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세정의 정치적 중립’ 국세청장이 감당할 수 있나

세정의 정치적 중립 훼손 자는 바로 정권
뚝심 좋은 국세청장도 정권發엔 맥 못 춰
“과거 정치적 논란 세무조사 평가 하겠다”
한승희 청장 메시지는 누굴 향한 걸가…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8-21 08: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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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승희 국세청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연일 언론을 타고 있다. 한 청장은 지난 17일 소집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전임 청장들이 감히 꺼내지 못했던 ‘세정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세정의 정치적 중립성만큼은 철저히 지켜지도록 청장 자신부터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겠다면서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임을 또렸이 밝혔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세정집행이 일선 현장까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소명의식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정진해 주기를 배석한 관리자들에게 주문했다.

 

실은 국세당국은 과거 전력들로 인해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일반 납세자에게는 한여름에도 오금이 시릴 정도의 추상같은 세무조사권을 발동하면서도, 권력형 비리로 터져 나오는 무수한 납세성역의 현장을 보면서 많은 납세국민들은 실망을 했다. 조사대상 기업 선정에 있어서도 어떤 다른 고려가 가미된 듯한 뉘앙스를 줌으로서 납세자의 인식이 비딱하게 굳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도 납세국민 대부분이 과거 시각으로 국세행정을 보는, 원초적 그늘이 남아있다.


균공애민(均貢愛民-‘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의 ‘트레이드마크’인 전임 임환수 국세청장도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이 세무조사 카드를 휘두르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국세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국세당국은 외부에 압력을 넣기 위한 세무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주요 언론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 세무조사 협박을 했다는 의혹을 연일 쏟아냈다. 모 그룹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직접 만나 K스포츠 재단에 대한 70억~80억원 추가 지원과 대가로 세무조사 편의를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된 사실도 뉴스를 탔다. 국세당국이 최순실 ‘국정 농단’ 유탄(?)을 맞아 이런 저런 구설수를 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납세권(圈)은 세정중립을 선언한 한승희 국세청장의 메시지에 일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뚝심 좋다는 전임 청장들도 일련의 정권발(發) ‘외풍(外風)’(?)에는 맥을 못 춘 사례를 적잖이 봐 왔기 때문이다. 바람도 불기 전에 알아서 드러눕는 국세청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국세행정 총수라면 굴절세정을 스스로 자초하는 자 없었을 테다.

 

때문에 세정의 정치적 중립은 국세청장의 다짐이 아닌, 정권에서의 보장이 없는 한 기대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는 국세청장의 세정 중립성 강조도 좋다마는 세정 외풍(外風)이 아닌, 내풍(內風)에 보다 관심을 기우려 줄 것을 요망하고 있다. 국세청장 소관업무에 보다 신경을 써 달라는 호소로 들린다.

 

다름 아닌 세무조사 시 납세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주문하고 있다. 조사공무원들은 조사현장에 나오면 철저한 ‘슈퍼 갑’이 된다. 이러니 그들 눈에 납세자가 납세자로 보일 리 만무하다. 한낱 ‘을‘로 보일 뿐이다. ‘세무조사 절차 준수’ 운운 따위는 사치스런 용어라는 것이다.

 

세무처리에 흠결이 없으면 격려와 함께 깨끗이 돌아서는 ‘쿨 한 세정’을 보고 싶어 하지만 이는 아직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때로는 보존기간이 경과한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바람에 납세자들 울화가 치민다는 얘기다. 조사기간 설정에 있어서도 비합리적인 사례가 적잖이 들려온다. 조사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조사기간은 최소한의 기간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상식을 초월하는 사례들이 자주 일어난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세정 외풍은 타의에 의해 불어오지만 세정 내풍 해결은 전적으로 한승희 청장 몫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의 ‘세정의 정치적 중립’ 선언은 납세국민 내지는 우리사회를 향한 다짐이라기보다 정치권에 보내는 메시지로 들린다.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온 장본인은 국세청장이 아닌, 바로 정권발(發)임을 납세국민들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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