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수성동 계곡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6-12-21 16: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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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동 계곡

 

 

세상을 뒤흔드는

물과 물이 밀치는 소리

어둠 속에 잠긴 인왕이 다가왔다

오는 소리도 없이,

 

새들은 숨죽이고 있는데

성난 아이들

물의 세계를 벗어나고 싶어

물속의 별을, 물속의 달을 찢고 나온다

 

지느러미 대신 날개를 단 아이들

기린교에 앉아

물과 물 사이에서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

 

이상도 동주도

우리의 꿈은 돌아오지 못하는데

어이없는 불빛만 발아래에서 춤춘다

 

원컨대 이 소리를 가지고 가서

저 야속한 무리들을 깨우쳤으면

추사 선생은 귀 어두운 무리를 두고

인왕과 함께 날아간다

 

치욕과 치욕 사이를 뛰어넘는 계곡물이

쏟아져 내린다, 퍼붓는 함성으로

우리 가슴 밑바닥이 열리면서

수백만 개의 촛불과 촛불이

뜨겁게 돋아난다

 

 

 

 

*추사 김정희의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水聲洞雨中觀瀑此心雪韻)>중에서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물에 잠긴 세월호 아이들을 기리며, 지금 시대를 겪는 우리들의 참담한 부끄러움을 추사 선생의 육성을 빌어 그린 시입니다.

 

▲ 박미산 시인
 

 

[작자 프로필]

인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졸업

현재 고려대, 서울디지털대학, 방송대 출강중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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