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냐, 지속이냐” …‘전자신고세액공제’ 공방의 끝은
- 세무사계 반대 서명운동 지속-여전히 시한폭탄
세무사회 “시혜적 지원조치 아닌 당국이 부담할 실비보전적 업무대행 비용” - 나홍선 기자 | hsna@joseplus.com | 입력 2018-03-12 16:46:09
정부의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 축소 내지는 폐지 방침이 일단 단계적 축소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7개 세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 부처협의 등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시행령에 따르면 △2019년~2020년까지 2년 동안 세무사들의 공제 한도는 연간 300만 원, 세무·회계법인의 공제한도는 연간 750만 원으로 축소되며,△2021년부터는 당초 정부안 대로 연 200만 원, 연 500만 원으로 각각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2019년 1월1일부터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한국세무사회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전회원이 참여하는 세액공제 축소 반대 탄원
서명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세무사업계의 반대운동은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일단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지만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전회원들의 뜻이 담긴 서명이 마무리되면, 전자신고세액공제의 축소는 물론 폐지 자체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일자리창출 재원과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비과세축소와 조세감면축소를 추진하면서 그 일환으로 세무사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추진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당국은 이 제도가 100%에 접근할 만큼 정착됐다는 이유로 공제 폭의 축소 내지는 폐지방침을 천명하고 있으나, 세무사업계는 전자세액공제가 이 제도 정착을 위한 일시적·시혜적 지원조치가 아닌 점을 내세우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전자신고세
액공제가 과세당국에서 부담해야 할 행정인력비용과 제반 비용을 세무사가 전담함으로써 발생되는 종사 직원의 인건비,교육비, 전산인프라 운용비 등 투입비용에 대한 실비보전적 업무대행비용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2016년 법인세 전자신고 비율은 98.8%로 2015년에 비해 0.2%p 상승하여 거의 100%에 근접하고 있다. 원천세 전자신고 비율도 99.3%로서, 대부분의 원천세가 전자신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종합소득세 전자신고 비율은 95.2%, 부가가치세 전자신고 비율은 91.6%로 주요 세목 중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는 지난 2004년 도입된 제도로서 도입 당시 세무사에게 연 100만 원의 세
액공제를 허용하다가 다음해 세무법인에 대해서는 연간 300만 원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2008년에는 건당 1만 원을 2만 원으로 세액공제를 인상하고 세무법인은 연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했다. 2012년에는 세무사에게 연 400만 원 세무법인은 연 1000만 원으로 확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확충을 위한 비과세-감면 축소 정책을 표방하면서 지난 2013년 8월 전자세액공제에 대한 폐지를 검토하기에 이른다.
정부는 현재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세수충당 꺼리를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행 세제상 인센
티브 부문을 면밀히 검토, 웬만한 것은 국고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나, 납세협력비용 절감방안도 이 같은 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당국과 세무사업계가 나름의 첨예한 논리를 펴고 있다. 먼저 세무사들은 묻고 있다.
세제·세정당국이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나, 납세협력비용 절감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이 두 가지 부문에 대해 ‘비용효과 분석’을 해봤냐는 질문이다.
결론적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조세제도의 정착을 위한 일시적·시혜적 지원 조치가 아니라 과세당국에서 부담해야 할 행정인력비용과 제반 비용을 세무사가 전담함으로써 발생되는 종사직원의 인건비,교육비, 전산인프라 운용비 등 투입비용에 대한 실비보전적 업무대행비용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정을 감안, 오히려 2013년도 이후 시급인상률 및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한 세액공제 한
도를 상향 조정하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012년 2월, 세액공제 한도액을 증액한 이래 약 6년간 이를 동결시켜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전자신고 세액공제가 일시적·시혜적 지원조치가 아닌, 과세당국이 부담해야 할 실비 보전적
업무대행비용을 세무사들이 감당해옴으로써 이 제도가 정착되기에 이르렀음을 강조, 이 제도의 지속적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세제· 세정당국의 폐지 논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국세당국의 전산시스템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당사자들이 세무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무사들이 국세청 전산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그들의 고유업무 수행에 효율성을 한층 높였다는 것이다. 전산시스템의 활용도를 살펴봐도 우선, △세금계산서 발행 및 수취자료 △신용카드 관련자료 △연말정산 관련자료 등을 이용함으로써 세무사가 누리는 업무의 효율성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이다.
“만약 세무사들이 ‘전자신고’를 마다하고 ‘페이퍼신고’를 고집한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라는 물
음에, “만약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세무사의 업무는 배(倍)이상 늘어날 것이며, 자료의 정확성도 담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로 되받아 치고 있다. 여기에는 세무사도 큰 수혜자라는 인식이 묻어 있다.
실은 국세의 전자신고는 일대 혁명과도 같다. 국세청의 전자신고제도가 없었다면 국세당국도 같
은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세무사의 업무 또한 엄청난 ‘품’이 든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예전, 우체국 마감시간이 지나면 중앙우체국으로 뛰고, 신고막바지에는 퀵서비스를 동원하고, 신고한 내용의 수정사항이 있으면 수정신고서를 작성하는 등 번거로웠던 과거를 떠올리면 그 혼란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전자신고는 당국과 세무사업계간에 어느 한쪽이 희생되고 어느 한쪽이 혜택을 누리자는 제도가 아
니다. 국세청과 세무대리인들이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납세자들의 납세편의 도모를 기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세무사업계도 이제, 전자신고제도가 납세자 편의제도로 정착되었다면, 누구의 공과나 혜택을 따지기 전에, 큰 틀에서 보람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세무사로서의 위상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일이다.
합리적인 논리라면 모르되 세제-세정당국을 설득하지 못하는 터에 탄원서만으로 국회에서 개정안
을 ‘보이콧’할 수 있을까. 우리네 납세환경에서 ‘세정협조자’들을 외면하고 ‘나 홀로 세정’을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스런 일이 아니지만, 조세전문가 집단인 세무사업계 역시 수익 측면만을 내다보는 것 같은 행동도 집단 이기주의로 오해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차라리 이 기회에 조세전문인 집단으로써 긴 안목의 통 큰 비전을 제시해 줬으면 싶다. 납세자들
이 불편을 겪는, 현행 세제상 비정상적인 문제의 부분들을 찾아내 ‘세제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도 조세전문인 집단으로써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국민의 납세의식 함양에 당국과 보조를 같이하는 조세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야 한다. 세무사는 사업자이기에 앞서 ‘준(準) 공적 직업인’이라는 어느 관료의 말엔 많은 함축이 담겨 있다. 세무사업계가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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