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진의 관세이야기] 무역이 술술…2018 무술년, 무역을 점쳐본다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8-02-25 07: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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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정초가 되면 동서고금 막론하고 송구영신을 하며 새해에 각자 본인과 가족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한 운세를 점쳐 보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미래의 불확실에서 오는 불안감을 ‘점’을 통해서나마 안정을 찾고 나름 한 해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연초만 되면 여러 기관에서 그 해의 경기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점쟁이를 통해 신년
운수를 보는 것과 다른 점은 나름 한 분야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경험하고 고민한 전문가 집단이 충분한 데이터를 근거로 과학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점쟁이와 각 분야 전문가의 예측은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기인한 결과물임에 틀림없다.


2017년 새해 전망은 긍정과 부정의 혼재
2017년 지난해는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혼존해 있었던 듯하다. 한국무역협회는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3.9% 증가한 51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2년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수출회복을 견인할 요인으로 수출 단가의 상승을 들었다. 이는 미국의 내수 부양책 및 금리 정상화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과 세계 경제가 다소 개선되고 유가가 반등하면서 수출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근거에서 출발한 예측이었다.


반면, 당시 기업들이 2017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았는데 그 근거로 대내적 요인과 대외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먼저 대내적 요인으로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 갈등에 따른 사회혼란, 자금조달 어려움, 기업관련 규제, 소득양극화 현상의 심화 등이 있었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사드의 여파로 인한 대중 교역 축소와 중국성장률 둔화,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 환율변동성 확대 등1)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기업들은 새해 경영방침으로 보수경영·군살빼기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7 연간 수출
액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5,739억 달러(약 613조원)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차지하는 점유율 부분에서도 역대 최대인 3.6%까지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의 수출 순위는 8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 올랐으며, 수출입 무역 규모도 1조 52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3년 만에 다시 1조 달러로 회복한 수치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2년 동안의 수출 침체기를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앞선 2017 경기 예측에서 긍정적 견해가 일단 ‘승(勝)’한 듯 보인다. 그러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수출증가율만 놓고 볼 때에도 11.9%나 틀린 결과가 나왔다. 그 밖의 내용면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결과치를 받았다.

분위기가 연초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반전된 것은 ‘제4차 산업혁명’ 덕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3월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알파고로 친숙해진 이것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로운 기술 플랫폼의 붐으로 이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의 주력 아이템인 반도체의 수출은 거의 매월 수출 신기록을 달성하였고 단일품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9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록은 지난 1994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인 960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전 세계 경기 호조와 어마어마한 반도체 호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쉽
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을 가능한 한 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한 시스템일지라도 경기 예측이라는 것은 실로 힘들다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예측에 사용되는 데이터라는 것이 그 당시 최선의 것이며, 시간이 흘러가며 발생하는 약간의 변수에는 전혀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발표되는 각종의 예측 자료는 그나마 불확실성을 헷지(hedge)하고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아주 없다고는 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을 요약해 수출입 경기 예측을 해본다면 우선 신(新) 3고(高) 현상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나타난 원화강세, 고금리, 유가상승은 우리에게 어느 것 하나 유리한 것이 없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하루가 다르게 변동하는 불안정한 대내외 정책과 불확실성은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쳐 미국 달러화를 약세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엔화도 여당의 총선 승리로 아베노믹스가 지속되면서 통화의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되어 약세로 예상한다.


반면 원화는 글로벌 경기와 중국의 수입수요 회복, 그리고 아세안, 인도 등 제3 신흥시장으로의 거
래선 다변화 등으로 한국 수출은 지속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의 확대로 경상수지 폭이 확대됨에 따라 달러대비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원화의 약세를 결정하는 요인인 브랙시트 협상으로 인한 새로운 유럽과의 경제구조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 인상, 북핵 리스크 등이 있지만 원화 강세 요소가 상대적으로 더욱 클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 수출 기업에게는 녹록치 않은 비즈니스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요 국가와 신흥국의 경기 회복세가 점차 나아지고 가속화됨에 따라 원유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의 디폴트 우려와 쿠르드족의 독립 분쟁, 미국과 이란간의 핵협상 등 일부 산유국의 불안정한 정국은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는 장해 요소가 된다. 이런 이유로 고유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신 3고 현상’ 뿐만 아니다. 우리에게만 특수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다. 한-미 FTA 개정 재협상이 그것이다. 곧 이어질 한-미 FTA 개정 본협상은 미국 우선주의, 보
호무역주의의 이행의 결과로서 앞으로 이어질 여러 방면의 통상 압력을 예견하기도 하는 부분이다. 그것들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결정이다. 이러한 관세의 결정은 기업의 청원 없이 미국 상무부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개시하거나 조사과정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수입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다분히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벌써 세탁기와 철강제품에 대해 겪은 사례가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세이프가드, 수입제품의 국가안보 위협조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이 동원되고 있으므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 물량에 대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통해 사전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더해 우리의 제1 경제 교역국이며 우리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통상 압박,그리고 사상 최대의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영의 불예측성과 부실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정 요소 등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정도와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2018년도 2017년 초와 마찬가지로 장밋빛 희망과 먹구름 전망이 혼재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그렇지만 예상과는 달리 사상최대의 성적표를 받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행간에 있는 희망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 아세안, 인도 등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 회복과 IT 경기 호조는 우리에게 훌륭한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언제까지 반도체가 호황을 이어갈지 모른다는 점에서 불안한 점이 없지 않지만 당분간 이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무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는 기업이든 정부든 필요하다. 수출 품목의 양적, 질적인 고도화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만 의존하지 않는 수출기업으로의 전환, 제조업의 스마트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콜라보레이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고태진 관세법인한림

(인천) 대표관세사 

또한 정부는 기성복과 같이 일괄적인 기업지원이 아닌 맞춤지원을 통해 현업에 있어 가장 답답한
부분을 일소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또한 발효된지 꽤 된 FTA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추가 자유화 협상을 통하여 제한된 일부 상품의 양허 기준과 원산지기준을 기업에 맞게 고도화하여 무역업계가 FTA 활용과 향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한다.


새해 처음으로 예정된 대외국가의 경제협상인 한-미 FTA의 재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아무
도 모르지만 적어도 미국과의 FTA 협상에 있어서는 우리가 그들에게 꿀리는 자세로 나갈 필요는 전혀 없다. 저쪽에서 이 FTA의 폐기를 들먹이며 우리를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그들의 오산이다. 오히려 이 협정의 폐기 옵션은 우리에게 위협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협정이 폐기가 된다면 서비스 등 여러 면에서 그들에게 훨씬 더 불리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 협상 당사자들은 잘 활용해야 한다.


새롭게 맞이하는 2018년은 육십갑자로 무술년에 해당한다. 무(戊)는 땅이나 큰 산을 의미하며, 색으로는 노란색, 황금색을 뜻하고 술(戌)은 십이지 동물 중 개를 의미하여 올해를 황금 개띠 해라고도 부른다. 2019년 새해가 되면 늘상 그렇듯이 2018년도를 되짚어 보고 새해의 경기 전망을 여러 기관에서 앞다투어 내놓을 것이다. 황금개띠 해였던 2018년의 평가보고서가 ‘태평성대’로 시작하기를 바래본다. <글/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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