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당국·세무사회, 소원했던 파트너십 복원되나
- 모처럼 얼굴 맞댄 숙명적 세정 동반자
이젠 국세당국도 ‘나 홀로 세정’ 끝내야
양측 관계 소원하면 세정‘품’만 더 들어
세무사 우대해서 남 주는 것도 아닌데…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3-07-14 1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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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과 한국세무사회장이 나란히 한자리에 서 있는 한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한동안 소원했던 양기관의 파트너십 복원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적잖은 세월, ‘가깝고도 먼 관계’로 치닫던 숙명적 세정동반자들이 급기야 제자리로 돌아오려는가 보다.
지난 주, 구재이 회장 등 한국세무사회 회장단 일행은 국세청을 방문해 김창기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간부진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세무사회와 국세청 양 기관의 상호 협력방안이 논의됐으며, 세무사업계의 각종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는 소식이다. 구체적인 채널구축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작이 반(半)”이라 했듯이 양 기관의 해빙무드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작금의 국세행정 기조는 세정 부조리 방지책으로 납세자와의 불필요한 접촉을 가급적 차단하고 있다. 이런 완충지대가 곧 세무대리인들의 업무영역이다. 이들은 세정 최 일선에서 국세당국과 납세자간 중간 위치에서 세정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엄연한 우리네 납세환경의 현주소다. 그동안 국세당국과 세무대리인과의 관계 소원((疏遠)은 세정 최 일선에서 납세자와 밀착해 있는 이들의 특성을 너무 간과한 탓이다. 이들은 미우나 고우나 국세당국과 납세자간 중간 위치에서 세정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조세전문가로서의 세무사들의 정체성이 흔들이고 있다. 국세당국과 납세자간의 가교역이라는 상징적 의미마저 희미해진지 오래다. 한마디로 세무사업계는 사면초가다. 내적으로는 경기침체에다 신규 세무사들의 대량 배출로 세무시장은 초만원이다. 외적으로는 세무시장 진입을 노리는 유사자격사 단체와 신경전이 한창이다. 설상가상, 국세당국과의 관계도 ‘세정 동반자’가 아닌, '강력한 경쟁자' 관계로 치닫고 있다. 국세당국은 주요 고객인 납세자에게 세무사라는 가교역(架橋役)을 제치고 직접 다가서려 하고 있다.
어느 해였나, 지난날의 한 장면을 소환해 보자. 세무사업계의 심기를 몹시 건드리는 불상사가 터졌다. 세무조사 현장에서 국세공무원들의 세무비리 발생과 관련, 그 원죄가 세무대리인에 있는 양 그들을 세무비리의 온상으로 몰고 간 당시 국세청장의 발언이 불을 댕겼다. 다른 장소도 아닌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작심한 듯 ‘비리세무사 척결’ 방침을 여러 번 외치며 세무사들을 몰아 세웠다. 이에 세무사업계는 발끈했다. “손 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세무사 한쪽만을 떼어내 ‘맹폭’을 가한 것은 ‘갑’의 횡포나 다를 바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조사요원들의 특단의 윤리관을 동시에 상정해 놓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했다. 납세권(圈) 역시도 국세청의 이 같은 기조에 옹졸한 세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 세무사들도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보는’ 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 이후 국세당국이 세무대리인을 ‘패싱’(?)하면서, 양자간 ‘세정파트너 십’에 심각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서로의 관계도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의 위치로 변했다. 납세자들을 향한 국세당국의 세정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세무사들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아진다. 종전에 큰일, 작은일 구분 없이 세무사 사무소를 찾던 납세자들은 국세당국이 개발해 놓은 ‘내비게이션’에 의해 아주 손쉽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려한다. ‘텃밭’은 점차 좁아지고, 납세자와의 관계도 멀어가고-. 세무사업계의 우울한 오늘의 실상이다. 하지만 작금의 세정환경은 복잡다기해 이젠 세무사 없는 세정운영은 생각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납세자들도 세무대리인의 조언에 의해 자신들의 납세의사를 결정짓는다. 이 같은 세정환경에서 국세당국은 세무대리인들의 존재이유를 올바르게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협력하는 것이 과세당국과 세무대리인은 물론, 더 나아가 납세자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이들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세정의 ‘품’이 더 든다.
지금 세무사계는 지속적인 국내경기 불황으로 사무실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외적인 요인으로 이들의 사기를 꺾는 일은 서로가 경계해 줘야 한다. 건전한 직업윤리를 잃지 않도록 충고와 함께 격려도 보내 줘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세당국자와 한국세무사회 회장단들의 이번 조우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깨끗한 세정, 세무환경 조성에 공히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진즉에 얼굴을 맞대야 했다. 한국세무사회도 여의도(국회)만 바라보는 타성을 버려야 한다. 세종시 기획재정부나 국세청 방향으로도 고개를 틀어 실리적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그 곳에 세무사업계의 미래가 걸린 현명한 답이 있을 수 있다. 맨날 국회 쪽만 기웃거리는 구시대적 사고는 이제 아듀를 고해야 한다.
각설하고, 납세자에 대한 진정한 세정서비스는 '공정'하고도 '적정'한 과세를 유지해 주는데 있다. 그 다음이 부수적인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국세당국도 공연히 디테일 한 부문까지 과욕을 부린 나머지 주된 기본업무가 부실해 진다면 당국 입장이나 납세자 모두에게 득(得) 될게 없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세정의 일정부문은 세무대리인에게 위임해 주는 등의 공조(共助)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기도 하다. 제한된 세정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도 보다 경제적인 세정을 구사해야 한다. 세무사 대접해서 결코 남 주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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