가피한 경우 다음 연도 말까지)에 착수・종결하여야 함에도, 조사 지연으로 차기 선정에서 제외되는 불합리가 발생하는가 하면, 일선 세무서 등에서 중복조사 해당 여부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하는 등 총 35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국세청장 등에게 징계 및 시정을 요구하거나 보완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의 ‘세무조사 실태운영’ 감사보고서를 통해 조사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바야흐로 조사행정의 투명화가 보다 강요받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납세자들은 겉치레 서비스 보다는 세심(稅心)을 보듬을 줄 아는 ‘진솔한 세정’을 더 원하고 있다. 특히나 조사행정 분야에 있어서는 백 마디 천 마디의 ‘요란한 구호’ 보다는 납세자 권익을 소중히 여기는 묵묵한 세정을 소망하고 있다.
최소한 국세기본법에 명시된 납세자 권익이 훼손되지 않는 그런 조사행정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조사행정의 권위를 세우면서 납세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세무조사요원이 새삼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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