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칼럼] ‘홍준표’의 길
-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07-05 18: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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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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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장미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07석 제1야당의 수장이 됐다. 지난 2011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두 번째로 당 대표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로 정권을 빼앗긴 뒤 지리멸렬에 빠진 보수정당 한국당이 7.3전당대회를 계기로 전열을 정비하고 당의 면모를 새롭게 갖춰나갈지 주목된다. 건실한 ‘대안정당’으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회복하는 길을 닦아내는 것이 요체다.
건실한 ‘대안정당’으로서 국민사랑 회복하는 것이 요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선거결과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신임 홍 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과 경기도 남양주시 시우리 봉사활동 현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원유철, 신상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 및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5만1천891표를 얻어 1만8천125표를 얻은 원유철 의원과 8천914표를 얻는데 그친 신상진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한국당 당 대표에 선출됐다.
홍 신임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당 대표를 맡기에 앞서 막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여러분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이 땅을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루고, 문민정부를 세운 이 당이 이렇게 몰락한 것은 저희들의 자만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해 한국당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음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만약 총선 임박했다면 소멸” 악담까지 들어
“인적 혁신, 조직 혁신, 정책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자유한국당을 만들겠다”는 홍 대표의 거듭된 다짐을 상기한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반성을 모르는 낯 두꺼운 정치집단’ 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길 망정이지 임박했다면 ‘소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악담까지 듣고 있는 처지다. 형해(形骸)마저 위태로운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일이 관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 진용을 갖춘 자유한국당은 시작부터 시끌벅적하다. 홍 대표는 지난 4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거친 이종혁 전 의원은 홍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정무특별보좌관으로 함께 일한 대표적인 ‘친홍(親洪)’ 인사로 분류된다.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 등 일부 인사들이 나서서 ‘사당화’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탄핵 참사’ 원인 분석, 올바른 쇄신책부터 찾아내는 게 순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대여(對與) 저격수’로 활약해 독설가, 영원한 비주류 등의 별칭을 갖고 있는 홍 대표의 ‘강골’ 이미지는 최대의 장점이자 곧 치명적인 약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중차대한 제1야당의 수장으로서 한층 더 성숙한 비판정당의 모습을 구축해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졌다.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감지수가 높은 정책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대안정당’으로서 거듭나는 것이 정도(正道)다.
자유한국당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는 길은 지난 정권에서 빚어진 ‘탄핵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쇄신책을 찾아내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오늘날 자유한국당을 이토록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보수정치의 궤멸을 불러온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친박’이라고 일컬어지는 특정 패권집단의 어그러진 정치행태다. 친박 세력의 왜곡된 정치철학과 그릇된 행태를 정밀하게 해부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친박(親朴), 당헌.당규 심지어 헌법 위에 ‘박근혜의 뜻’ 군림시켜
친박계는 ‘보수주의’를 ‘박근혜의 뜻’에 등치시켰다. 전통적으로 존중돼온 모든 보수의 가치를 온통 한 사람의 지도자의 비위에 맞추는 해괴한 행동으로 일관했다. 자신들이 만든 당헌 당규, 심지어 헌법 위에 박근혜의 뜻을 군림시켰다. 보수주의의 탯줄인 안보관마저 박근혜의 뜻에 위탁했다. 당청 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도 일체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무너지자 친박과 함께 대한민국 보수주의는 갈 길을 잃고 만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영어의 ‘Right’라는 단어는 ‘올바른’ ‘오른쪽’ ‘권리’라는 뜻을 포괄한다. 보수주의의 요체는 한마디로 ‘올바름의 수호’다. 보수주의가 ‘수구 꼴통’, ‘기득권 논리’, ‘골방 지식인의 허세’, ‘기회주의’라는 모진 비난을 받는 이유에는 바로 이 같은 본질을 소홀히 한 방종과 태만이 매개돼 있다. 오늘날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는 곧 ‘올바름을 찾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올바름의 수호’ 위해 신념 지키는 ‘키호티즘’의 신봉자 돼주길
시대에 저항하는 고뇌의 깊이도, 도덕적 엄격함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대편을 비방하는 데서 존립의 근거를 찾는 후안무치한 ‘보수’ 행태로는 어림없다. 홍준표는 톡톡 튀는 언행, 송곳 같은 비판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재능은 소위 팬덤(Fandom 광신자)을 만들어내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그런 요인은 작금 보수정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건하는데 ‘한계’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다.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파란만장의 홍준표 대표가 풍차를 향해 창을 겨누고 달려들다가 골탕만 먹는 무모하고 우스꽝스러운 선봉장이 아니라, ‘올바름의 수호’를 위해 신념을 지키는 참된 의미의 ‘키호티즘’의 신봉자가 되어주길 대망한다. 전쟁에서 왼쪽 팔을 잃고, 귀국 도중 해적의 포로가 되어 5년간 노예 생활을 하기도 했던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그의 파란만장한 경험을 절제된 열정으로 정제해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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