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민 납세 순응도(順應度)의 역설

우리네 국세행정 키워드는 ’따듯한 세정‘인데
국민납세의식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연구결과는
조세행정의 정책수단 전반적 개선 필요론 시사
납세순응 유도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조성돼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4-03-11 07: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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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는가"

 20여 년전, 어느 학술단체 세미나에서는 국민의 납세순응행위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과 정책 제언이 쏟아져 참석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발표자로 나선 조세전문가 한 분은 우리나라 세무조사 선정 비율과 벌과금 수준이 납세자들의 납세순응행위를 유도하기에는 너무 낮다면서 보다 강한 '페널티'를 요구했다탈세규모가 국제간을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고 또한 납세순응수준이 점차 감소해 가는 실태를 볼 때 조세행정의 정책수단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민의 납세 순응도(順應度)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정의 강도(强度)‘를 높여야 한다는 논지였다. 

 

올해 국세행정의 키워드는 따듯한 세정이다. 민생경제 안정과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세정지원 및 공정과세 실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민생 회복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사 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14,000여 건 이하로 운영하고, 중소영세납세자에 대한 조사는 원칙적으로 자제할 예정이다. 연도별 조사규모 역시 ’1916,008’2014,190’2114,454’2214,174’2313,992건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사행정 역시 공정한 세무조사와 세원관리로 자유 시장경제를 뒷받침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납세자보호담당관의 세무조사 감독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국선세무대리인 지원 대상을 중소 개인납세자에서 영세법인까지 확대했다. 납세자권익보호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제58회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우리 국민들의 납세의식이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우려가 된다. ‘국민 납세의식 조사결과, 납세가 국민의 기본 의무이기에 부과된 만큼 세금 낸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이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전국 17도시에 거주하는 만 25~64세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민들은 세금 납부 시 드는 생각을 묻는 말에 국민의 기본의무이기 때문에 전부 낸다고 응답한 사람이 지난 2012년 조사에서 64.8%를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6.3%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나 눈에 띠는 대목은, 국민 납세의식은 일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나 지인(知人)들의 납세의식이 높다고 인식할수록 자신의 납세의식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조세전문가들의 입을 빌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불성실 납세행위에 대한 페널티가 가히 메가톤 급이다. 납세도의심이 월등하다는 선진 국민들도 실은, 그 나라의 '엄한 벌'이 두려워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감불생심 탈세는 꿈도 못 꾼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법이 무섭다기보다는 사회주변의 ''이 더 두려워서다. 법 이전에 사회정서가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웃집 탈세혐의자(?)를 고발하는 그들이다. 준법정신이 강한 다수의 국민이 존재하기에 일부의 혼탁 층() 마저 순화되는 사회적 순기능이 도도히 흐르고 있음이다. 여기에 제반 제도와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가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국세행정은 권위와 신뢰가 생명이다. 그래야 납세 질서 유지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세정의 구현에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납세순응 역시도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선결돼야 한다. 때문에 국세행정은 너무 차가워서도 안 되겠지만, 따뜻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납세순응을 유도키 위해서는 아무래도 따듯한 세정보다는 따끔한(?) 세정이 제격이 아닌가 싶다. 국민 납세 순응도(順應度)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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