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 납세자의 날에 납세자권리를 생각한다"
- 한국납세자연맹 제56회 납세자의 날에 즈음 성명서 발표
-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22-03-03 07: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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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납세자연맹 성명서]
"3월3일 납세자의 날에 납세자권리를 생각한다"
매년 3월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이날 정부는 나라 살림의 재원을 위해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부의 조성과 분배다. 분배는 세금을 징수하고 예산이 지출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치인에게 세금에 관한 지식이 필수적인 이유다.
‘납세자의 날’에 실감하듯, 한국에서 세금 담론은 ‘납세 의무‘에 집중돼 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납세의무’만 가르친다. 납세자의 권리를 가르치는 학교는 찾아 볼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성실납세의 댓가로 주어지는 ’납세자 권리‘란 무엇인가?
첫째, 모든 소득에 공정하게 과세하라고 요구할 권리다. ‘공정한 과세’는 공정한 세제와 공정한 세무행정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과 이자·배당·부동산소득에 대해 치밀하게 과세하면서 1억원의 주식양도차익에는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월 1391만원의 대통령연금에 대해 전액 비과세하는 소득세법도 납세자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공정한 세제를 갖췄다면 국세청이 규칙위반자인 탈세자를 잘 적발해야 한다. 세무조사는 ‘성실납세자에게 다른 사람도 세금을 잘 내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과정’이다. 법 집행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모든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공정하게 세금 내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납세자에게는 세금을 횡령하지 못하도록 반드시 영수증 첨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도록 하는 특수활동비 예산이 납세자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유다.
셋째,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세금으로 고용한 모든 공무원들의 연봉과 공무원연금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이 알권리가 보장돼야 헌법상 평등의 정신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공무원의 기본급만 공개하고 직종별·직급별·호봉별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도, 헌법도 무색한 상황이다.
넷째, 예산 집행내역에 대한 공문서에 접근해 부패를 감사할 권리도 중요한 납세자 권리의 하나다. 모든 국민은 공무원이 언제, 누구와, 왜 밥을 먹었는지, 영수증을 정확히 첨부했는지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 모든 공무원이 직무상 내린 결정의 내용과 그 이유를 확인할 권리도 당연히 납세자의 권리에 속한다.
민주국가의 당연한 납세자권리이지만, 한국의 납세자들은 이런 권리 자체가 생소하다. 보장받는 것은 고사하고 자라면서 들어본 적조차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직 ‘납세의 의무’만 또렷히 기억할 뿐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국민의 세금을 영수증 없이 사용하고도 아무런 부끄러움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불투명한 국정운영에 맞서 촛불을 든 민심이 창출한 문재인 정부 역시 법원의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 판결을 뭉개고 항소했다.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기면 영원히 묻히는 방식을 택한 것은 촛불민심에 물러난 전임 박근혜 대통령과 하등 다를바가 없다. 한국이 온전히 민주주의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예산집행내역에 대해 낱낱이 공개하라는 정보공개법의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국민이 제때, 제대로 공문서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컴퓨터만 돌리면 바로 나오는 공무원의 직종별·직급별 연봉을 비공개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생각과 달리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비밀스럽고 거대한 거대특권집단의 작은 한 부분“이 된다. 공무원중에서 가장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불과한다는 것이다.
관료제 국가에서 납세 의무만 강요당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 백성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공무원이 ’국민의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군림자’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큰돈을 벌 가망은 없지만 의미 있고 유용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직업이 아니라 큰 돈을 버는 직업인 나라가 됐다.
이런 나라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다.
대선후보들의 납세자권리에 대한 인식을 보면 한심함을 넘어 참담하다.
세금의 공정성에 대한 개념도 없이 비과세를 주장하는 후보, 영수증 없는 특수활동비 예산을 수십억 사용하고도 아무런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후보, 소득세가 없었던 19세기 영국 헨리 조지의 부동산세금이 만고의 진리로 여기는 후보도 있다.
부동산세금은 전가될 수 있다는 경제원리도 모르는 후보, 국가 부채는 공짜가 아니고 미래의 세금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후보, 세금은 부자만 아니고 모든 국민이 자기 몫을 부담하는 것인데 부자만 내는 것으로 호도하는 후보가 상식적인 대선후보로 당당히 나서고 있다.
세금은 굿은 날을 위해 나와 공동체를 위해 저축하는 것으로 사회 통합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부자와 빈자 사이에 갈등을 조장해 표를 얻으려는 후보도 있다.
한국 납세자의 눈에 비친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납세자의 권리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점은 한국 납세자들의 불운이다. 각당 대선후보들이 대통령선거를 불과 6일 앞둔 올해 ‘납세자의 날’만큼은 부디 납세자의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기대가 무망하게 끝난다면, 차기 정부도 진정한 민주정부라고 볼 수 없다.
2022.3.2.
한국납세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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