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모 대표의 CEO로 살아가는 이유

서정현 | suh310@joseplus.com | 입력 2017-05-15 08:55:56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중소기업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망하려고 사업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하면 과연 누가 손을 들까. 아니 그런 질문이 가당키나할까 싶은데, 대한민국 사회는 그렇지 않다. 도산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경제적 신뢰를 해친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비춰진다. 사실 중소기업은 태생부터 도산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을의 위치로 출발하면, 자금조달이 어렵고 중간재 납품 구조상의 위험 등이 항상 자리한다.

 

또 경영상의 판단 역시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 대기업조차도 경영의사결정에는 원칙적으로 불확실성에 의한 위험이 존재하므로 그 결과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경영의사 결정에 의해 도산에 이른 중소기업 대표를 마치 반경제 신뢰 범죄와 동일시한다. 그런 시각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IT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금융기관의 강력한 공동신용정보망으로 도산한 중소벤처기업 경영자는 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경영자가 실패하려고 자기자본을 투자해서 사업을 할까? 

 

경영자가 내리는 어떤 의사결정도 실패할 것이라는 변수가 자리하지 않는다. 여러 번 검토하고 주변의 조언을 구하고 심지어는 정부기관 관계자와 상의하는 대표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경영 판단은 완전하지도, 또 완전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실패가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이런 실수에 대해 정말 냉정하다. 특히 자금조달원인 금융기관의 ‘갑’질은 중소기업대표가 되어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뺏는 정도가 아니라 맑은 하늘에 먹구름만 살짝 드리워져도 곧바로 빌려준 우산 내놓으라며 달려드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턴어라운드의 기회를 선택한다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다. 즉, 재기가 어려운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면 신용이라는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자리한다. 물론 금융기관이 만든 것이다. 이 등급에서 1등급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다. 가장 많은 등급이 4~7등급 사이인데, 한번 신용적 타격을 받아 버리면 최하등급인 10등급으로 떨어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업을 하면서 위기는 당연하다. 자금 위기, 제품 생산 위기, 영업판로 위기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그 위기를 무사히 다 넘기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운이 나쁘게도 발이 걸려서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활성화된 나라는 대표의 신용과 상관없이 기술력, 회사의 재정 상태, 회생 가능성이 중점을 둔다.

우리나라는? 일단 신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중소기업인의 재기에 대해 국가가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업자의 연대보증 면제와 정부의 재창업 지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2016년 11월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아 재창업에 성공한 기업이 2013년 244개에서 지난해 466개로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중진공, 신·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의 창업자 연대보증면제(액)도 같은 기간 5개(19억 원)에서 6000개(1조 9000억 원)로 1200배 증가했다.

 

그동안 중기청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확대를 실시하고, 재기 기업에 대한 국세 징수유예 및 체납처분유예 기간을 각각 9개월, 12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했다. 중진공과 신·기보 등 정책자금의 채무를 최대 75%까지 감면하고, 남은 채무에 대해서는 상환유예 및 분할 상환을 실시했다.

 

그나마 간신히 숨통을 틔운 것이다. 여기에 정책자금이 지원되는 재기기업인에 대해선 은행연합회가 ‘연체 등의 부정적 정보’를 금융회사 등에 제공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등 창업기업인이 사업 실패시 재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기도 했다.

 

이외에 재도전종합지원센터 설치, 재창업 자금 확대, 재도전성공패키지 지원사업 추진 등 실패기업인의 재창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확충했다. 구체적으로 상담 및 정책자금 연계지원 등 재창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 및 확대했다. 

 

기술력과 경험은 있으나 실패로 인한 신용하락으로 민간자금 이용이 어려운 재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창업 자금’(융자)도 1000억 원까지 확대했다. 재창업성공률 제고를 위해 ‘교육→멘토링→사업화’까지 일괄 지원하는 재도전성공패키지사업과 재창업자 전용 기술개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실패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와 재도전 분위기 확산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중기청, 시중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재도전 기업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추진했다.

 

그나마 이런 투자가 지금이라도 이뤄져 중소기업 대표들의 패자부활전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신문 경제면에 가끔씩 크게 나오는 기사가 있다. 바로 망했다가 재기에 성공한 중소기업인에 대한 기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대부분 한번 망해서 노숙자 급까지 떨어진다. 그러다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사람과 손을 잡아 성공한다.

 

이게 신문에 나올 일일까. 정상적인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는 나라에서는 어쩌면 다양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알기 때문에 그들의 성공에 이목을 집중하는 것이다. 더욱이 도움을 주는 것이 정부나 금융권이 아니라 기술을 알아본 지인이나 또 다른 사업가라는 점이다.

 

▲ 
성광모 오성투자
개발(주) 대표이사
다시 말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을 알아봐줄 사람을 만나는 운이 있었던 것이다. 운이 없으면 재기조차 못하는 나라라면 굳이 사업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중소기업 대표가 개인의 신용을 신경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수익이 쏟아질 때야 높은 등급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사업은 그렇지 않다. 돈을 빌리고 갚는 것이 일상이다. 경제 활동은 매우 활발하지만 그것이 은행에서 원하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신용등급과 연결되기는 힘들다.

 

언제까지 사업하는 사람에게 신용이라는 굴레를 씌울지는 모르겠지만, 신용이 아니라 기술이 가치가 있는 나라가 튼튼한 나라다. 아주 간단한 이치지만, 이를 알고 있는 것은 현장에서 하루하루 비바람 맞아가며 버텨내는 중소기업 대표뿐인 듯하다. 

<글/ 성광모 오성투자개발(주) 대표이사>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서정현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