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세청 조직문화 쇄신할 임자는 누구인가

경직된 시스템 기강해이 등 난제 앞에 힘에 부치는 자 首長자리 탐하지 말고
‘단 한자리’뿐인 요직에는 겸양지덕을…리더십 갖춘 人才아닌 人材 기용돼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2-03-21 10:00:55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오는 5월(10일) 출범을 앞둔 새 정부 첫 국세청장에 어떤 인물이 발탁될 것인가? 세정가의 설왕설래가 귓전을 스치기 시작한다. 외부 수혈에도 일단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내부인물을 중심으로 새 정부와의 연()을 더듬거리며 퍼즐 맞추기가 한창이다. 국세청 차장을 비롯한 1급 지방국세청장들이 자연스레 거명되고 있다. 윷놀이 패에 아니면 라는 식의 하마평이다. 충분조건은 몰라도 필요조건 정도는 갖춘 인물들이니 후보군에 오를만하다. 

 

그런데 정작 관심을 보여야 할 납세권()의 분위기는 의외로 덤덤하다. 예년 같으면 어떤 인물이 발탁될 것인지. 여러 경로를 통해 촉각을 곤두세우던 국내 유수기업들조차 반응이 전만 못하다.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의 하나로 치부돼오던 국세청의 존재가 어느새 선순환 되어 납세국민의 눈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취지는 모양이다.

 

국세당국이 지난날의 권위주의 탈을 벗어 버리고, 우리네 납세의식 또한 그만큼 성숙된 결과라면 이 보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권위주의 털어내려다 세정의 권위마저 내던져 버린 것 아닌지, 이런 환경변화가 설익게 다가온다. 국세행정은 권위와 신뢰가 생명이다. 그래야 납세 질서 유지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세정의 구현에도 힘을 받는다. 그런데 마치 국세당국을 먼 산 보듯 하니, 그야말로 먼 나라처럼 여겨진다.

 

근간의 국세행정 운영기조는 조사행정과 납세자 서비스 세정으로 요약된다. 냉혈 같은 세무조사에 친절세정을 조합함으로서 세정 이미지를 순화시켜 보자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납세서비스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세정 본연의 기조를 희석시킨 게 아닌가 싶다. 국세당국과 납세자간에는 건전한 긴장관계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했듯이, 가까이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멀리 해서도 안 되는 것인데, 너무 가까이 하다가 속(?)을 뵌 것 같다. 서릿발 같다는 조사행정 역시도 탈루세금 추징 목적보다는 납세의식 제고라는 경고성 파급효과에 방점을 둬야 한다. 세무조사를 통한 행정세수가 몇 푼이나 된다고, 조사현장에서 소리를 내는 것도 현명한 세정운영이 못된다.

 

만기친람 형(萬機親覽 形) 청장들의 등장으로 현장세정 이벤트가 눈에 띠게 늘어난 것도 득보다 실()이 많지 않았나 싶다. 때론 본청 관련부서 참모들을 대동하고 지역 산업단지를 몸소 찾아 즉석 납세간담회를 연다. 일선세정을 한 걸음 뒤에서 조망하고, 여차 할 경우 지원사격을 해줘야 할 수뇌부들이 소총 들고 전면에 나서다 보니 정작 앞장서야 할 지역 세정책임자들이 뒷짐을 지는 형국을 만들었다국세행정은 여타 조장행정과는 달리 시스템이 건전해야 소리 없이 굴러간다. 아울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조직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 이렇듯 시스템을 조화롭게 이끌고 나가야 할 장본인은, 다름 아닌 국세행정 수장이다. 유능한 수장이라면, 세정의 한 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관리자들에게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줌으로서 시스템에 활력을 심어줘야 한다.

 

일선 세정현장의 현실은 또 어떤가. 최 일선 세정을 지휘 감독해야 하는 서장들의 지위와 운신의 폭은 너무나 초라하다. ()내외적으로 그들에게 변변한 직원 인사권이 있나, 세무조사권이 있나. 그저 직함이 관서장일 뿐이다. 지난해 어느 일선관서에서 야기된 충격적인 하급 직원의 관서장 폭행사건도 일련의 조직시스템 균열이라고 봐야 한다현 상황이 이렇듯 차기 국세청장에게는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세정에 대한 이론과 실무는 차치하고 출중한 리더십을 겸비한 최소한의 충분조건을 지녀야 한다. 국세행정의 권위 또한 상층부가 아닌 일선 창구(窓口)에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세당국의 품위가 살아나며 세정의 도 적게 든다.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세정도 좋다만, 국민 앞에 당당한 국세청이 되어야 한다.

 

공무원은 누구나가 승진하는 맛에 산다지만, TO(직위별 편제)한자리뿐인 요직에 능력이 부치는 자는 스스로 그 자리를 탐하지 말아야 한다. 자리가 넉넉한(?) 여타 직위는 몰라도 국세행정 수장과 같은 단 한자리 요직앞에는 겸양지덕을 보여야 한다. 과욕을 부리면, 국세행정은 물론 전체 조직에도 큰 해악을 끼침으로서 본인자신도 허물만 남기게 된다누구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뭐냐는 식의 객기(客氣)만은 삼가 했으면 싶다

 

인사운용에 있어 지역안배 등 외적 고려 요인도 무시 못 할 사항이지만, 능력이 후순위로 밀리는 공정하지 못한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 ‘일 열심히하는 학생 같은 인재(人才)보다, ‘일 잘하는출중한 인재(人材)가 발탁되기를 납세국민의 입장에서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심재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