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한승희 국세청장, 제 발등 찍는 발언 왜 했을까

세정의 정치중립 강조한 한승희 청장
“정치적 세무조사 점검” 배경은 뭘까
'과묵'은 국세행정 수장 덕목이라 했는데
그 말 부메랑 돼 국감장 뜨겁게 달궈…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10-27 0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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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문제가 됐던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겠다”― 지난 8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공언했던 한승희 국세청장의 발언이 끝내 부메랑이 되어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3일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한승희 국세청장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야당의원들은 한 청장에게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가 있었느냐"고 캐묻고는, "정치적 세무조사가 사실이었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느냐"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한 청장은 지난 8월17일 소집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전임 청장들이 감히 꺼내지 못했던 ‘세정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작심발언’(?)을 한바 있다. 그는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세정의 정치적 중립성만큼은 철저히 지켜지도록 청장 자신부터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겠다”면서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세정집행이 일선 현장까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소명의식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정진해 주기를 배석한 관리자들에게 당부도 했다.

 

필자는 본란 8월21일자 칼럼에서 ‘세정의 정치적 중립 국세청장이 감당할 수 있나‘라는 제하의 글을 쓴바 있다. 적잖은 세월, 세정현장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한승희 청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누굴 향한 걸가? 하는 의아심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진원지는 바로 ’정권‘발(發)이었을텐데 “과거 정치적 논란 세무조사를 평가 하겠다”는 그의 패기어린 발언이 필자에게는 너무나 공허(空虛)하게 들렸다. 아무리 정권에 민감한들, '바람도 불기 전에 알아서 눕는' 분별없는 청장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그'타깃'은 어디인가. 

 

이런 의미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의 ‘세정의 정치적 중립’ 발언은 납세국민 내지는 우리사회를 향한 다짐이라기보다 정치권에 보내는 용기있는 메시지로 이해하려했다. 하지만 세정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한 청장 스스로가 “과거 문제가 됐던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이유를 꽤나 궁금히 여겼다. 어찌 보면 스스로 제 발등 찍는 거나 다를 바 없기에,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어려운 용단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청장은 국세행정의 엘리트 코스인 조사행정 사이드에서 잔뼈가 굵어온 드문 인물이다. 곳곳에 그의 그림자와 손길이 스며있다. 그러기에 세정가 일각에서는 ‘세정의 정치 중립’을 외치는 한 청장의 의지를 미심쩍게 여겼다. 행여 그 동기가 이미 정해진 어떤 프레임에 따라 ‘틀’을 쫒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부연하자면 그 타깃이 아리송하다는 얘기다.

 

원래가 조사행정은 이런저런 사연(?)이 적잖기에 고도의 운영의 묘(妙)를 요하는 분야다. 가급적 뒷소리가 없어야 하며 관리자들의 과묵(寡默)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오죽하면 조사행정을 가리켜 시퍼런 칼날위에 춤을 추는 것에 비유했을까.

 

지금 한승희 국세청장은 세정의 정치 중립화를 위한 국세행정개혁 TF를 본격 가동 중이다. 내.외부 위원들이 문제의 대상을 선정해 내부적으로 이를 점검한 후 어느 땐가는 최종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이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문제를 삼았듯이 ‘정치적 세무조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유무가 밝혀질 것이며, 정치적 세무조사를 주문한 정권 실세와 그 하수인격(?)인 국세공무원들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날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시대상황에 따라 세정이 굴절되던 과거의 적폐는 분명 청산되어야 하며, ‘세정의 정치 중립’을 확고히 하려는 한승희 국세청장의 여망 또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만, 향후 국세청에 몰아칠 후폭풍이 적잖이 우려된다. 공연히 나라살림 뒷바라지에 여념없는 국세공무원들의 사기만 흔들어 놓는, 어쩌면 안했으면 좋았을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일이다.

 

작금의 세상(稅上)을 바라보며, ‘세무행정은 조용할수록 좋다’는 세정가의 오랜 격언이 새삼 떠오른다. 국세행정 수장의 덕목 또한 과묵(寡默)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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