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은 화폐전쟁이다…내우외환의 한국경제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03-20 12: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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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일견에서는 1997년의 외환위기에 견주어 말하기도 한다. 2017년은 낙관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즈음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한 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는 어디서부터 난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희망에 찬장미빛 청사진들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일견에서는 1997년의 외환위기에 견주어 말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2017년은 낙관보다 걱정이 앞선다.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율, 본격적으로 시작될 구조조정과 실업문제, 가계부채 폭탄, 수출감소 등 경제적 난관들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국 혼란과 대선으로 인한 이전투구는 대한민국을 짙은 스모그로 덮을 것 같다.


그렇다고 바깥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돈키호테 같은 광폭행보로 세계를 들쑤시고 기인 같은 언행을 일삼으며 힘자랑을 하고 있다. 환율전쟁의 서막이 울린 가운데 우리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환경 역시 녹녹치가 않다. 유럽도 남부 국가들의 재정문제가 재발할 기미가 보이고 탄탄한 것처럼 보였던 독일조차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적인 조치를 취한지도 어느 덧 1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그 많은 노력들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릇된 진단에서 나온 처방이 신통치 않을 수밖에 없다. 이즈음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한 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는 어디서부터 난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경제위기의 본질은 과잉유동성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경제위기가 금융부문으로 확대되고 유럽의 재정위기로 번지면서 실물경제가 장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양적완화도 부족하여 이론상으로 있을 수 없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수단까지 동원해서 돈을 푸는 데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 것일까?

 

미국은 그 원인을 중국의 인위적인 환율조작에서 비롯된 불공정 무역 탓으로 여기고 트럼프는 취임일성으로 가장 먼저 중국에 환율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런데 과연 미국의 경제문제가 그처럼 다른 나라 탓일까? 그렇지 않다. 진정한 원인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 달러가 가진 딜레마에 있다. 좀 멀리 보자.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는 과잉생산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게 되었다. 부족한 소비처를 찾기 위해 열강들은 식민지 쟁탈전에 나섰고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켰으며 때로는 경제공황이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도 하였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에는 대규모의 전쟁이 어려워지자 유동성을 무한히 공급함으로써 넘치는 돈으로 과소비를 유도하기 시작하였다. 현금과 수많은 종류의 유사통화가 급팽창하였고 그 힘으로 소비를 확장시켜 과잉생산을 해소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고 자본주의경제는 이후에도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여전히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달러의 남발
유동성의 힘으로 경제문제를 풀려고 한 이후 달러는 세계경제의 엔진이 된다.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이 달러를 금의 사슬에서 풀어버린 후 돈의 가치가 단지 종이에 인쇄된 숫자가 되면서 유동성은 더욱 폭발적으로 팽창하였다. 달러의 발권국인 미국은 윤전기가 과열되도록 종이 돈을 인쇄해서 세계에 뿌리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소비하면서 기축통화국의 특권을 마음껏 휘둘렀다.


반면에 다른 국가들은 땀 흘려 만든 상품들을 미국에 주고 그 대가로 종이돈을 받아와 저축하고 다시 그것을 미국에 빌려주었다. 이처럼 미국은 근면성실한 국가들의 저축을 빌려다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누려왔던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했다는 것은 중국과 일본 국민의 저축을 미국이 그만큼 가져다 썼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미국은 국채를 갚지 않는다. 갚고 싶어도 영원히 갚을 수가 없는 구조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노력해도 더 빠른 속도로 급증하는 국채 잔고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더 많은 달러를 찍어내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운명이다.


화폐전쟁
작금의 환율전쟁은 사실 화폐전쟁이다. 화폐가치는 곧 국가의 힘을 상징한다. 교과서에서는 자국의 화폐가치가 떨어져야 수출이 잘되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그것은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논리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자국 화폐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것이 살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죽느냐 사느냐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간 지속된 달러의 남발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유럽이 1991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합심해서 유로화를 만들었고, 이제는 덩치가 커진 중국도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어 달러에 대항하려고 한다.

  

박일렬 강남대 경제세무

학과 교수

여기에 엔화와 파운드 역시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작금의 세계는 모든 국가에서 윤전기가 과열되도록 화폐를 찍어내고 있는데 그 많은 돈을 세계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여기에 있다.

 
화폐의 군웅할거 시대는 곧 달러의 영토가 그만큼 잠식당한다는 말과 같다. 유로의 탄생과 다른 국가들의 성장으로 미국 달러의 수요처들이 사라졌고 이는 일순간 달러의 극심한 초과공급을 초래했다.


미국은 넘치는 달러를 금융파생상품이라는 거대한 유동성 스펀지를 만들어 흡수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부채와 인플레이션으로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스펀지에 유동성이 가득 차서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자 금융위기가 터졌던 것이다. 금융위기가 오면 넘치던 유동성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유동성이란 것이 신용(채무)를 바탕으로 한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오면 유동성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금융위기의 원인은 달러의 초과공급이다. 이처럼 화폐전쟁 과정에서 과잉유동성이 범람해서 위기가 닥친 것인데 여기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금의 정책이 효과가 있을까? 없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약물 중독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금단현상이 나타나자 더 많은 약물을 투여한 꼴이다. 이러한 처방은 고통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킬 뿐이고 경제는 더 큰 위기를 잉태한다.


경제위기는 강자에게는 더 많은 부를 축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나 약자에게는 그나마 있던 조그만 자산도 잃고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기가 된다. 그리고 가난한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 정책은 오히려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뿐이다. <글/박일렬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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