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모범납세자’ 우대방안, 이제 ‘아듀’를…

국세청, 모범납세자 매년 사후검증 한다는데
이젠 모범·보통 구분할 명분도 희미해 가고
‘선택과 집중’ 현행 세정기조는 불공평 야기
이참에 균형세정으로 세정사각지대 없앴으면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04-10 08: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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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모범납세자관리규정을 일부 고쳐(행정예고-4.9~4.28), 이들에 대해 매년 ‘사후관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최대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지만, 앞으로는 그런 혜택이 사실상 유야무야(?) 된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국세청이 선정한 모범납세자 가운데 일부의 일탈행위가 적잖이 물의를 빚자 연1회 이들에 대한 ‘사후검증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최대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 받는 혜택주기(週期)도 축소된다. 국무총리 표창 이상의 정부 표창(포상)을 수상한 납세자에게는 선정 일부터 2년간, 그 이외의 납세자에게는 선정 일부터 1년간 각종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그 밖에 징수유예, 납기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 시 담보면제 우대혜택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국세청 개청 다음해인 1967년, 국민의 성실납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건전한 납세의식 고양을 위해 매년 3월 3일을 ’세금의 날(지금의 납세자의 날)‘로 선포했다. 제정 초기 세금의 날 행사는 그 규모나 분위기 면에서 가히 납세국민의 잔칫날다웠다. 우선은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은 물론 수상자의 자긍심 또한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아마도 4회 때 까지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함으로써 납세자라면 누구나가 그 수상대열에 끼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우리네 납세환경이 극히 취약했던 시절이다.

 

당시 과세자료 현실화 율은 고작 30%선을 오르내렸다. 이처럼 우리사회에 소득탈루 행위가 만연했던 시절, 납세자들에 있어 세율은 별로 신경 쓸 대상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소득을 쥐꼬리만큼 노출시켰으니 세율이 아무리 높은들 담세(擔稅)에는 문제가 안됐다. 당시 조세전문가들은 이런 납세환경을 두고 우리 세율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세율체계가 납세자들의 소득탈루를 전제로 책정된 ‘거품 세율’이라고 비꼬았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 그 세율 체제하에서 사업자들의 소득이 상식선까지 노출됐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살아남을 장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 비해 작금의 국세행정은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다. TIS(국세청 통합전산망)라는 전산위용에 과세망은 촘촘하게 짜여있으며, 조사행정은 한 치의 소득탈루도 용납 않으려 한다. 이처럼 세정환경이 바뀜으로서 요즘 납세자들은 스스로 보다는 타율(?)에 의해 모범대열에 합류되고 있는 셈이다. 모범납세자 수상에 대한 욕구도 옛만 같지 못하다. 때론 일선관서에서 대상자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납세기업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할 풍경이다. 우리네 세정환경이나 납세풍토가 그만큼 변했다는 반증이다. 국세행정 패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래서 나온다.

 

작금의 국세행정은 ‘선택과 집중’에 기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적잖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대받을 자격 없는 상당수 납세자들이 영세납세자라는 이유로 세정의 손길을 잊고 산다. 결론적으로 이런 세정운용은 세정의 사각지대를 만든다. 세무대리업계에 따르면 세무상 무풍지대가 의외로 많아 기업들의 긴장감이 풀어질 대로 풀려 있다. 세무조사의 '조(調)'자도 의식치 못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자연 세무처리를 대충대충 하려는 심리가 만연됨으로써, 기업들이 향후 국세청의 실제 세무조사가 닥쳤을 경우 엄청난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기간 무풍지대에서 안주하다보니 세정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회사가 영원한 세무성역(聖域)에 있는 양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조사인력을 주로 영양가(?)있는 대기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많은 소(小)기업들의 ‘세정질서 의식’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무대리인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적절한 세정손길(?)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른 국세공무원들의 일손 부족은 세무대리인들에게 세정의 일정 부문을 위임해 주는 등의 공조(共助) 방안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제한된 세정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으로 경제적인 세정을 구사해야 한다. 이제 국세청의 ‘모범납세자’ 우대방안도 ‘아듀’를 고하고, 균형세정을 펼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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