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세무사 디스카운트’의 불편한 진실
- 회원간 수임료덤핑 세무사벨류 저평가 자초
세무사들의 꿈 ‘세무사 황금시대’실현하려면
부실기장 양산하는 악순환 고리부터 끊어야
본회 주관 대대적인 업계 자정운동 아쉬워…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4-06-25 13: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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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무사업계는 격변하는 주변 시류(時流)를 외면한 채,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인가.― 최근 어느 지방세무사회장의 공허한 절규(?)를 접하면서 동력 잃은 세무사업계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현지 지방회장은 정기총회장에서 회원 간의 수가(酬價) 덤핑 등 볼썽사나운 출혈경쟁을 에둘러 거론하면서, “회원 간의 상생 분위기 확산으로 과도한 거래처 확보경쟁을 지양하자”고 간곡히 주문을 했다. 어찌 보면 지역회원을 향한 당부이기 보다는 1만6천여 전국회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로 들렸다. 회원 간의 수수료 덤핑은 세무대리인의 정상적인 수임료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려 결국은 ‘세무사 디스카운트’를 자초한 원죄(原罪)라는 점에서 참석회원들의 뜨거운 반향이 예견됐던 터다.
하지만 민감한 이슈로 떠올라야할 수임료 문제는 무덤덤한 장내분위기에 묻혀 찻잔속의 태풍마도 못한 공허한 메아리로 소진됐다. 비정상적인 수임료는 부실기장을 양산한다. 따라서 세무대리인들의 수임료 덤핑은 성실납세 풍토조성에 심각한 해를 입힌다. 저렴한 수임료에 맛들인 일부 사업자들은 보다 값싼 곳을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남의 거래처 빼앗으려는 일부 몰지각한 세무대리인들이 더 낮은 보수를 제시하며 이들의 낚아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세무사 디스카운트에 큰 몫을 하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하지만 사업자들도 앞을 내다보는 안목은 있어야 한다. 어느 땐가는 국세당국의 세무검증에 걸려들어 그동안 재미를 본(?) 누락세금을 한꺼번에 정산((精算)해야 하는 극한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잠시 동종업계로 시선을 돌려보자. “회계가 바로서야 경제가 바로선다”–. 이 거창한 표어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대표적 ‘슬로건’이다. 지난주 공인회계사회 정기총회에서 47대 회장에 당선된 최운열 신임회장은 제20대 국회의원(민주당) 출신으로, 당시 최중경(44대) 회장과 호흡을 맞춰 신외감법을 통과시킨 인물로 전해진다. 신외감법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2018년 11월부터 시행한 외부감사법 개정 법률을 말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회계감사보수와 연계되는 만큼 수가(酬價)의 유동화(현실화)를 의미한다. 당시 공인회계사회는 외감법 개정을 통해 명분과 잇속을 동시에 챙겼다. 십 수 년 간 수임료가 그대로 묶여 사무실 경영이 어려운 세무사업계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 신임회장은 앞서 금융위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득점 대상 회사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을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외부감사 비용은 단순비용이 아니라 기업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갈등을 빚는 한이 있더라도 회계투명성 관련해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투명성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뚝심 있는 발언이다.
이제 곧 제33대 한국세무사회 집행부 출범 1년이 다가온다. 현 집행부는 ‘세무사 황금시대’라는 유토피아의 꿈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 중심에 구재이 회장이 서있다. 그는 출범과 동시에 세무사회의 존재 의미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미래 청사진을 내놓아 눈길을 모았다. 세무사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1만6천여 세무사의 사회적 역할과 법적위상을 높이기 위한 ‘세무사 제도 혁신 5대 아젠다와 비전’을 대외에 공표하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무사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세무사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세무사업계의 유토피아를 향한 꿈은 단숨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세무사의 존재가치부터 바로 세운 후 ‘세무사 황금시대’를 논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회원 간 수수료덤핑으로 세무사의 벨류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은 부실기장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동시에 사업자들에게 세무대리 수임료는 단순비용이 아닌, 성실납세 이행을 담보하는 ‘필수비용’이라는 개념을 심어줘야 한다. 기장대리의 투명성 역시, 회계투명성 못잖게 중요함을 넓이 인식시켜야 한다. 이에 따른 설득의 논리도 갖춰놔야 한다.
이쯤에서 본회 주관 전국적인 업계 자정운동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아울러 본회 집행부는 지난 1년간의 족적을 뒤돌아보며 숨고르기를 해봤으면 한다. 너무 조급히 서둘다가는 스텝이 꼬일 수 있다. 어두운 밤길 조심스레 발을 내딛듯, 한번쯤은 앞뒤 살펴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행여 ‘주요 아젠다’ 그늘에 가려, 정작 회원이 갈망하는 현안을 도외시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되짚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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