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청 非행시 출신들의 승진장벽 공정한 ‘룰’인가

국세청 핵심보직 행시출신 편중현상은
조직결속력과 소통에 결코 도움 안 돼
불공정한 관습이라면 폐기해야할 적폐
非행시와 균형 있는 인사운용 아쉬워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2-07-11 09: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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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단행된 국세청 고위직 인사보면서 국세청 조직내부의 인적 편향성을 새삼 실감한다. 우선 인사내용을 보면, 행정고시 출신들의 득세가 놀랍다. 국세청 내 요직 거의가 행시출신들로 포진되어 있다. 특히 7명의 지방청장 중 ()행시 출신은 달랑 한 명이다.

 

행시 편중뿐만이 아니다. 출신지역 역시 한쪽으로 너무 기운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번 인사로 1급 네 자리(차장, 서울중부부산청장)를 모두 행시 출신이 꿰찼으며, 그 중 세 곳에는 이른바 TKPK 출신으로 채워졌다.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차기 국세청장 역시도 행시 출신이 발탁되리란 것은 불문가지다. 또 본청의 인적 구조는 어떤가. 향후 승진을 보장받는 조사사이드 등 주요 파트마저 행시 출신들이 섬뜩할 정도로 진을 치고 있다, ()행시가 파고 들 틈이 없다

 

세정가는 이번 인사를 두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정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어느 누구는 급기야 1급 지방청장에 발탁되는 영예를, 또 다른 인물 역시 고공단 핵심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등 흥미 본위의 인사 평이 난무한다. 전 정부가 됐건 현 정부가 됐건, 능력에 비추어 오랫동안 빛을 못 본 상당수의 비()행시출신들에겐 복창 터질 일들이다

 

이른바 전문인 청장시대를 연, 80년대 후반에도 이 같은 편중인사는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다. 전문인 청장의 원조(元祖)격인 서영택 청장 재임 시에는 행시· ()행시 출신들을 고르게 등용, 인적 균형을 꾀했다. 외려 행시 출신보다는 일반 또는 특별승진자들이 조사파트 등 요직에 기용됐다. 행시 보다는 세정일선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숙련공들을 우대했다. 세무행정은 기술행정이라는 특수성이 저변에 자리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정의 숙련공들을 중히 여기던 오랜 흐름도 세월 속에 묻혀가고 있다. 특히나 19804 세무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에서 설립한 세무대학 출신들마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세대(稅大) 선임기수들은 30여 성상 국세행정에 몸담아 오면서 현재 관리자급에 올라 있지만, 행시 출신에 비해 현저히 빛을 못보고 있다. 국세청장을 비롯해 서울청장 등 지방청장들 대부분이 90년대 중반 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굳이 따진다면 그들은 세대 선임기수에 비해 연륜도 짧다. 그런데도 세대 1기생 대부분은 수도권 청장 한번 못해보고 정든 세정가를 떠났다. 김재웅 서울청장(201512_세대1)이 유일한 성공 케이스다.

 

당시 국세청 인사책임자는 그의 밑바닥 실무경륜을 높이 평가해 서울청장에 발탁했다고 유난을 떨었다. 당연한 인선에 합당한 인사였는데 말이다. 이후 세대 출신의 수도권 청장 진입은 대()가 끊겨진 상태다. 8급으로 출발해 현재 국세청 고위직에까지 이른 세무대학 출신 관리자들은 명실공히 세정 숙련공들이다. 긴 세월 축적된 세정현장 경험은 세심(稅心)을 옳게 읽는다. 세정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제대로 짚는다. 이것이 그들 나름의 경쟁력이자, 세무관료들이 지녀야 할 필수요건이기도 하다. 비(非)행시와의 균형 있는 인사운용이 아쉬운 이유다.

 

앞서 김창기 신임국세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세정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국세청의 건전한 조직문화 확립의 절박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인력을 체계적으로 발굴·육성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렇다면, “()행시 출신들의 승진 장벽도 과연 공정한 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직 내에 관습처럼 굳어진 공정치 못한 인사운영이 반복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공정이 아닌, 건전한 조직문화를 해치는 적폐라 아니 할 수 없다. 정녕 국세청 조직문화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행시· ()행시출신들을 고르게 기용, 조직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인사패턴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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