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다스’ 세무조사가 눈에 거슬리는 까닭

‘정치적 세무조사’와의 결별 선언한
한승희 국세청장의 고고(呱呱)한 결기
납세국민 뇌리 속에 기억이 생생한데
세정이 아직도 정권눈치를 살핀다면…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06-18 08:00:39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요즘 국세청의 재벌기업 경영권 편법승계에 대한 정밀검증이 진행되자 재계가 어수선한 모양이다. 조사행정의 엄정함을 익히 알고 있는 재계이기에, 편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오금이 시릴 법 하다. 일부 언론은 이를 가리켜 ‘기업들의 수난시대’라며 납세권(圈)에 묘한 누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국세당국의 의지로 평가해야 한다.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거창한 용어까지 동원할 필요도 없는, 국세당국의 엄연한 고유업무이기도 하다.

 

헌데 얼마 전, ‘다스’인가 뭔가 하는 회사에 국세청 세무조사가 있었다는 소식만큼은 귀에 거슬린다. 한승희 국세청장의 당찬 결기가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국세행정의 오랜 폐단인 ‘정치적 세무조사’를 발본색원 하겠다”고 공언한 그의 결연한 외곬 성품 말이다. 마치 정치권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들릴 수 있는, 현직 국세청장 입장에서는 감히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발언이다. 그러기에 납세권(圈)은 한 청장의 고고(呱呱)한 결기에 심정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런 차제에 ‘다스’의 세무조사 소식은 왼지 마음에 걸린다. 이 회사는 1여 년 전에 세무조사를 받았다. 세정가에 따르면 국세당국은 최근 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끝내고, 400억원 가까운 세금을 추징조치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세청은 2016년 그해 12월부터 약 3개월간 이 회사에 정기세무조사를 단행, 법인세 등 약 39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2016년) 다스를 상대로 한 정기세무조사가 '봐주기 식‘ 아니었냐는 의혹을 품고 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른 나라 국세청도 아닌, 우리네 국세청이 수행한 공적 업무였다. 그러기에 현 정부 들어 세무조사가 또 단행됐다는 사실이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1년여 만에 세무조사가 되풀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조세포탈에 따른 범칙고발로 알려지긴 하지만, 뭔가 피치못할 사연(?)이 있는 건 아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어우러져 공연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더구나 지금 납세국민들은 ‘다스’에 얼마가 추징이 됐건 말건, 지루하게 펼쳐지는 사정당국의 코미디 같은 퍼즐 맞추기에 이미 식상해 있다.

 

그동안 우리네 국세행정은 시류에 굴절되는 모습을 적잖이 보여 왔다. 겉이 멀쩡하던 특정기업들이 정권이 바뀌고 한방 맞았다 하면 어마어마한 탈루액을 토해냈다. 이처럼 손 한번 스쳤다 하면 탈세덩이가 불거져 나오는 현실에서 국세행정의 허(虛)와 실(實)을 동시에 봐 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권이 뒤바뀌고 난 후의 당해 기업들의 상황변화다. 국세청으로부터 호되게 얻어맞은 기업들 중 적잖은 수가 법정다툼을 통해 추징액을 원상회복했다.

 

김영삼(YS) 정부의 현대그룹 손보기는 집요했다. 현대 계열사가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 출마해 YS의 노기(怒氣)를 샀기 때문이다. 현대는 그 당시 규모로 엄청난 액수의 세금 추징을 당했다. 세정가 주변에선 국세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고개를 저었다. “너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며 향후 부과처분 유지가 힘들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것저것 건(件)이 될 만 한 것을 몽땅 털어 과세한 흔적이 엿보였음이다, 그러기에 합당한 추징조치가 아닌, 시대상황에 굴절된 국세행정의 과욕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부실부과라고 진단했다,

 

엄정한 세무조사권 발동은 세정의 권위를 유지 한다. 그래서 조사행정은 세정의 최후 보루(堡壘)이기도 하다. 납세국민들은 정상적인 과세권 발동에 의해 탈세가 사전에 예방되고 또 적기에 교정이 되어 줄 때 비로써 국세행정을 믿고 따라준다. 세무조사가 한눈(?)을 팔면 세정의 권위상실은 물론 조세질서라는 근본 틀이 무너진다.

 

하지만 잘 못 쓰면 독(毒)이 된다. 정치적으로 미운 털이 박힌 기업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없이 세무조사권을 발동하면서, 정경밀착 기업에 대해서는 그 강도를 달리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세정에 대한 불신은 납세저항을 유발한다. 국세당국이 공명정대(公明正大)한 과세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납세국민들은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더도 덜도 바라지 않는다. 오직 세법을 앞세워 정도(正道)를 걷는, 뚝심 있는 국세청장이기를 바랄 뿐이다. 국세행정이 세심(稅心)을 외면한 체, 정권 눈치를 살핀다면 이는 선량한 납세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심재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