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희 국세청장, 外風앞에 용기와 소신을…
- 뚝심 좋던 역대청장도 외풍 앞엔 무기력
때문에 세무조사영향력 등 바깥바람은
청장 아닌, 정권이 차단해 줘야 하는 것
그래야 곁눈질 안하는 正道稅政 정착돼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7-03 0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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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총수들의 이 같은 행보는 납세자 권익 보호에 소홀함이 없겠다는 일련의 다짐이거니 했지만 정작 납세자 기본권을 중시했던 기억은 별로 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수 없이 내걸었던 이상적인 세정 컨셉들도 겉치레에 그쳐 온 것 같다.
납세자 권익을 외면한 세정서비스는 납세자 가슴에 스며들지를 않는다. 때문에 납세자도 원치 않을 뿐더러 국세행정의 품위만 떨어뜨린다. 실인즉 국세행정은 굳이 차가울 필요도 없거니와, 더더구나 따뜻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세정의 태생적 특성이다. 오직 납세자 기본권을 중시해 주면서 억울한 납세자가 없도록 ‘공평 과세’를 이룩해 주는 것이 국세행정의 최선의 길이다. 이것이 납세국민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세정 운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우리네 국세행정은 시류에 굴절되는 모습을 적잖이 보여 왔다. 겉이 멀쩡하던 특정 기업들이 정권이 바뀌고 한방 맞았다 하면 어마어마한 탈세액을 토해냈다. 손 한번 스쳤다 하면 탈세덩이가 쏟아져 나오는 기업 현장에서 아직도 우리사회에 납세성역이 상존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정치적으로 미운 털이 박힌 기업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없이 세무조사권을 발동하고 정경 밀착 기업에 대해서는 그 강도를 달리 했다. 일반 납세자에게는 한여름에도 오금이 시릴 정도의 추상같은 세무조사권이 엄존해 왔음에도, 엄청난 탈세액이 불거져 나오는 엄연한 현실에서 국세행정의 허(虛)와 실(實)을 동시에 보게 된다. 국세청이 줄기차게 표방 해 온 공명정대(公明正大)한 과세권만 제대로 행사했어도 이러한 비리의 온상은 발붙이기가 힘들었을 터인데 국세당국으로서도 두고두고 질책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국세행정의 이상적인 방향은 납세자 기본권을 바탕으로 한 ‘공평 과세’ 실현에 있을 진데 우리사회엔 아직도 과세권의 우월적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정부 시절, 어느 국세청장은 그동안 조세성역으로 인식돼온 곳에 세무조사의 칼을 빼 들었다. 누가 봐도 고독한 결단이요, 용기 있는 결행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첫 작품인 언론사에 대한 무차별 세무조사는 그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무성한 뒷말을 남기면서 지지부진 끝을 내고 만다.
세정가 사람들은 당시 국세청 수장(首長)의 속내가 조세정의 보다는 시대상황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고 술회하고 있다. 정치논리에 국세행정이 굴절됐다는 직언이기도 하다. 납세국민들은 정상적인 과세권 발동에 의해 탈세가 사전에 예방되고 또 적기에 교정이 되어 줄 때 비로써 국세행정을 믿고 따라준다. 이것이 우리네 세심(稅心)의 불변의 진리이기도 하다.
신임청장들은 한결같이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닌 서비스기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납세국민을 큰 고객으로 모셔야 하는 국세당국은 권력기관이 될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조사행정에 있어 납세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많기에 국세청 이미지가 ‘권력기관’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세정가 원로들은 국세행정을 가리켜 “시퍼런 칼날위에 춤을 추는것”에 비유를 한다. 자칫 한눈을 팔거나 정신 줄 놓다가 몸을 다치듯이 국세행정 다루기가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려니 시퍼런 칼날 위에 춤을 추는 양 위험을 느끼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국세행정이 정권에 의해 흔들려 왔다는 사실은 부인키 어려운 현실이다.
이번에 새 정부 국세행정 수장(首長)에 오른 한승희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의 이론과 실무에 밝은 조사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국제조세 분야에도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어 세무조사와 국세조세 분야의 전문성을 겸비한 정통 세무 관료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납세국민들은 그에게 더도 덜도 바라지 않는다. 오직 세법을 앞세워 제 길을 가는 뚝심 있는 국세청장의 모습을 보고파 한다. 이런 용기와 소신을 가진 수장이 나와야 비로써 정도(正道)세정, 더 나아가 조세정의가 실현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소신과 뚝심이 유달랐던 역대 국세청장들도 외풍(?)앞엔 무기력했던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때문에 바깥바람 차단은 청장 아닌, 정권이 보호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곁눈질 안하는 국세행정이 정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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