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종교계를 상전처럼 모시는 정부

종교인 과세 새로운 세제도입도 아닌데
세무서별 전담 직원까지 둘 필요 있나…
그동안 종교계를 관습적 성역시 한 탓에
이젠 국민의 신성한 납세의무도 ‘보이콧’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9-25 0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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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납세자들에게 언제부터 급수(級數)가 매겨졌나. 종교계를 상전처럼 모시는 새 정부를 보면서 납세자도 차별대우 받는 세상(稅上?)에 살고 있다는 불편한 심기가 발동한다.

 

얼마 전, 김동연 부총리는 한 언론과의 취임 첫 인터뷰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에 대비, 세무서별 종교인 과세 전담직원 둘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종교인들은 그동안 한 번도 소득세를 신고해본 적도, 그런 개념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상당기간 계도(?)가 필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세제가 느닷없이 도입된 것도 아니며, 2015년 통과된 법안이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시행을 2년 미뤄오다 이제야 지각 시행되는 것인데 정부가 종교인에게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평소, 보통 납세자들에겐 관심이 별로이더니 분명 납세자에게도 보이지 않는 ‘급(級)’이 있는 모양이다.  

 

 

여당의 어느 중진의원은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국세당국의 준비부족을 염려(?)해, 시행 유예를 공공연히 외치기도 했으니 말해 무엇 하랴. 김 부총리도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비, 7대 종단(宗團) 지도자들을 돌아가며 만났다. 세금 부과에 따른 종교계 우려를 씻고자 함이겠지만 꼭 이렇게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떨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따지고 보면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처음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후, 50년 만에 늦깎이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조차 종교계를 관습적으로 성역시해온 결과, 국민에게 부여된 소중한 납세의무마저 ‘보이콧’을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는다고, 정치권에서 금이야 옥이야 과잉예우를 해 주다 보니 종교인들의 반발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회 목사들이 얼마 전 종합일간지에 종교인 과세에 집단 반발하는 광고를 냈다. 반발 이유가 생뚱맞게도 “위헌적인 세무조사 시스템”이다. 이들 목사들은 “종교인 과세 법제화는 종교인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 정부가 조사하고 개입해서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알아야겠다며, 종교의 헌금 사용에 대해서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꼬투리를 잡고 있다.

 

더 나아가 “헌금은 하나님의 것이고, 종교는 신자들에게 영적, 정신적 교화를 함으로써 국가의 양심으로 존재한다”며 “이 원칙을 깨뜨리는 것은 대한민국은 정교분리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한 술 더 뜨고 있다. 오버를 해도 너무 오버를 했다는 것이 세정가의 반응이기도 하다.

 

종교인 과세는 종교단체에 매기는 세금이 아니다. 목사, 승려 등 종교와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례금 등으로 받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납세대상 종교인은 23만명 정도다. 하지만 23만명 중 실제로 세금을 내게 되는 종교인은 20% 선인 4만~5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인 5명당 4명은 면세자가 된다는 계산이다. 결론해서 이번 종교인 과세는 ‘국민개세원칙’에 한발 다가서는 것일 뿐, 세수 면에서의 기여도는 보잘 것 없다.

 

이런 차제에 바른정당 어느 의원은 소득 2000만원 이상 기존 면세자들도 최소 월 1만원씩 근로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끈다. 평소 같으면 조세제도 기본방향에 부응하는 입안취지에 박수를 보냈을 터지만, 정치인들의 종교인에 대한 편향된 의중을 감지한 후 부터는 생각이 달라진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보통 납세자를 가벼이 여기는, 이른바 ‘거위 털 뽑기’식의 안일한 시각이 모티브가 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세제의 기본기조는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 세법은 조세정책 외적 요인으로 적잖이 순수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권단체 또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의해 ‘동내 북’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마저도 세법 카드를 너무나 쉽게,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꺼내 든다.

 

이런 와중에 ‘넓은 세원’은 커녕 ‘국민개세원칙’마저 무너진지 오래다. 근소세 면세자 비율도 2013년 32.4%에서 2015년 47%, 근래 들어서는 48%선을 상회할 정도다. 연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로 취급되는 사업자도 전체의 3분의1이나 된다.

 

비정상도 이런 비정상은 없다. 국민이 세금을 기꺼이 내는 ‘납세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우선 세법이 정의(正義)로워야 한다. 그래야 납세국민이 세법을 믿고 수용하게 되며, 소득이 있는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 낼 마음이 우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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