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진의 관세이야기] 세이프가드, 무역전쟁의 서막

월풀(Whirlpool) vs 삼성, LG 세탁기 전쟁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12-04 08: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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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ㆍLG전자를 상대로 낸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자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만장일치 판정한 것이다. 사드배치의 문제로 우리의 제1 교역국인 중국으로부터 한류교역이 철저히 봉쇄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최대 우방국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으로부터도 교역측면에서 외면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과 함께 동맹국인 우리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 등으로 견고히 한미
동맹을 다져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듯하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과 LG를 겨냥한 미국 당국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도대체 세이프가드가 무엇인지, 또한 한-미 FTA에서는 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대응을 하는 데 있어 그 지침이 되기 때문이다.


긴급수입제한조치라고도 불리는 세이프가드조치(Safeguard measures)는 수입이 급증하여 수입품
의 동종 상품이나 직접 경쟁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거나 우려가 있다고 판명되는 경우, 수입국이 취할 수 있는 수입제한조치이다. 일종의 비관세장벽인 것이다.


세이프가드조치 현황
1995년부터 2017년 06월 30일까지 WTO 회원국은 총 328건의 세이프가드조사를 개시하였다. 그중 미국과 한국은 각각 12건과 4건의 조사가 개시되었다. 미국이 정확히 우리보다 3배 많은 수의 세이프가드조사를 진행했다. 동 기간 동안 조사개시 후 확정적으로 부과된 세이프가드조치는 총 164건이며, 미국과 한국은 각각 6건과 2건으로 이 또한 미국이 우리보다 3배 많은 세이프가드조치를 취하였다.

 

한-미 FTA에서의 세이프가드조치의 발동 요건과 조치방법
한-미 FTA에서는 세이프가드 발동요건으로서 협정에 따라 관세인하 또는 철폐의 결과로 다른 쪽 당사국으로부터의 원산지 상품의 수입이 동종 또는 직접적으로 경쟁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 또는 그에 대한 우려의 실질적인 원인(substantial cause)을 구성할 정도로 절대적 또는 국내 생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증가된 물량과 조건 하에 다른 쪽 당사국의 원산지 상품이 당사국의 영역 내로 수입되고 있는 경우에 세이프가드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꽤 긴 내용이지만 첫째, 일정 기간 수입의 급증
둘째,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존재 셋째, 수입 급증과 심각한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증명되면 세이프가드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 등의 ‘실질적인 원인’에 대한 해석에 이견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협정에서는 이를 ‘중요하고 다른 어떠한 원인보다 작지 아니한 원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원인이 무엇인지가 명쾌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므로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NAFTA를 참조해 볼 필요가 있다. 즉 NAFTA 제802조에서 세이프가드의 발동요건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NAFTA 회원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이 총수입에서 ‘상당한 점유율(substantial
share)’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동 수입품이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나 피해우려를 유발하는 데에 중요하게 기여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면서 또한 ‘상당한 점유율’을 통상적으로 3년간 시장점유율을 최상위 5개국만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더해 NAFTA 회원국 수입품의 증가율이 비회원국 수입품의 증가율보다 현저하게 낮을 경우에
통상적으로 심각한 피해에 ‘중요하게 기여’했다고 간주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참고하여 한-미
FTA에서도 곧 있을 개정 협상 시 좀 더 명확히 하여 불확실성에서 오는 경영활동의 위축 요소를 제
거해야겠다.


세이프가드 조사를 하여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 등을 입었다고 결정이 나게 되면 세이프가드조
치가 이루어진다. 이때의 조치는 협정문 제10.1조에 따라 다음의 3가지 중 하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조치로 그 상품에 대하여 협정에 규정된 관세율의 추가인하를 정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 조치가 취해지는 때에 발효 중인 최혜국 실행관세율과 그 상품에 대하여 협정의 발효일 직전 일에 발효 중인 그 상품에 대한 최혜국 실행관세율 중 낮은 것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수준까지 그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계절적으로 상품에 적용되는 관세의 경우인데, 각 계절별로 세이프가드조치의 부과일
직전의 상응하는 계절에 대하여 발효 중인 그 상품에 대한 최혜국 실행관세율과 협정의 발효일 직전의 상응하는 계절에 대하여 발효 중인 그 상품에 대한 최혜국 실행관세율 중 낮은 것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수준까지 관세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WTO세이프가드협정에서 세이프가드조치로 관세를 인상2)하거나 수량제한조치3)를 취할 수 있다
고 규정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세이프가드조치 당사국에 대한 보상 요구 권리
일반적으로 WTO에서 인정하는 자국의 무역구제조치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에 상응하는 보복을 합법적으로 허락하는 것인데, 세이프가드는 그렇지가 않다. 다시 말해 전자의 경우에는 정부의 불법보조금이라든지 덤핑과 같이 정의롭지 못한 무역행위에 대해 상계관세 또는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여 자국 산업에 입힌 피해를 보전하는 방식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공정한 무역행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수입국에서 취하는 자국기업 구제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세이프가드조치가 결정되면 그 적용기간을 무작정 길게 할 수 없으며, 피해를 방지하거나
구제하기 위하는 등의 필요한 정도와 기간 동안만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 또한 WTO세이프가드협정에서 본 조치는 4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총 적용기간은 8년으로 꽤 긴 기간을 규정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아마도 FTA는 우호적 관계 속에 WTO협정보다 더 발전된 내용으로 협의한 결과인 듯 보인다.


상계관세나 덤핑방지관세와 같이 불공정무역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조치와 달리 세이프
가드조치는 공정한 무역행위에 대하여 행해지는 수입제한조치이므로 수출국은 억울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협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한-미 FTA 당사국이 세이프가드를 적용한 후 30일 이내, 실질적으로 동등한 무역효과를 가지거나 그 조치로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적인 관세액과 동등한 양허의 형태로 된 적절한 무역자유화 보상에 관하여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상대 당사국에게 부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연히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당사국은 양 당사국이 상호 합의한 보상을 제공하여야 한다. 삼성·LG전자를 정조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조치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연간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전자 세탁기의 미국 수출은 어떤 식으로든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고태진 관세사

또한 지금까지의 트럼프 행태로 보아서는 ITC가 건의할 조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어쩌면 조치가 확정되기 전에 잠정조치를 취하여 세이프가드를 즉시로 적용할 수도 있다. 즉, 다른 쪽 당사국의 원산지 상품의 수입이 이협정상의 관세인하 또는 관세철폐로 인하여 증가하였으며, 그러한 수입이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나 심각한 피해 우려의 상당한 원인을 구성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조사당국의 예비판정이 있는 경우에 세이프가드조치를 잠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미 FTA 협정에서나 WTO세이프가드협정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는 보상규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세이프가드조치가 발동되어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약 1조원에 상당하는 보상 협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다시 한번 머리에 맴돌게 되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어이없
어 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어느 하나 믿을 수 없는 북한, 중국 그리고 미국에 끼여 있는 우리 처지가 위태롭고 곤혹스러워 보일지라도 어쩌면 우리에 대한 강공의 연속이 저들에게는 악수가 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여야 한다.

 


이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의 개정이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쪽 입장으로 개진될 수도 있으며, 미국의 세이프가드조치는 오히려 미국민에게 우리 제품의 상대적 우수성을 우회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실질적 손해도 전혀 보지않게 보상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정신바짝 차려야 한다. <글/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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