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새 정부 첫 국세청장 파격 인선 배경이 궁금한 이유
- 國庫도 넘치고 세정기조 위급상황도 아닌데
현직 1급潛龍 등 내부 사기저하 외면하면서
퇴임 공직자 首長으로 불러드린 까닭은 뭘까
일상 업무 승계라면 발탁인사 의미가 공허해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2-06-16 0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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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 수장(首長)의 외부 수혈은 2009년 7월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 첫 사례다. 그는 장관직급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 자리를 겸허히 수용했다. 취임 초, 세정 경험이 전무하다하여 세치(稅癡)라는 평까지 들어야 했던 그는 국세행정 기본업무가 목적이 아닌, 세정정화(稅政淨化)측면에서의 국세청 이미지 쇄신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부여받고 부임했다.
당시 전임 청장들의 잇따른 세정부조리로 불명예 퇴진이 줄을 잇자 국세청을 성토하는 거센 바람이 세정조직을 들쑤시던 시기다. 앞서 수장을 지낸 큰 어른들의 잘못으로 죄 없는 조직원들이 뭇매를 맞았다. 애당초 청장 인선을 잘 못한 정권발(發) 인사검증 시스템이 원죄인데 엉뚱하게도 조직 전체가 매도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의 사정이 전혀 다르기에 이번 인사에 대한 관전평 역시 분분하다.
세정 부조리 측면에서도 별 이상이 없는 상황이다. 국세공무원들의 소명으로 매년 애간장 태우던 세수문제 마저 천문학적 초과세수로 나라 곳간은 철철 넘친다. 사정이 이럴 진데 국세청 현직 1급 잠룡(潛龍) 등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를 외면(?)하면서까지 전직 관료를 수장으로 불러들인 배경을 몹시 궁금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세청 산하에서 야기됐던 여러 사건 정황은 국세공무원들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대·내외에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에도 국세청 산하 일선 직원들의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 공직기강 문제가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세정가는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과감한 ‘과제’가 부여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취임사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어 퍽이나 다행스럽다. 그는 엊그제 취임식에서 세정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내부적으로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자신을 포함한 모든 관리자가 앞장서서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인력을 체계적으로 발굴·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임 국세청장 취임사에서 국세공무원들의 조직문화가 거론되기는 좀체 볼 수 없던 사례다.
국세행정 본연의 업무를 보다 튼실하게 다져놓는 일도 중요한 과제지만, 국세청 조직문화가 건강치 못하면, 이 또한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세청내 조직문화 쇄신은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할 중대현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나드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국세당국으로서는 지금이 보다 유연하게 집안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우선은 조직 내 ‘리더’ 부재(?)로 인한 조직원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 기강해이를 부추긴다는 주변의 소리를 심각하게 받아드려야 한다. 지금 세정가 사람들은 작금의 국세청 조직의 무력증을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조직 상하간 결속력은 찾아보기 힘들며, 관리자들은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등 몸을 너무 사린다는 지적이다. 국세행정 운영의 묘(妙)를 고민하기보다는 ‘법대로 세정’에 의존함으로서 경직세정을 심화시킨다. 정통 관리자 ‘타입’과는 거리가 먼 관리자들이다. 소신보다는 보신으로 일관하는 이들의 처신은 조직 분위기를 흩트려 결국 납세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동시에 세정에 대한 신뢰마저 실추시킨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 같은 해이된 조직문화는 이른바 십시일반(十匙一飯)(?) 인사패턴이 가져다 준 폐해라고 보는 층이 적잖다. 임자는 많고 갈 곳은 한정되다 보니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조금씩 떼어내, 복수의 사람이 거처갈 수 있도록 하는 역설적 십시일반 인사운영이다. 이로 인해 아까운 숙련인력들이 행정의 노하우를 후진들에게 전수해줄 기회도 없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 하에 ‘푸른 낙엽’이 되어 현직을 떠난다. 주요 관리자급일수록 허겁지겁 정상에 오르는가 싶으면 어느샌가 하산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내 조직을 챙길 마음의 여력도 없거니와, 자신들의 역할이 조직원들에게 먹혀들지 여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작금의 조진조퇴(早進早退-이른 승진, 이른 퇴직) 인사 패턴을 지혜롭게 ‘속도조절’ 할 수 있는 인사행정의 운영의 묘가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일선 세정현장은 또 어떤가. 최일선 세정을 지휘 감독해야 하는 관서장들의 지위와 운신의 폭은 너무나 초라하다. 대(對)내외적으로 그들에게 변변한 직원 인사권이 있나, 세무조사권이 있나. 그저 직함이 관서장일 뿐이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계급장 없는 수평조직이다. 지난해 어느 일선관서에서 야기된 충격적인 하급 직원의 관서장 폭행사건도 조직상의 위계(位階)질서 붕괴라고 봐야 한다. 이를 바로 세워 국세행정의 권위 역시, 상층부가 아닌 일선 창구(窓口)에서 나오도록 서둘러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 앞에 당당한 국세청이 된다.
김창기 신임 국세청장은 금의환향의 영예와 기쁨도 잠시, 산적한 제반 현안에 어깨가 무거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 내 현직 1급들의 사기문제 등 조직 내부 분위기를 뒤로하면서까지 퇴직 관료인 자신을 수장으로 불러드린 데 대해 행동으로 답을 내놔야 한다. 해이된 조직문화 쇄신이 아닌, 일상적 업무승계에 치중한다면 ‘파격 인사’라는 명분이 너무나 공허해진다. 이번 인사에 부응하는 합당한 전문성에 출중한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현 조직원들 또한 현실을 수용(受容)하는 선순환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김창기 새 정부 첫 국세청장이 손수 풀어야 할 묵직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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