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호의 영화 리뷰] '공범자들'

언론이 말을 못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10-10 08: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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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언론이다. 현상을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는 행위가 언론의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본연적 기능을 통해 진실은 말과 글로 생산된다. 그러한 생산물을 통해 국민은 세상을 이해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세상을 바꾸는 힘과도 연동된다. 그래서 사회를 해석하는 잣대로서 언론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의 생태계를 담은 다큐영화다. 지난 9년 동안 변화·추락하는 실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현실고발형 기록물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9년 동안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멍에’에 천착한 영화다. 

 

무엇보다 언론과 정치의 ‘적폐’ 형성과정에서부터 어용언론으로서의 활약(?)을 일목요연하게 다룬다. 지금의 KBS, MBC가 ‘신변잡기’ 전문방송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공범자들>은 공영방송 수난사의 시작을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미국 소고기 광우병에서 출발한다. 제목에 맞게 인물에 초점을 두고 한 명씩 그 명단을 공개한다. 당시 국민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인물들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먼저 영화는 그들(공범자들)의 첫 번째 임무인 ‘KBS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꺼낸다. KBS를 탐사보도의 명가로 끌어올린 정전 사장에게 적자경영에 대한 특별감사를 꾀한, 치졸한 작전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졸략에는 MB의 멘토라고 일컬어
지는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총잡이 역할을 한다. 첫 번째 공범자다. 영화는 정 전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토해낸다. 참여정부 시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개입 불가를 정 전 사장의 입을 통해 전달하며, MB의 공영방송 장악이 이전의 시대·인물과 대조를 이루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바통은 MBC로 넘어간다. 미국산 소고기를 사랑해마지 않았던 정부와는 달리 철저한 검증을 통해 민낯을 알린 MBC를 흔들기 시작한다. 당시 광우병의 심각성을 알려 100만 명 광화문 촛불집회로까지 이어지게한 MBC 을 고소한다. 이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MB측근으로 이뤄진 MBC방송 문화진흥회는 무언의 압박으로 엄기영 전 사장을 자진 사퇴까지 이르게 한다. 두 번째 공범자들이다.

 

또한 이명박 캠프에서 언론특보로 활동한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를 YTN에 낙하산으로 안착시키기도 한다. MB는 이러한 집중저격이 관통하자 기세를 이어갈 적임자로 MBC사장에 김재철을 투입시킨다. 핵심 공범자의 등장이다. 공영방송을 사조직 형태로 만들어 버린 MB는 본격적으로 언론을 쥐락펴락한다. 과거 60~70년대 유신시절과 80년 군부독재의 언론탄압과 궤를 같이 하는 형국을 만들어 낸다.

 

영화는 정부의 언론탄압을 그려내는데에만 그치지 않는다.‘공범자’에서 전해지는 광의적 일탈과 함축적 범죄성을 인터뷰 과정을 통해 고발한다.

 

특히, 진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신념처럼 지키려는 가치가 단순 ‘출세욕’에서 비롯됨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은 이해보다 다양한 유형의 웃음을 짓는다. 실소, 비소, 기소 등 곳곳에서 냉소가 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근혜의 등장과 연설 장면은 영화의 가장 큰 웃음코드로 작용한다. 이들 전직 대통령들이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가가대소(呵呵大笑)를 유도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웃음코드는 재미와는 상반된 분노와 씁쓸함이다. 대한민국을, 국민을, 기만한 이들에 대한 실망이 냉소로 변형된 ‘아픔’이다.

 

그렇기에 동료는 물론 삶의 가치철학 모두를 개인 영달에 종속시켜버린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버겁다. 그들을 인정하는 건 둘로 나뉜 대한민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숙명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길의 갈래에서 갈팡질팡하기보다 한 길만을 가기 위해 안간힘쓰는 공영방송의 공영인들. 4대강 사업,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농단 등에 대해 공영인들이 추구하는 건 단순하고 쉽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정확한 사실에 의해 충족시켜주는 것이 전부다. 도대체 권력과 기득권은 뭐가 그렇게 두렵고 뭐가 그렇게 감춰야 할 것이 많은지.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다 못해 삶의 터전까지 뺏으려는지 영화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최종호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 공영인들은 분명 작금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마와 싸우며 옳음을 위해 그름에 당당한 MBC 이용마 기자의 기자정신은 공영인들의 ‘소신’을 대변한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SNS에 공유한 MBC 김민식 PD는 언론이 지녀야 할 ‘소리’를 담고 있다. 최승호 감독의 집요한 인터뷰는 언론이 사실과 진실에 접근하는 ‘근성’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MBC 김연국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공영인들의 참여는 언론인들이 나아가야 할 ‘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한다. <공범자들>은 지난 9년 동안 공영언론의 아픔을 고증하는 역사물임이 틀림없다.

 

삿되고 비겁한 공영의 탈을 쓴 그들의 작태를 현재 시각에서 단죄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사실과 진실을 좇기 위해 삶마저 포기한 공영인들. 영화 엔딩크레딧에 나열된 부당징계된 공영인들의 이름 한 자, 한 자는 ‘희생’이다. 옳지 않음에 대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그들을 묵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진정한 알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언론정신’은 치유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글/ ‘심장 박동수의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창고’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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