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한진해운 몰락과 망년회

김영호 기자 | kyh3628@hanmail.net | 입력 2016-12-30 05: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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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부국장
지난 1949년 12월 대한해운공사로 창립한 뒤 1968년 11월 완전 민영화돼 1980년 대한선주(주)와 1988년 (주)대한상선을 거쳐 출범한 한진해운이 어언 68년간의 긴 항해를 끝내고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게 돼 올해 세밑 해양수산업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난 84년 정부의 `해운산업 합리화`계획으로 `자의반 타의반` 국내 6개 부실 해운사를 인수하면서 부실채무가 과다하게 발생해 당시 국내최대 벌크회사였던 범양상선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를 받게되자 이에 충격을 받은 '재계의 신사'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은 "인간이 되시오"라는 유명한 한마디를 남기고 범양상선 빌딩에서 투신 자살한 30여년 전의 '악몽'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단순히 '한진해운의 몰락'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오너의 방만 경영 또는 부도덕의 소치로 인해 야기된 기업퇴출로 치부될게 아니라 향후 해운기업들의 연쇄적 부실 또는 해운항만 관련업체들의 '줄초상'으로 자칫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국가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대참사'라고 감히 칭할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때 '해상왕 장보고'를 필두로 동북아시아의 바다상권을 수천년간 장악해온 우리나라 해운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매출액 39조원을 책임졌고, 외화 266억 달러를 벌어들인 7위 수출산업에 세계 5위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해운입국'이라는 국가차원의 밑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해양수산에 대한 무지와 무능, 원래 부채비율이 높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금융권의 근시안적인 구조조정 작업 등이 겹쳐지면서 오히려 위기만 심화시킨채 결국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상실하는 '대참사'를 빚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이같은 '예고된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기는 커녕 늦게나마라도 물에 빠진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서 정작 자신의 직을 걸고서 적극적인 구조활동에 나섰서야 할 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들은 어이없게도 자신의 존재이유조차 망각한 채 무소신과 무기력한 태도로 수수방관함으로써 결국 세월호 침몰때 윗선의 눈치만 살피다가 초기대응에 실패해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던 해경의 어리석은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아울러 이같은 정부부처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감시감독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 상황에 대해 마땅히 경종 또는 경고음을 울려야 될 언론 매체 역시 어찌된 영문인지 사태의 심각성을 도외시한채 모르쇠와 꿀먹은 벙어리마냥 침묵으로 계속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해운항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한 것으로 우려된다.

 

천년사찰에 우뚝선 석가탑과 다보탑이 숱한 비바람으로 이끼가 서리고 비록 금이 갔더라도 미관 혹은 안전상의 이유로 함부로 철거해선 안되듯이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국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60~70년대 한국경제의 뿌리요,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자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해운업을 세계적 경기불황에 따른 일시적 경영위기를 빌미삼아 말살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전시행정의 표본이자 교각살우의 어리석은 작태에 다름아니다.

 

더욱이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미운털'이 박힌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감' 때문에 한진해운을 공중분해시키는 등 온갖 국정 농단을 자행하는 동안 정작 그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못했던 정부 고위관료들과 언론들이 뒷북치듯 연일 최순실 비리와 죄상들을 마치 경쟁적으로 까발리면서 이에 부역한 공범들 색출과 단죄여부를 놓고 하염없는 정치놀음과 국론 분열로 치닫는 양상은 그야말로 꼴불견의 극치다.

  

북쪽이 막혀 사실상 섬나라와 다를 바 없는 대한민국이 하루속히 그 정체성을 되찾고 갈수록 더 깊은 수렁속으로 침몰하기 전에 '대한민국號'를 다시 해양대국으로 회생시킬 수 있도록 다함께 국력을 모아야될 시점에 오히려 이미 흘러간 과거를 탓하느라 금쪽같은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국정 농단후 이같은 국가 혼돈상황까지도 마치 치밀하게 계산한 듯한 '최순실패거리'를 아무리 무기징역 아닌 극형에 처하더라도 한번 무너진 석가탑과 다보탑울 다시 세울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수천년을 이어져온 국가경제의 토대가 완전히 붕괴되고 미래후손들이 그나마 삶의 기반을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의 촛불'마저 꺼지고 난뒤에 뒤늦게 땅울 치며 통탄해본들 그 무슨 소용있겠는가. 

 

30여년 동안 해운업에 몸담았다가 한진해운 퇴출여파로 졸지에 백수신세가 된 친구놈과 밤새도록 소주를 마셨건만 목구멍에 꽉차인 울분과 허망함 탓에 도저히 취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망년회를 꺼이꺼이 울며 지새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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