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감 품위 훼손하는 선량들의 일탈

피감기관에 쏟아지는 과도한 자료 요구
국정감사 취지 걸맞지 않는 내용 적잖아
의원 입법발의 역시 ‘질보다 양’ 경쟁적
선량들의 노련한 전문성· 변별력 아쉬워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3-10-23 11: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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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당국에 대한 올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적잖이 유감(遺憾)을 느끼게 된다. 우선 피감기관에 요구한 방대한 자료는 국정감사 취지에 걸 맞는지 의문이 들 만큼 질()보다 양()에 치우친 감을 지울 수 없다. 지방청을 제외한, 국세청(본청)에 요구한 자료만도 소속 의원 중 17명이 무려 550여 건, 이에 국세청이 제출한 답변 자료는 14백여 쪽을 넘고 있다. 의원 개인별로는 적게는 5, 많게는 77건이다. 마치 보여주기 식 경쟁이라도 하듯 국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실무적(?) 내용들도 적지 않다 

 

어느 의원의 경우 즉석 세무상담으로 착각할 정도의 자료요구를 하고 있다. 실례로 상가권리금과 관련한 6가지 사례에 대한 답변요구다. 상가권리금과 관련해 양수인이 원천징수를 미이행할 때 생기는 문제, 이와 관련해 양도인이 기타소득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생기는 문제, 아울러 양수인이 원천징수를 미이행하면서 4년간 비용의 경비처리가 가능한지 여부 등 상가권리금 관련, 여러 가지 세무회계 실무성격의 질의 회신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뜯어봐도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실시하는 국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네 선량(選良)들은 서로가 상대를 향해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이라고 깍듯이 칭한다. 이렇듯 존경하는 의원님들의 입법발의는 또 어떤가. 해마다 쏟아지는 의원입법 실상 역시, ()수 경쟁적이다. 물론 의원 입법권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세법을 너무나 쉽게 건드리는 세법 경시(輕視)풍조가 도를 넘는다. 법안 제안배경을 살펴봐도 너무나 표피적이다. 재정균형을 위한 패이고(PAYGO) 원칙을 고민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패이고가 아니라 닥치고 고!‘. 아직 회기가 끝나지 않은 21대 국회만 해도 감세를 명분으로 한 포퓰리즘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감세법안 발의가 수백건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법은 언제나 필요에 따라 개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세법은 조세정책 외적 요인으로 순수성을 잃어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세제는 모름지기 한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정서가 함축된 종합예술이라 했다. 때문에 입법 과정은 공정해야하며, 그 결과 또한 정의로워야 한다.

 

정치권이 이러하니 세제운용의 기본방향인 낮은 세율, 넓은 세원도 길을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납세자는 납세자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금을 경감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구나 지금은 정부가 내놓은 갖가지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납세자들은 감세 맛에 한번 빠져들면 그 단맛의 혜택을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 많은 감면조항이 생겨날 때에는 아주 조용하지만, 한 개라도 없어질 경우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그래서 감세정책은 신중해야 하며 조세의 기본정의에 어긋나는 정책만은 피해야 한다. 속된 말로 납세자에게 발목이 잡히면 올바른 정책수립이 어렵게 된다. 때론 사회여론이라는 법() 밖의 정의(正義)가 조세정책을 휘두를 만큼 위력을 떨치기 때문이다. 국민 앞에 겸허함 보다는 인기영합주의에 함몰되거나 사시(斜視)의 눈으로 세제를 다룬다면, 해괴한 세법만 양산될 뿐이다.

 

국민이 세금을 기꺼이 내는 맑은 납세환경을 조성키 위해서는 우선 세법이 정의로워야 한다. 그래야 납세국민이 세법을 신뢰하고 수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법 경시풍조가 도를 넘고 있다. ()퓰리즘에 훼손되는 조세 정의’- 이런 낡은 패러다임은 이제 꼬리를 잘라내야 한다뒷감당도 하지 못할 인기 영합적 발상들은 자제하고, 이 나라 이 땅에 맑은 세제, 밝은 세정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보다 담대한 입법 활동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고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정도(正道)정치다. 행여 선량들의 전문성 단견이 세제정상화를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존경하는 의원님들의 노련한 전문성과 변별력이 무척이나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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