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행정 首長의 성정을 흐리게 하는 사람들

올곧은 세정 펴려면 조직성향 경계해야
때론 권위주의적 조직에 首長도 매몰돼
결국 시류 편승한 굴절세정 불명예 자초
지방청장 행차 과잉의전 지역민들 눈살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9-08-12 13: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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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직 국세청사람들과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가 종종 있다. 적지 않은 세월, 세정가(稅政街)라는 지근거리에서 얼굴 맞대고 살아왔기에 죽마고우(竹馬故友)와도 같은 분들이다. 그 분들을 만나면 대화에 연륜이 묻어나서 좋고 현실을 진단하는 혜안(慧眼)이 있어서 더욱 좋다.


그러기에 나에게는 소중한 취재원이기도 하다. 만나면 자연 화제의 중심이 세정가로 모아지지만 그 대화 속에는 자칫 흘려버려서는 아니 될 금과옥조가 있다. 때문에 오가는 가벼운 정담에도 말귀가 필요하다. 최근 이분들과의 조우자리에서 세정가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얼마 전 수도권 소재 어느 식당에서의 일이다. 손님상(床)에서 주인인 듯싶은 아주머니의 푸념이 이어진다. ”청장이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길 레, 그 난리를 친데요~나라님이라도 되나 봬…“ 도마에 오른 사람은 최근 새로 부임한 이 지역 국세청장인 듯싶었다. 사연인즉, 새로 부임한 상전을 모시기 위한 식사자리 준비과정에서 그 지방청 의전팀(?)이 충성심 경쟁이라도 하듯 유난을 떨었던 모양이다, 나라님 경호원 행세까지야 했을 리 만무지만 그곳 식당주인에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꽤나 눈에 거슬렸던 게다.

 
정작 장본인은 억울해 할 노릇이겠지만,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는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그의 평소품성이 주변사람들에게 권위적인 인물로 비춰졌거나, 아니면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자청한, 둘 중 하나일 게다. 이것이 후자에 속한다면 아래 사람들이 윗사람의 성정((性情)을 흐리게 하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거나 진배없다. 하긴, 지금도 1급지 지방청장이 대외 관련단체 행사에 참석할 경우 실무자들이 청장의 동선(動線)을 사전 점검하는 의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잉의전에 주변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 권위주의적인 그들만의 관행을 보면서 ”조직성향을 경계해야겠구나“ 하는 경고가 읽혀진다. 

 
#김현준 현 국세청장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도 자연스레 오갔다. 과거 김 청장의 사무관 시절부터 품성을 지켜봤다는 어느 한분은 그의 올곧고 신중한 성품을 소개하면서, 김 청장 같은 인물이 국세청 수장(首長)에 오른 것은 합리세정은 물론, 납세국민을 위해서도 ‘행운’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도 조직경계론은 예외가 아니었다. 국세행정 특유의 조직이 자칫 온건한 성품의 국세청장을 권위적인 인물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여 자신도 모르게 조직성향에 매몰되는 청장이 되지 말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초지일관, 평소의 성품대로 국세행정을 운영해 달라는 바람이기도 했다.

#국세당국을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치부하는 것이 우리네 사회풍조다. 납세국민의 공복(公僕)집단을 ‘권력기관’으로 인식하는 허탈한 현실이 말해주듯, 국세행정은 태생적으로 납세국민에겐 두려운 존재다. 국세당국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납세국민들은 가슴을 죈다. 본성이 합리적인 수장도 조직분위기에 편승, 공격적인 성품으로 바뀔 소지가 다분한데, 하물며 강골로 태어난 수장이라면 설상(雪上)에 가상(加霜)이다. 국세행정이 초(超)강공모드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은 세심(稅心)에 엄청난 공포감을 안긴다. 세심에 틈이 벌어지면 세정의 ‘품’만 더 들어간다.


#최근 국세당국의 세정환경은 매우 난해한 국면에 처해 있다. 침체된 경기부진만도 벅찬 터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및 보복조치 등이 겹쳐 갈 길이 첩첩산중이다. 올 세수전망 역시 장담이 어렵다. 어쩌면 김 국세청장은 개청 이래 최악의 난코스를 스스로 넘어야하는 최초의 수장(首長)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덩달아 납세권(圈)의 심기도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행여 국세청의 강공세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엊그제 취임 후 첫 번째로 주관한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국세행정 여건 역시 녹록지 않지만 2만여 국세공무원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힘과 의지를 모아 국세청 본연의 업무를 완수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논어에 나오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이라는 말을 빌려 이는 “국민은 가난함보다 공정하지 못한 것에 걱정하고 분노한다는 의미”라면서,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고,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반칙과 편법을 통한 불공정 탈세에 단호히 대처하는 한편, 과세권의 행사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류에 굴절되는 세정은 결코 안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그 길이 바로 정도세정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 정부 시절 정도세정을 표방했던 어느 국세청장- 그는 정도(正道)가 아닌 정도(政道)(?)세정에 매몰돼 말년을 불우하게 보냈다. 반면교사-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세정가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합리적 성품에 신중을 겸비했다는 김현준 새 정부 국세청장.―그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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