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코로나 사태에도 번지수 못 찾는 국세당국
- 민간 기업들의 준(準)전시적 상황 아직도 직시하지 못하나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 쓰는 기업에 당국은 세무조사 강행중
국세청의 향후 조치·대응 추이에 모든 납세권(圈) 초미의 관심 -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20-03-04 1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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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서 3월까지는 법인세 신고 등 기업 재무부서 죽음의 강
전년도 결산 마감-전사적 외부감사 준비로 날 지새기 다반사
세무조사의 시기라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이 正道
지금 진행 중인 정기세무조사 당장에 전면중지 시켜야…
지금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구 습격 때문이다. 홍콩의 은행들은 직원들의 출근을 금지하고 10%만의 필수요원만 출근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단 외국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의 한 대기업은 AI, internet, 모바일 통신, ERP 등을 동원해 전직원 재택근무를 발표했다. 초유의 시도다.
규모를 떠나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초비상근무체제다. 출근인원을 반으로 줄이기나 재택근무 전환이 대세다.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다. 일단 반이라도 건져야 기업이 올 스톱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단의 자구책을 취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의 준(準)전시적 상황을 아직도 국세당국은 실감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에 있는 A대기업은 지금 몇주째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6~7명의 지방국세청 조사요원들이 매일 회사로 출근해 각 부서를 상대로 업무 파악을 위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회사 직원들을 절반만 출근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 조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갑중의 왕갑인 세무조사팀에 밉보여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숨을 죽이고 있다.
세무조사의 시기라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전세계 70여개 국가에서 한국발 비행기 착륙을 금지하고 경제가 마비되는 등 기업들의 생존이 달려있는 상황에서 70일에서 90일짜리 세무조사를 강행할 이유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 기업들은 많게는 90%까지 출근을 자제시키는가 하면 보통은 2부제로 전환하고 있는 예가 적지않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배당 받은 세무조사는 계속 강행하겠다는 것이 조사요원들의 의지인것 같다. 국록을 먹으며 쉴순 없다는 것인지,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 가고 있는데 세무조사는 계속하겠다는 아집이 놀랍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국세청의 최근 보도자료다. 코로나 확산은 전국적인데도 대구경북지역만 세무조사를 중지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전국으로 번져가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외면하고 대구경북 외 나머지 지역에서는 세무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걸 스스로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세당국의 두얼굴이 겹쳐진다.
현명한 과세관청이라면 당장 전국에서 동시에 세무조사를 중단하고 바이러스 환란을 겪는 국민들의 아픔에 자중자애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어야 했다. 기업들이 스스로 세무조사 중지신청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당장 조사를 중지하면 조사진행 계획에 큰 문제라도 있는지 조사반의 의욕(?)은 꺾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어느 조사팀은 “마스크를 서로 하고 조사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기업을 닦달한다니 기가 막힌다. 이런 분위기에 감히 세무조사 중지를 신청할 용기 있는 기업이 있을까.
더구나 1월에서 3월까지는 기업의 재무부서 압장에서는 죽음의 강과 같다. 기필코 해 내야 할 시기적 사안이 첩첩이다. 전년도 결산 마감을 날 새며 해야 하고, 전사적으로 외부감사 준비에 올인을해야 한다. 외부감사를 잘못 받을 경우 어느 항공사처럼 주인이 바뀌는 비극도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산공고도 잘해야 하고 주주총회용 각종 재무자료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뿐인가. 세무조정도 거쳐야 한다. 법인세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 재무팀들은 1, 2,3월을 가리켜 그들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날밤을 샌다. 그래도 일에 쫓긴다. 설상가상, 1월에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가 있고 면세사업자 수입금액 신고 등 할일이 태산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친 것이다.
그런 마당에 세무조사까지 나오는 것은 회사 문 닫으라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는게 기업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국세당국을 향한 민성(民聲)이다. 이같은 엄중한 시국을 감안, 국세당국은 대국적 차원에서 지금 진행 중인 정기세무조사는 모두 올스톱시켜야 한다. 부과제척기간 임박의 수시조사 정도만 빼고 말이다.
지금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국세청도 세무조사를 전면 중지하여야 옳다. 더구나 일부 지방청에서도 코로나 감염증상을 보이는 조사요원들이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데도 조사요원들을 기업에 내보내고 각 부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국세행정 수장의 정무감각 부재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이제 국세청의 향후 조치와 대응 추이는 전국 납세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곧 이어질 총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정적인 민심의 결집에 기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흔(傷痕)은 언젠가는 아물겠지만 상처 입은 세심(稅心)은 누가 치유해 주나. 국세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조세플러스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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