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칼럼] ‘살인방조’하는 중국, ‘G2’자격 있나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11-16 12: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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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본사 논설고문, 

 前 한국기자협회장

“야,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 마라.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너 그 하태경하고 북한 인권인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그 변절자 ××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개념 없는 탈북자 ××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들아. 너 몸조심해.”

 

2012년 6월1일 ‘통일의 꽃’ 임수경이 종로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탈북자 대학생 백요셉 씨에게 했다는 폭언의 내용이다. 백 씨가 6월 3일 페이스북에 공개함으로써 한동안 시끌벅적했었다. 정치적 이유나, 굶주림을 피해 탈북한 사람들이 북한정권에 대한 변절자라는 취지여서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임수경은 공개사과를 하면서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파는 깊었다. 

 

美 국무부, 탈북자 북송 ‘北 외교관들’도 제재 리스트에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인권유린 제재 대상에 탈북자 강제 북송을 책임진 중국 주재 북한 외교관을 포함시킨 데 이어, 한중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 측에 탈북 주민의 인도주의적 해결에 대한 공감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중국 측에 탈북자의 강제북송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왔고, 미 의회도 최근 탈북민 송환에 연루된 중국 부처와 개인을 제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북한 인권유린 실태와 관련한 3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3차 제재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망명 시도자를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한 책임을 물어 구승섭 주선양총영사와 김민철 주베트남대사관 서기관을 지목한 대목이다.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향후 중국 정부의 책임까지 거론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 한중정상회담서 ‘탈북자 인권 문제’ 거론  

 

한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고위 외교당국자 접촉을 통해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탈북자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한중정상회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최근 북중 접경에서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주 선양 총영사관이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을 언급했고 중국 측으로부터 모종의 반응을 얻어냈다는 소식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중국 선양에서 체포된 탈북자 10여명과 관련해 “탈북자 당사자의 의사와 인권존중,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른 처리, 탈북자 의사 확인 시 한국정부가 신병을 접수할 용의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에 중국 측은 “알아보겠다”면서 공감을 형성했다는 것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체포된 탈북자들을 놓아주거나, 우리 측에 넘겨주었다는 뉴스는커녕 벌써 북송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날아든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 ‘살인방조’ 비판 모면키 어려워

 

중국 정부는 스스로 가입한 ‘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이 명시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계속적으로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외적인 입장은, 탈북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탈출한 자로서 정치, 종교적인 박해로 인해 부득이하게 본국을 탈출한 난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엄청난 모순을 안고 있다.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아서 떠나온 사람들을 돌려보내면 즉시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악독한 고문을 받게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지로 돌려보내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다. 북송이 곧 죽음 길이라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살인방조’라는 비판을 모면키 어렵다. 중국이 탈북민을 북송하는 이유는 그저 북한 체제의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이제 세상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진실이다.  

 

탈북민의 가족걱정.죄책감 후비는 북한의 회유공작 집요 

 

목숨 걸고 압록강.두만강을 넘어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들어간 탈북자들의 생활은 처참하기 짝이 없다. 많은 여성들이 몸을 팔거나 중국인들과 강제결혼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탈북자들의 약점을 잡고 짐승 취급하기가 일쑤다. 북한의 사주를 받은 못된 사람들은 착취 끝에 공안에 고발해 잡혀가게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수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북한이 이미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을 협박해 재입북을 유도하거나, 중국으로 유인해 납치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에 가족이 남아있는 탈북민의 경우, 회유나 협박을 해올 경우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일신의 영화만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왔다는 일종의 죄책감을 후벼 파는 저들의 집요한 공작에 탈북민들이 흔들리고 있다. 북에 남아있는 가족이 협박에 못 견뎌 전화를 걸어와 회유할 경우에는 피를 토하는 고통을 겪는다.      

 

중국, ‘G2’ 권위 가지려면 ‘인권의식’ 수준부터 높여야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드 보복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대한민국에 있어서 중국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환경이다. 역사적으로도 우리 민족을 가장 많이 수탈하고 짓밟은 이웃나라도 바로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광대한 땅과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국의 지위로 치닫고 있다. ‘사드보복’처럼 구상유취(口尙乳臭)하거나, 탈북자 북송처럼 잔혹해서는 지구촌의 리더 국가로서의 위상을 결코 확보하기 어렵다.    

 

진정 ‘G2’라는 이름의 반열에 올라 세계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으려고 한다면 중국의 인권의식이 이런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사례별(case by case) 미봉책 추구가 아닌 총론적이고 원칙적인 해법을 모색할 때가 됐다. 이제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북한을 탈출한 동포 가족들이 중국 공안들에 붙잡혀 떨고 있거나, 극약을 나눠먹고 집단 자살하는 참상이 거듭 빚어지고 있다. 중국의 ‘살인방조’를 오래도록 ‘방조’하는 우리의 용렬한 태도는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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