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칼럼] ‘핵무장’ 말고 ‘길’ 없다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08-02 2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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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오래도록 승평(昇平)을 누려 태만함이 날로 더해. (중략). 하찮은 오랑캐가 변경만 침범하여도 온 나라가 이렇게 놀라 술렁이니(중략).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어떻게 계책을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옛말에, 먼저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대비한 다음에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라고 하였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하나도 믿을 만한 것이 없어 적이 오면 반드시 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 안재휘 본사 논설고문,

  前 한국기자협회장

임진왜란이 나기 꼭 9년 전인 15832월 병조판서 율곡 이이(李珥)가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 서두다. 이이는 이 상소문에서 유능한 인재등용과 군민양성 등 개혁정책을 담은 유명한 시무육조(時務六條)’를 밝힌다. 하지만 그는 당파싸움에 찌든 신료들의 찍어내기식 고자질에 하염없이 시달렸다. 그가 ‘10만양병설을 주장했느니 안 했느니 말이 많지만, 최소한 양병으로 외침(外侵)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지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국 내륙까지 사정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4을 쏜 지 불과 24일 만인 28일 밤 ICBM을 또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성주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미국을 향해 거듭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목표하고 있고, 종국적으로 적화통일을 꾀하고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온 세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폭탄을 들고 세상을 위협하는 돌연변이 북한의 고약한 도발책동은 난제 중의 난제다.

 

함참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최고고도 약 3700km, 비행거리 1천여km, 사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화성-14형보다 진전된 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상 각도로 쏠 경우 1를 넘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돼 미국 동부와 남부 지역을 제외한 본토 상당 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서부 연안 대도시는 물론, 5대호 주변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도 북한의 핵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사회에 한미동맹 회의론유발하려는 흉계

 

요즘 대한민국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여전히 강대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하염없이 불안정했던 반만 년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참혹한 전화(戰禍)에서 가까스로 살아나 번영을 일궈냈으나 지정학적 특성을 어쩌지 못하고, 비극적인 민족분열을 종식시키지 못한 죄로 국민들은 좀처럼 위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상화된 북한의 전쟁위협에다가 일본의 침략근성과 중국의 패권 갑질에 한없이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명징하다. 미국 본토를 북한의 직접적인 핵공격 위협에 노출시킴으로써 담판장으로 끌어내거나, 최소한 미국사회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흉계를 품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미국사회에 우리가 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미사일 공격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라는 회의론이 일게 되면 한미방위조약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핵무장론주창하는 정치인들 수두룩 나와야 정상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북한은 진작부터 남한을 조무래기취급하고 있다. “핵무기도 없는 너희들하고는 안 논다는 태도다. ‘대화제의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오직 미국 국민들을 위협해 한미동맹을 부수려는 일념에만 골몰해 있다. 중국은 겉으로만 북한의 도발을 말리는 척 하는 이중플레이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ICBM을 한사코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구조라면, 이 시점에서 핵무장론을 주창하는 정치인들이 수두룩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미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느니, 전시작전권 환수가 우선이라느니, 국제사회로부터 북한과 똑 같이 불량국가 취급을 받을 것이라느니 갖은 핑계들이 난무한다. ‘핵무장론불가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고. 핵미사일이 날아다닐 판에 이렇게 앉아서 항복하거나, 죽는 날만 기다리자는 것이냐고.

 

한국형 핵무장 프로그램가능성 국제사회 천명 필요

 

우리는 이미 베트남전에서 낭만적인 평화조약의 처참한 실패를 목격했다. 만에 하나라도, 북한의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가 논의되게 되면 동맹국 미국에게 안위를 전적으로 의존해오던 대한민국은 일순간에 닭 쫓던 개신세가 되고 만다. ‘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은 밖에 없다는 원리는 대체할 이론이 전혀 없는 현실론이다. ‘국가안보는 철저하게 만약이라는 가정(假定) 아래 완비돼야 한다.

 

우리가 살아갈 길은 핵 무장외길뿐인지도 모른다. 국회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의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우리도 즉각 한국형 핵무장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다. 온 국민이 사즉생(死卽生)의 결기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할 때다. 대화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싸워 이길 수 있는 힘부터 먼저 장만하는 것이 옳다.

 

중국.러시아에 북핵 용인하면 우리도 핵무장못 박아야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핵무장론반대를 외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일부 반미 운동권이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것은 결정적인 모순이다. ‘미군철수를 부르대려면 우리가 핵무장으로 나라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먼저 외쳐야 덜 이상하지 않은가 그 말이다. ‘양키 고 홈사드반대’, ‘핵무장 반대를 동시에 의도하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가장 기뻐할 세력은 북한 정권뿐일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핵무장주장이 줄기차게 나와야 한다. 중국을 향해서, 러시아를 향해서 너희들이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한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아야 한다.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대비한 다음에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는 율곡 선생의 충언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강고한 기백도 진정한 자부심도 거세돼버린 뭇 정객들의 모습에서 절망의 그림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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