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섬 대표의 ‘멀리 있지 않은 인문경영’

서정현 | suh310@joseplus.com | 입력 2017-03-27 09: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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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게임과 양계시장의 ‘넘사벽’

치킨 가격 중 육계 원가가 공개되면서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육계 품종과 무게별로 가격은 다르지만 육계 원가에 비해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뉴스다. 치킨브랜드 회사는 포장비, 마케팅비, 인건비, 기타비용 등 육계 원가 말고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뉴스를 보면서 소비자, 사업자 모두 만족스러운 가격을 찾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 말고도 취업시장의 치킨 풍자를 본 적이 있다. 일명 ‘졸업 후 치킨’이란 글이다. 대학을 이과, 문과로 나누고 ‘이과 졸업 - 연구원 취업 - 과로사 or 치킨집’, ‘이과 졸업 - 현장 기술자 - 과로사 or 치킨집’, ‘문과 졸업 - 작가 - 아사 or 치킨집’, ‘문과 졸업 - 사무원 - 치킨집’처럼 전공이 무엇이든지 끝은 치킨집 창업이라는 풍자다.

 

끝이 치킨집이니 만큼 치킨은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대안인 동시에 모든 사람이 뛰어드는 레드오션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볼 때마다 ‘치킨게임’이란 말이 입 안에서 맴돈다.

 

▲인유섬 대표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전으로 영화 한 편을 본 적이 있다.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이다. 아마도 한 번쯤은 다 보았을 것이다. 제임스 딘은 빨강색 재킷과 파란 청바지를 입고 멋지게 치킨게임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질주한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게임의 이름이 치킨게임인 까닭은 미국에서 겁쟁이를 닭(chicken)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즉, 1950년도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치킨게임이 유행한 것이다.

기업간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치킨게임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치킨게임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육계시장이 그것이다. 육계 소비의 주된 첨병인 ‘치킨전문점’ 창업이 사람들의 관심으로 본격 등극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오면서부터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가장 손쉽게 시작할 만한 일로 찾은 것이 바로 치킨집이었다.


당시 신문이나 방송에는 심심치 않게 대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치킨집을 창업하는 가슴 무거운 사연들이 소개되곤 했다. 악재였어도 팽창하면 결국은 시장이 되는 법이다. 직장인들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 온 치킨집은 이제 그 시장이 팽창을 거듭하며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이제 최후 보루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전쟁터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닭고기 연간 소비량은 13kg대를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은 여전히 증가세에 있다. 닭고기의 소비 증가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백색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과 웰빙 트렌드에 따른 부분육 소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꾸준한 닭고기 소비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일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북미지역 대비 2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향후 닭고기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덩달아 치킨전문점 가게도 매우 증가했다. 치킨전문점 창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으며, 특별한 요리 솜씨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보통 치킨게임은 회사간 자존심과 연계될 때가 많다. 결국 상대방이 수급을 줄이지 않고 가격인하 정책을 고집하면 자금력과 시장점유율이 낮은 기업체는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여 살아남은 사람이 ‘승자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암울한 시장 상황이 전개된다. 그렇다고 시장점유율이 낮은 업체가 모두 파산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생존전략을 수립해서 선제방어를 하기 때문에 치킨게임 업체와 다른 모든 업체의 곳간이 비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지만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양계시장은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제로섬 게임은 업체 간 경쟁을 하는 게임이고 논 제로섬 게임은 업체 간 협력을 하는 게임이다. 제로섬 게임은 무자비하게 상대에게 손실을 입히는 것이 바로 나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논 제로섬 게임’에서는 게임의 결과가 ‘0’이 아니므로 결과 값을 키우는 것이 내가 더 많은 것을 얻는 전략이 된다. 그래서 경쟁하는 것보다 서로 협력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을 낳게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양계업계도 ‘논 제로섬 게임’처럼 양계협회, 육계협회, 계열사, 부화장 등이 서로 기득권 싸움을 내려놓고 화합, 양보, 절충, 타협으로 동반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로섬의 결말은 결국 모두 다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한 쪽은 완전히 소멸 당하며 살아남은 쪽도 큰 상처가 남게 된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는 절벽으로 서로의 차를 몰아 누가 먼저 차에서 뛰어내리는지 겨루는 ‘치킨게임’이 나온다. 주인공으로 분한 제임스 딘은 먼저 뛰어내려 치킨(겁쟁이)이 됐지만 상대방은 뒤늦게 뛰어 내리려다 문고리에 옷이 걸려 그대로 추락하고 만다. 제임스 딘은 살아남았지만 겁쟁이가 됐고 승자는 사망했다. 무엇이 승리일까?


미국과 이스라엘의 창업학은 산업 규모의 성장성을 판단한 후 아이템에 접근하는 'TOP DOWN'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현재 무슨 사업에 몸담고 있든 자신이 종사하는 사업 분야에서 꿰뚫어 볼 수 있는 큰 눈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 미래까지 고민해야 진정한 경영자라고 생각한다.


‘넘사벽’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말한다. 치킨시장을 필두로 한 양계시장에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있는 듯하다. 양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넘사벽’을 뛰어넘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프로필

'보금자리’를 뜻하는 (주)보금 대표이사. 중학교 때 ‘1차 산업’ 매력에 빠져 토끼부화사업을 시작하지만 판로개척을 못해 첫 사업에서 쓴 맛을 본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배움의 갈증이 심해 무작정 상경, 공사판을 전전하며 주경야독을 한다. 우연한 계기로 ‘간판청소업’을 국내 1호로 창직하고 목돈을 만진다. 목돈으로 배움의 한을 풀 듯 대학을 졸업하고 첫 취업에서 운명처럼 닭과 인연을 맺는다.


농장영업직원으로 일하며 사장님을 모시게 되는데 ‘사장님과 나는 무엇이 다른가’,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같은 질문과 메모를 통해 1차 산업에 대한 직관과 데이터 그리고 사업철학을 만들어간다. 마흔을 앞둔 시기 성실한 그를 눈여겨 본 양계농장협회에서 전문경영인 자리를 제안하며 사업 기회를 얻는다. 협회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임기를 마친 후 자신의 뜻에 따라 2009년 직원 한 명으로 (주)보금을 시작한다.


사장과 직원 한 명. 화려했던 전문경영인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저자는 농장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며 표준화된 양계프로그램, 피톤치드가 함유된 특허받은 닭사료를 만들어내 설립 7년만에 250억 이상의 회사를 일구어낸다. 지금은 이런 과정을 녹여내 강연가로도 활동한다. 1차 산업 현장중심 강연으로 미래 1차 산업의 주역이 될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1차 산업 컨설팅 전자메일 iks91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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