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세무사계의 진정한 잠룡(潛龍)인가?

”올 정총 앞서 또 분열조짐 보이는 세무사계
회장출마 자청 수면위로 고개드는 얼굴들
세무사회장 자리가 그리도 물렁하게 뵈나
회원들 "대통령 구속으로 政局마저 불안한데…”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3-22 07: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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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업계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간다. 예년 같으면 예산총회로 넘어갈 올 정기총회가 아무래도 회장을 새로 선출하는 임원개선 총회로 돌변, 또 한 번 분열조짐을 보일 기세다. 회장 임기가 2년에, 연임(총4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는데 이런 불문율(不問律)마저 깨뜨릴 모양이다.

 

세무사회 회칙상 회장임기가 2년인 만큼, 올 6월 정총에서 임원선거를 치루는 것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그간 매 2년마다 회장을 갈아치우는 것은 회무의 일관성과 예산낭비 등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현 회장에게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단독후보로 추대하는 형식으로) 자동연임의 기회를 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예상되는 회장 경선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꼭 회장을 바꿔야 할 뚜렷한 요인도 없을뿐더러,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불안한 정국(政局)속에, 세무사법 관련 산적한 현안 문제로 현 집행부의 지속성이 요구되는 형국이다. 상황판단 못하는 어떤 계층의 분풀이(?) 같다는 회원 일각의 우려도 이래서 나온다. 설령 이런 판국에 현 회장 제치고 새 얼굴이 당선되면 뭘 하나. 또 다른 세력과의 분열로 임기를 허송하다 회원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막대한 회비만을 낭비한 체 그 자리를 떠날 것이다. 애꿎은 회원들만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

 

이렇듯 세무사업계의 고질적인 ‘집안 굿’은 이성의 눈으로 보면 허망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이런저런 복합적 요인들이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지만 일각의 불만(?)세력들을 잠재우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게 한 리더들의 책임, 묻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세무사회 총회 결과는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백운찬 회장의 등장이 그것이다. 회원 간의 극심한 분열을 자초하면서까지 ‘회장 3선’에 오른 정구정 집행부에 대한 심판인줄 알았는데, 회원들은 외려 정 전 회장의 힘을 업은 것으로 알려진 백운찬을 택했다. 이에 세무사계는 정 전 회장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백운찬‘이라는 새 인물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 그도 임기 전반기인 2년간 각종 내홍에 시달려 진을 빼야 했다. 업계 내 고질적인 ’내편 네 편‘싸움이 도진 때문이다. 더구나 유사직종단체들이 세무사시장을 넘보는 위기의 상황에서 반복되는 ’집안 불화‘는 리더십의 약화를 자초했다. 안전띠를 단단히 조여 매야할 집행부는 바깥일 보다는 집안 불끄기에 급급했다.

 

지금 세무시장은 외부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외압에 맞서 회원들이 똘똘 뭉쳐 파고를 헤쳐 나가기도 버거운 터에 내홍으로 날을 지새워 수장(首長)마저 방향 감각을 잃는다면 업계 앞날은 그야말로 절벽이다. 회 품격 저하로 관변(官邊) 시야에서조차 세무사회의 존재가 멀어질 가능성에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 형국으로 본다면 분열이 증오를 낳고 증오가 끝내 세무사회 파탄을 부르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제 ‘한국세무사 호(號’)는 승선인원만도 1만2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밀려오는 파고에 대처하면서 순항을 하려면 그 선장은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여야 한다. 경륜이 없으면 현 위치가 파고가 넘실되는 대양(大洋)인지, 내천(川)인지 분간을 못한다.

 

이렇듯 세무사계 수장은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닐 진데, 한국세무사회의 주인인 세무사들은 아무나 앉아도 되는 자리인양 아무나 그 자리에 앉히려 하고 있다. 때론 ’강 건너 불을 보듯‘ 마치 남의 집 잔치인 양 관람(?)을 즐기고 있다.

 

최근 세무사업계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자천타천의 특정인물들이 6월 회장선거에 뛰어 들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내 여론은 대체로 차갑다. 인물평을 논하기에 앞서 자질론(資質論)부터 꺼내고 있다. 심지어 “그들이 세무사계의 잠룡(潛龍)인지, 잡룡(雜龍)인지 스스로 자화상을 드려다 보라”는 혹평도 마다치 않는다.

 

뒤 늦게나마 새로운 리더 자격론이 거론되는 것은 다행이다.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파고에 대비할 비책은 갖췄는가. 또 세무사업계 미래를 위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회원 각자가 후보감을 검증해보려는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자과부지(自過不知)라고 자만에 취해 회장 후보로 나선 인물들을 수장(首長)으로 선택한다면 그 업보는 고스란히 세무사들에게 돌아간다. 분명한 사실은 ‘기본’이 덜되 있으면 ‘자격’ 역시 부실하기 마련이다.

 

1차적으로 이런 임자들이 감히 회장 자리를 넘보게 해서는 안 된다. 눈 부릅뜨고 감성이 아닌 이성적 판단으로 주권(主權)을 행사해야 한다. 세무사들 각자가 주인행세를 해줘야, 비로서 그들의 한국세무사회가 바로 선다. “한국세무사회, 정녕 어디로 가려 하나―” 지금 세정가 사람들이 우려스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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