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의 의미와 향후 과제
-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12-29 11:43:33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그동안 뜸을 들여온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이미 알려진 내용을 정리하였을 뿐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실망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이번에 발표된 내용의 순서를 보면 총량규제보다 취약계층 지원에 정책우선 순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계부채 대책에도 ‘포용적 금융’이 포함된 모습이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주요 내용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증가세 지속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감 확산
2017년 6월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신용은 1,388조원을 기록하여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였다.1) 이러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감은 2011년 3월에 800조 원을 돌파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양적 규모와 증가 속도의 문제, 질적인 구조 문제 등의 논란이 가속되었다. 우선 규모 측면에서 보면 가계부채는 2002년 416조 원에서 2017년 6월 1,388조 원까지 15년 동안 3.3배 증가하였다.
특히 2015년부터 2016년 동안 가계부채는 매년 평균 128조 원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2003년~2008년)과 금융위기 이후(2009년~2014년)에 각각 연평균 51조 원, 62조 원이 증가한 규모에 비해 훨씬 크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7년 141%에서 2016년 178%로 증가해 소득 증가에 비해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의 대출 비중이 46%로 높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제2금
융권의 대출이 증가하는 이른바 ‘풍선효과(balloon effect)’로 이어졌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은행권을 크게 상회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였다. 은행에 비해 제2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취약하기 때문에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것이다.
2011년부터 총 3회에 걸쳐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었으나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쳐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가계신용이 800조 원을 넘어서면서 본격화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이번 대책을 빼고 2011년, 2015년,2016년 등 총 3회에 걸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물론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DTI), 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LTV) 중심의
부동산 대책은 훨씬 이전부터 수시로 발표되었으나 가계부채와 관련한 종합 관리방안이나 대책 발표는 2011년부터로 볼 수 있다.
2011년 대책은 영업점 성과평가 개선, 예대율 관리, 제2금융권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등 금융회사
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5년 대책은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 목표 설정, 금융회사의 심사역량 강화, 제2금융권 관리 강화 등 질적 구조 개선에 초점을 두었다.2) 한편 2016년 대책은 질적 구조개선 차원에서 집단대출 관리(공적 보증제도 개편 등) 강화, 상호금융권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증대 방안과 한계·취약 차주에 대한 연체 전후 관리를 처음으로 추진하였다.
특히, 2015년과 2016년 대책의 특징은 직접적인 총량규제보다 차주 중심의 구조 개선에 초점을 둔 내용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대책발표 후 10개월 동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를 보면 2011년 10조 원, 2015년 59조 원, 2016년 49조 원 등으로 절대규모가 줄어들지 않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가계부채 문제가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어 대책 효과를 단편적으로 측정하는데 한계는 있다.
총량규제보다 취약차주 지원을 우선과제로 선정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내용은 과거와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책 우선순위가 취약차주 지원에 두고 있어 금리 상승기에 대비하여 상환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10·24 가계부채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상환능력이 부족한 차주
가 32만 가구 94조 원 규모로 파악되었으며 이들에 대해 연체 유무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대출금리 및 연체금리 등 가격체계 개편을 유도하고 연체 발생 전 상환이 어려운 정상차주에 대해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여 상환부담을 완화시킨다. 그리고 4대 서민금융정책자금과 사잇돌 대출 등의 공급 규모를 확대하고, 소액·장기연체 채권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재창업 및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자금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그리고 금융복지상담센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 각종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금융상담 인프라를 확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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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개선 및 안정화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및 중도인출 시 세금혜택 유지, 주택연금 및 리츠·부동산 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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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수 KEB하나은행 하나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팀장 |
가계부채 문제의 해소는주거비용의 부담 완화에서 출발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증가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나 문제는 소득 증가없이 부채만 증가할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 사회적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건설 경기부양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부채를 통한 성장을 유도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함께 국내에서도 금리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디레버리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의 디레버리징이 진행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 증대를 통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것과 함께 주거비용 부담의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가계부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투기적 수요도 문제지만, 현 수준에서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낮은 금리를 이용하여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행태도 가계부채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 이면을 보면 전세 가격과 월세의 급등이 있다. 월 소득에서 전세금 이자 또는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등 총 주거비용이 주택 구입 시 담보대출 이자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불패신화를 생각하면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만간 정부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데 전월세 상한제 등과 같은 강력한 대책이 필요
하며, 부동산 정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연계를 위해 주무부서 간 원활한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가계부채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금융회사의 노력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도 대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글/ 정희수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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