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간위탁 조례개정 무효화시키려‘회계감사 의무화’법안 긴급상정

여야가 동일 내용 동시 발의, 긴급안건으로 법안1소위 26일 긴급상정 심사
수탁기관·지방의회·세무사회 등 의견수렴 없이 3~4개월만에 상정 강행
세무사회 “회계사 밥그릇위해 수탁기관-국민 피해, 지방자치권 훼손”
나홍선 기자 | hsna@joseplus.com | 입력 2025-08-26 17: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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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현행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조례를 지난 3월 7일 본회의에서 가결시키면서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안 본회의 상정 소식을 들은 한국세무사회 회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회의 조례개정을 비판하고 있다.[한국세무사회 제공]

 

전국적으로 연간 22조원에 달하는 민간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수탁기관에 예외없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여야 동시에 발의된데다 여야 합의로 26일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신정훈) 법안1소위(위원장 윤건영)에 긴급안건으로 회부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한국세무사회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민간위탁 사업을 하는 수탁기관에 대한 감사인(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여야 동시로 발의된 데다가 발의된지 1년이 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다른 개정안은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인 것과 달리 발의한지 불과 서너달 만에 26일 긴급안건으로 법안1소위에 동시 상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신정훈 위원장이 대표발의했고, 뒤이어 지난 5월에는 야당인 박수민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내용은 모두 민간위탁사업자에게 감사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발의되고 긴급상정된 것은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검사는 회계사법에 따른 회계감사와 다르며 지자체가 자치권에 따라 세무사가 사업비결산서 검사를 하는 등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지난해말부터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제주도 등 전국 6개 광역단체와 송파구·구미시·경주시 등 3개 기초지자체에서 세무사에게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검사를 허용하는 조례개정 작업에 나선 것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회계사들이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민간위탁 회계감사가 회계사법상 회계감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 서울시와 경기도 등의 회계감사에서 부실감사 논란으로 고발까지 되면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사업비결산서검사로 세무사와 같이 해야할 상황이 되자, 공인회계사에서는 아예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모든 수탁기관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이를 모 대형로펌까지 동원해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에서 연일 각종 법안을 놓고 충돌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민간위탁사업에서 회계사에게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동시에 발의하고 이를 법안소위에 긴급상정하는 것에도 합의한 것은 공인회계사들의 밥그릇을 지켜주기 위해 국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민간위탁사업에 회계사에게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와 부담을 지게 될 어린이집, 복지관 등 영세한 수탁기관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으며, 지방행정인 민간위탁사업은 그동안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할 사항도 아님에도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서둘러 입법을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수탁기관을 비롯한 국민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이다.
행안위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회계감사 의무 시 민간위탁기관 한 곳당 평균 600여 만원의 감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인건비 비중이 80% 이상인 영세한 어린이집이나 복지관은 고액의 감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추가 세금 투입이나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회계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데 수탁기관들에 대한 감사 의무화가 현실화되면 국민 불편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회장 김경숙)는 25일 지방자치법 통과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법안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보육 프로그램 운영, 급·간식 제공, 교직원 인건비 지급 등으로 빠듯하게 유지되는 어린이집에 연 600만원에 달하는 감사수수료와 추가 결산비용을 지우는 것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회는 또 영세한 민간수탁기관이 받아야 하는 회계감사는 영리기업을 대상으로 설계된 회계감사 제도를 비영리적 성격의 민간 수탁기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감사비용은 아이를 양육 중인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기에 정부와 국회가 보육 현장을 지원하기는커녕 불필요한 규제를 덧씌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무사회 역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세무사에게 사업비결산서 검사를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회계사 외에도 세무사에게 사업비결산서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조례개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자칫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탁기관들이 모두 회계감사를 받게 되어 조례개정이 무효화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 에 속하는 민간위탁에 관한 규정을 전혀 두지 않고 있으며, 설사 새롭게 규정한다해도 민간위탁 업무에 대한 규정도 없이 회계감사만 두는 것은 누가봐도 정상이 아닌 그동안 회계사회가 공언한 것과 같다”면서 "만약 어린이집, 노인복지관 등 국민부담과 불편은 아랑곳하지않고 회계감사를 법률로 의무화한다면 수탁기관을 비롯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고 밝혔다.


세무사회는 이어 “회계사 출신 의원들까지 참여해 발의한 지방자치법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면서 “국민부담을 축소하면서도 세금낭비를 막고 자치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현재 대폭 확산되고 있는 전국 지방의회의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의 조례개정작업을 도와 국민과 전문가가 세금낭비를 막고 국민편익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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