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식 대표의 은퇴준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법을 익혀라

서정현 | suh310@joseplus.com | 입력 2018-01-02 10:20:56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신 자유시대는 몸값을 올려야 하는 구조다. 누가 더 높은 몸값을 자랑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갈라진다. 오직 몸값으로만 평가하는 잔인한 구조같지만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구조라 할 수 있다. 어째든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다. 많은 은퇴자들이 앞만 보고 자신의 몸값을 높여왔다. 몸값의 정점을 찍으면 남은 건 내려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몸값마저 주는 곳에서 나오면 보장받듯 시간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시간은 참으로 오묘한 존재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 시간 밖에 없다. 시간을 잘 활용하면 어려가지 보장을 받지만 활용하지 못하면 낭태를 보게 된다. 많은 은퇴자들이 시간이라는 자원 때문에 고민한다. 현역에 있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 고민했다면 이젠 시간이 남아서 고민이다. 더욱이 시간자원과 돈을 교환했기에 돈이 부족해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마음은 급해지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줄 몰라 더더욱 급해진다. 은퇴자들이 종종 나에게 이렇게 물어올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하루가 빨리 가나요?”
대부분은 은퇴 전 직장에서 간부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다. 퇴직금도 있고, 연금도 받지만 정작 그들의 삶은 공허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다. 처음엔 부부동반 여행도 다녀보고 등산도 올라가고 하지만, 마음 한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따라다닌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사람에게 일이 없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자신의 존재 여부가 사회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고독감과 무기력함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움이 온전히 자신에게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새어나가 버린다. 한 가지 더,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통해 번 돈은 가족과 아이들의 교육에 다들어가고, 그러면서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노후는 미뤄두기 바쁘다. 그러다 은퇴에 직면하게 되면,자신에게 닥쳐온 현실에 큰 좌절을 느끼게 되곤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법을 익혀라.”
사실 은퇴자들은 생활하는데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분가했거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예전처럼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그리 활발하게 하지도 못한다.


결론적으로 지출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벌이가 아예 없다면 그것도 문제겠다.경제적 이유는 둘째치고 그럴 경우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이 시간을 멈춰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민센터에 가보세요.”
주민센터에 가서 은퇴자라고 밝히고 지역 환경미화 봉사를 신청하면 가마니와 집게를 줄 것이다. 슬슬 산책하듯 한 바퀴 돌면서 휴지를 주우면 채 3시간이 되지 않아 꽉 찬다. 이것을 들고 주민
센터에 가면 1만 원의 현금을 준다. 이 1만 원은 생활을 위한 돈이 결코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돈이다.


기업의 중견직을 그만두고 나서 이런 것을 하는 것은 부끄럽다는 분도 있다. 내가 사는 곳의 미화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뭐가 부끄러운가? 그런 부끄러움을 갖기엔 사회는 이미 우리에게 한발 멀리 있다. 약간의 수고와 땀을 흘리며 보람도 덤을 갖게 되는 작은 일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몸을 써가며 일을 하다보면, 무기력감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라진 자리에는 ‘내가 다른 무엇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리하게 된다. 마음은 흔히들 거울로 표현한다. 은퇴자들의 마음은 여러 가지로 얼룩져 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일을 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좀처럼 얼룩이 지기 쉽지 않지만, 시간이 늘어난 은퇴자들은 그 얼룩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세상에 아직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인식시켜주는 일이다.


이런 작은 일을 추천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은퇴자들 중 상당수는 퇴직금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생각과 고민 속에서 선택하겠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가지고 있는 돈마저 날리는 경우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한 번쯤 이런 작고 단순한 일에 자기의 시간을 투자해보길 바란다.


몸을 움직여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경험해보는 땀방울의 맛을 알아가면, 결코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리지 않게 된다. 통장에 있는 100만 원은 쉽게 쓸 수 있지만, 내가 일해서 바로 받은 1만 원은 그리 쉽게 쓰지 못한다. 그 작음이 가지고 있는 큰 의미가 소비를 자제하기 때문이다.


‘청소력’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책을 쓴 마쓰다 미쓰히로는 자신의 노후를 견딜 무언가를 찾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업가였지만 큰 실패를 맛 본 그는 1년여 간의 타의에 의한 은퇴생활이자 폐인생활을 보냈다. 그렇게 의미없는 삶을 보내다 어느날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집안청소를 시작한다. 그렇게 청소만 세 시간을 한다.


한참 땀을 흘린 뒤 그의 주변 환경은 무척이나 깨끗해졌다. 그러자 비로소 다시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다음 날 청소용역업체를 하는 친구의 회사로 나가 청소부로서 인생을 시작하며 청소에 관한 책을 써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현재 1년여 간 11종의 청소예찬론을 담은 책을 펴내며 과거 전성기 때보다 더욱 활발하게 살고 있다. 그의 책을 읽어보면 탄복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행복한 자장(磁場)을 만드는 힘’이란 부제가 붙은 꼭지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치우는 청소의 개념을 우리의 인생에 접목시켰다. 마쓰시타는 우리의 마음상태와 우리의 방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자장을 만들어 낸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업의 번영, 행복한 가정, 꿈의 실현, 일의 성취 등 각종 고민거리들을 깨끗이 청소하면 인생 자체가 바뀐다고 말한다. 청소 하나만으로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윤춘식 올(All)통합교육컨설팅 대표


사는 지역 주변을 청소하면서 인생을 바꿔보라.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법을 익히기 위해 몇 가지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쾌락소비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 주기적으로 돈이 들어온다면 지장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꿔야 한다. 하지만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현역에 있을 때 연습해두자. 스트레스를 푸는 과소비,과시용 경조사비, 이유 없는 한턱 등이다. 쾌락소비가 무엇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다른 것으로 푸는 게 좋다.


두 번째는 궁색이 아닌 절제라는 걸 기억하자. 적게 쓰라는 뜻은 궁색하라는 뜻이 아니다. 궁색과 절제의 차이는 사람관계로 알 수 있다. 궁색하면 사람이 떠나지만 절제는 서로 합의해 덜 쓰는 방법을 연구하는 관계다. 사람관계마저 깨뜨리는 궁색은 피하라 말하고 싶다.


은퇴 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법을 익혀라. 은퇴후 1인 기업 또는 재취업을 할 공백기 든든한 습관
이 될 것이다. 사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일들이 아니다. 물론 엄청난 일 속에서 삶의 전환점을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하기 힘들다.


가장 간단하게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몸을 써서 일을 하는 것과 자신의 눈에 가장 가까운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쓰시타는 자신의 방을 청소하면서 인생을 바꿨다.

<글/ 윤춘식 올(All)통합교육컨설팅 대표>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서정현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