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모 대표의 CEO로 살아가는 이유
- 서정현 | suh310@joseplus.com | 입력 2017-04-03 11:25:22
독박 책임자,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흔히들 리더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한다. 본인이 지시하지 않았어도, 혹은 본인의 의사가 극히 일부만 개입되어 있거나, 아예 그런 지시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건이 터지면 리더는 일부의 책임을 떠안게 되어 있다.
“왜 그런 사람을 썼느냐?”
“상황이 그 지경이 되도록 뭘 했느냐?”
“평상시 제대로 점검 안 하고 뭐했느냐?”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이 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리더의 책임은 점점 사라진다. 아니, 직접 개입하고 혹은 직접 명령했어도 사건이 터지면 리더는 피해간다. ‘도의적 책임’이라는 가장 가벼운 형벌만이 있을 뿐, 그들의 아성은 누구도 건들지 못한다. 반면 조직이 작을수록 리더의 책임은 커진다. 없던 책임까지 몰아서 쥐어지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형국이 연출된다.
거짓말 같다고? 당신이 이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 CEO가 되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각오해야 할 일이다. 처음에는 정부의 지원이니 은행의 대출이니 생각보다 쉬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이상의 가치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당신은 출발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프랜차이즈나 자영업은 논외로 둔다.
출발 당시 당신의 아이디어는 반짝거리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판로도 어느 정도 잡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중소기업 대표가 짊어져야 할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신이 대표가 된 순간, 강자로 분리된다. 빚이 수억 원이던, 손익분기점을 넘었든 안 넘었든, 살고 있는 전 재산을 쏟아 부었든 간에 당신은 이미 사회적 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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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광모 대표 |
그렇다면 약자는 누구인가. 바로 당신의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생계를 전부 당신에게 걸고 있는 그래서 당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사고나 사건이 직원들의 독단이거나, 직원 간의 트러블로 인한 것이어도 그것은 약자들의 실수일 뿐이다. 당신은 그들의 사건, 사고에 무조건 책임이 있다.
함부로 나가라고도 못하며, 그들이 당신을 배신하고 돌아서도 당신이 그를 공격할 그 어떤 하등의 무기도 없다. 중소기업 파산의 제1 원인이 바로 내부 인력이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 및 배신이 중소기업을 넘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당신이 노동자와의 마찰로 인해 법원과 검차, 노동청을 가보게 된다면 알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 대표는 그 문턱마다 다양한 이유로 죄인이고 가해자가 된다. 그것은 이미 의지와 상관이 없다. 대한민국 노동법은 노동자에게도 완벽하지 않지만, 중소기업 대표에게는 더욱 잔인하다. 그렇다면 누가 혜택을 볼까. 그것은 큰 조직, 대기업이다. 정확히는 대기업 대표들이다. 그들만이 모든 법망이라는 그물에서도 유유히 유영하며, 대다수의 기술을 사냥하고 직원을 사냥한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그런 포식자와 법망에서도 중소기업 대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동정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 책임은 자신 스스로가 져야 하는 것이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이다. 제도적으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보다 정부에게 내주는 것이 많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상당수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사업을 하기 전 각각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보인 사람들이며, 자신들이 소유한 기술의 가치에 대해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 자본이 정말 많은 사람도 잘해야 10억 미만이다. 아니 5천만 원만 가지고 출발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사업장을 운영하는데 5천만 원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다. 1억 원을 정부에게 지원 받았다 해도 길어야 3개월이다. 그런데 손익분기점은? 지금 사업을 준비하는 당신의 머릿속에서 손익분기점은 몇 개월인가? 어느 기간을 생각하든 그것에 곱하기 2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중소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먹고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한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현주소다. 물론 대기업은 제외하고.
법은 보호체계보다 질책체계 위주다. 실수를 했으면 그것을 딛고 일어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금을 동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한다. 자금이 한창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동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면, 빚을 지고 있는 은행에게 ‘저 기업 곧 망한다’고 통보장을 날리는 것과 똑같다.
그 순간, 기업운영 자금 대출부터 당신이 개인적으로 쓰는 은행 신용카드까지 한도가 줄고, 추가 대출이 사라지며 종국에는 물밀듯이 상환 독촉이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책임은 중소기업 대표 스스로가 진다. 당신이 사업을 하는 동안 얼마의 이익을 집에다 가져다주고 또 얼마는 저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1단계에서 무너지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부지기수다.
성광모 프로필
기업투자 자문회사 오성투자개발(주) 대표이사, 물을 개발·유통하는 회사 대경물산(주) 대표이사. 잘못된 결정 하나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무한책임의 대한민국 중소기업 대표들을 위해 중소기업 컨설팅 멘토로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경영 환경을 만들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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