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명퇴자들…그들은 枯葉인가 푸른 낙엽인가
- 국세청 고위직 인사패턴 이대로 괜찮나
세정여건 어려울수록 숙련된 人材 필요
인사 숨통위해 조진-조퇴 불가피하지만
고위직 승진만은 ‘人才와 人材’ 분별을…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07-02 08: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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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형 / 본지 회장 |
세정가의 법정정년은 마(魔)의 벽(壁)이 된지 오래지만, 수십 성상 국세행정에 기여해온 숙련공들이 해마다 무리지어 떠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쉬운 감이 든다. 아직은 쓸 만한 고급인력들이 고엽 아닌, 푸른 낙엽이 되어 나뒹군다. 한 때는 세정의 중추인력인 6급 직원들의 명예퇴진마저도 아쉬워했는데, 이젠 공무원 사회의 “꽃‘이라 일컫는 1급 마저 제대로 꽃 한번 피우지 못한 체 낙엽이 되어 조직에서 떨어져 나간다.
세정가 사람들은 이 같은 인사패턴을 마치 스포츠 게임 보듯 관전평만 해댄다.”아무개가 물러날 줄 알았는데 예상외“라는 등 흥미위주의 뒷얘기만 토해낼 뿐, 정작 조직안정성을 염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너무나 표피적인 안목이자, 고급인력의 경시풍조가 만연됐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사례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세청 1급 3명이 동시 퇴진을 했다. 엊그제 서대원 국세청 차장, 김희철 서울, 김한년 부산국세청장이 명예퇴임식을 갖고 정든 세정가와 작별했다. ’명예스런 퇴직‘에 걸맞지 않게 이들의 퇴임식은 아주 짧고 조촐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수십 성상 정들었던 국세청과 아듀를 고했다. 그 현장에 ’명예‘라는 수식어는 공허하기만 했다. 이 자리에 임명 된지 1년여 만에, ‘명퇴제’라는 몹쓸(?) 전통이 이들을 떠민 것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 내 1급 4명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새얼굴로 채워진다. 승진을 앞둔 당사자들은 내심 꿈에 부풀겠지만, 그들도 그리 머지않은 날, 선배들의 오늘처럼 후진들에게 그 자리를 내 줘야 한다. 인사 숨통위한 조진(早進)-조퇴(早退)의 악순환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세정여건은 녹녹치 않은데 어느 한 구석이 휭하니 비어가는 느낌이다.
승진대상자는 넘쳐나고 ‘자리’는 한정되고, 인사책임자의 고뇌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경륜이 풍부한 인재(人材)들에 대한 가치관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풍조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아까운 숙련인력들이 행정의 노하우를 후진들에게 전수해줄 기회도 없이 해마다 명퇴라는 이름하에 세정가를 떠난다. 임자는 많고 갈 자리는 한정되다보니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여러 사람으로 쪼개 앉히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인사운영이 되풀이 되고 있음이다. 1급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쌓아온 실무적 경륜을 외면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국세청 조직 내에는 유난히 인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세청 고위직에 오를 인물은 인재(人才)로만은 부족하다. 국세행정은 기술행정이기에 오랜 세월 그 ‘한 올‘의 행간 속에 축적된 행정의 노련미가 더욱 요구되는 분야이다. 그러기에 ‘재주가 놀라운’ 인재(人才)와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人材)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행정의 노련미가 겸비 될수록 좋은 재목이다. 이런 인물을 승진대상자로 삼는 것이 조기 용퇴한 선배들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특히나 지방청장들의 단기 수명은 그들이 지역 세정책임자란 점에서 납세권(圈)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현지 상공인들은 지방청장의 존재감을 그다지 못 느낀다. 지역사정에 겨우 눈이 뜨일 즈음이면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 지역세정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은커녕 지역현황 챙길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은 소귀에 경 읽기다. 지방청장들이 던지는 메시지 한 구절에 지역 납세자들이 귀를 쫑긋 했던 시절도 있었다만, 이젠 ‘지방청 따로, 지역 납세자 따로’ 간다. 시대변화라고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뭔가 마음에 걸린다.
물론 조직의 활력을 위해 인사의 순환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고급인력의 동시 다발적 퇴진은 조직의 안정성 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기에 작금의 국세청 고위직인사는 아무리 '손익계산’을 튀겨 봐도 손(損)이 큰 것 같다. 재목다운 재목들이 국세행정 수장(首長)까지 오르고 모든 노하우를 후진들에게 전수,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인사운용은 정녕 답이 없는 것인가. 철지난 감상에, 과한 기대인줄 뻔히 알면서 또 한 번 넋두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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