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의 함정]단절된 인생은 없다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07-31 09: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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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강의를 듣는 학생들(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속해 있다)에게 두 가지 질문을 주고 이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나는 지금 자신이 속해 있는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둘째는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리포트 분석 결과 흥미로운 점은 지금 하고 싶은 일과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이 속해 있는 세대에 하고 싶은 일과 은퇴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어디 단절된 인생이 있을까. 자연과학에 적용되는 인과법칙이 인간관계에 딱 맞게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촘촘하지 못한 과거가 촘촘한 미래를 가져올 수 없는 법이다. 

젊었을 때 쌓은 주춧돌 하나하나가 당시에도 의미 있는 일임은 물론 그 하나하나가 노후에도 중요한 디딤돌이 될 터이다. 그 학생들의 고민과 바람은 당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체험의 여행과 위로의 여행
지금 하고 싶은 일과 은퇴 후 하고 싶은 일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나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고, 여유의 표현일 수도 있다. 금전적으로 충분하지 않더라도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떠나는 것을 보면 여유의 표현만은 아닌 듯싶다. 여행은 자신의 미답지에 발을 딛는 사실적 행위지만 그로인해 얻어지는 것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비교적 젊은 학생들의 여행은 체험적이고 도전적이라고 하면, 나이든 학생들의 여행은 자신에 대한 위로의 성격이 짙다. 젊은 학생들이 친구와 배낭여행을 떠나 각국의 축제를 즐기고 문화체험을 하고 싶은 반면, 나이든 학생들은 혼자 혹은 부부와 같이 떠나는 여행을 하고자 한다.
 

집단적 자원봉사와 개별적 자원봉사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것이 자원봉사다. 자원봉사의 본질은 타인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인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원봉사에 대한 욕구는 당연해 보인다. 다만 젊은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에서 행하는 집단적 자원봉사나 짝을 이룬 봉사활동이 많은 반면, 나이든 학생들은 개별적 자원봉사가 많았다. 가가호호 방문해 간병을 하거나 대형병원에 가서 안내역할을 맡는 경우가 그렇다. 미용사나 물리치료사가 노인정을 돌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역시 그렇다. 말하자면 젊은 학생들의 자원봉사가 즐거움을 위한 봉사라고 하면, 나이든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자신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에 의한 봉사라는 점에서 다르다.

 

취미생활도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들의 공통적인 관심사 중 하나가 취미생활이다. 젊어서든 나이가 들어서든 취미생활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많은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기 취미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그림 그리기나 사진 촬영을 취미생활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나이든 학생들 상당수가 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많이 변한 데다 춤이 취미이면서도 운동의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의외로 고난도의 체력을 요하는 것이어서 어떤 이는 일주일에 3회 정도 춤을 추고 땀을 빼면 몸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부부가 같이 춤을 배워 부부의 돈독함을 더해가는 부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춤은 우리 일상에 상당히 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독서를 넘어 글쓰기 

눈에 띄는 대목이 글쓰기다. 부의 편중 만큼이나 극심한 것이 독서 나아가 글쓰기의 편중일 것이다.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태반인가 하면, 책을 다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독서 후 토론으로 한 권의 독서를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작문

실력을 키워가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글쓰기에도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이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와 은퇴 후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일념이다. 자신의 행적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울고 웃었던 과거를 가족과 유대감의 촉매로 삼고자 함이다.

 

자기계발과 소통을 넘어서는 외국어 공부 젊은 학생들은 자기계발측면서 영어 공부에 대한 욕구가 강했고, 나이든 학생들은 해외 여행할 때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어 공부에 열심이었다. 나이든 학생들 중에는 인터넷 강좌를 듣거나 영화 스크린을 통해 꾸준히 영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아가 많은 의학보고서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치매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언어체계와 다른 메커니즘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머리 회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제 외국어 습득은 교양의 문제나 소통의 수단을 넘어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조영석 부천대 교양학부 교수
은퇴는 없다 

많은 학생들은 은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거나 은퇴는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활동을 하고 싶어 한 것이다. 그것이 꼭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지속적인 자기실현이나 늘어난 여명에 대한 나름의 시간활용에 대한 계획인 셈이다. 그래서 나이든 학생들 상당수가 1차 정년 후 새로운 직업으로 자신이 직접 경영할 수 있는 자영업을 원했다.

 

이는 현재 1차 정년 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세간의 현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자영업을 했을 때 그 생존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은퇴 없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 젊었을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힘닿는 데까지 지역 노인을 케어하겠다는 학생, 색소폰을 배워 1차 정년 후 색소폰 음악원을 생각 중인 학생, 켈리그라피로 노후를 대비하겠다고 준비하는 학생, 자신의 롤 모델인 70대 간호부장처럼 자신도 그런 롤 모델이 되겠다고 간호사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등 이렇게 저렇게 나름 현재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단절된 인생은 없다는 점에서 지금 해야 할 일과 미래를 위해 하는 일이 서로 무관할 수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금 바로 수확할 수 있는 씨를 뿌리기도 하고, 나이 들어 수확할 수 있는 씨를 뿌리기도 한다. 그래야 우리 삶 전체가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낸다는 이유로 젊은날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해서도 안 된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의 총량이 일정하다면 그 행복은 내 삶 전체에 균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 조영석 부천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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