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準재벌'이 된 네이버의 뻔뻔스런 항변
- 김영호 기자 | kyh3628@hanmail.net | 입력 2017-09-04 0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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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플러스 김영호 편집국장 |
그동안 네이버는 기존 재벌들과 달리 경영권 승계가 없는 ‘총수 없는 기업’이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펼쳤으나, 결국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과 임원들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이 4.49%로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으나, 경영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 등을 제외하면 최다 출자자에 해당한다”면서 “1% 미만 소수주주 지분이 50%에 달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4.49%는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에 있어 유의미한 지분”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이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맺은 자사주 교환으로 1.71%의 우호지분을 확보했고, 향후 10.9%에 달하는 자사주의 추가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비록 2선으로 퇴진했지만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인 그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뿐아니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이 전 의장의 영향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해외에서 ‘재벌’로 인식돼 사업상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지만, 공정위는 “그 같은 논리라면 삼성이나 현대 등의 투자활동도 잘 안돼야 한다”며 네이버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총수들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낮은 지분율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주요 자회사 지분을 거의 100%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의 경영권을 2세에게 상속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도 항변했다.
네이버 측은 "국가가 민간 기업에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30년 전 시각에 머물러있는 것"이라며 "총수 지정과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난 1980년대 제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기업집단 제도를 IT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기존 재벌과 다른 형태의 경영과 투자, 인수합병(M&A)이 일어나는 디지털경제에 걸맞는 새로운 법제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내외 유수언론들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 ”재고돼야 한다“는 등 네이버 측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한 기사들과 사설들을 마치 경쟁적으로 쏟아내놓아 그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유력언론들의 재벌(?) 혹은 권력자에 대한 편향적 기사태도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 보호대상이 네이버라는 점에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기도 한다.
"나는 재벌이 아니로소이다"라고 외치는 '네이버의 읍소'와 이를 대변하는 듯한 기성언론들의 ‘나팔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한편의 불랙코미디를 보는듯한 씁쓰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국내정치와 경제는 물론 언론까지 틀어쥔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IT 공룡'아닌 '거대 괴물'이 뜬금없이 불쌍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포식후에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보는듯해 심기가 몹시 불편한게 사실이다.
대기업은 물론 치킨집 등 골목상권까지 검색광고라는 도가니로 집어삼키며 연간 수조원을 벌어들이면서 정작 자신은 '경영권 승계를 하지않기때문에 재벌이 아니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후안무치함의 극치’라는 비난을 면키어렵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언론들의 컨텐츠와 뉴스를 검색 제휴라는 ‘올가미’로 묶어놓은채 사실상 '언론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면서 정작 자신은 IT기업이지 언론매체가 아니라며 언론기본법으로부터 유유히 빠져나가는 교묘함과 마치 데자뷰(deja vu)처럼 닮아있다.
아울러 무늬만 정부기관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그늘아래서 정작 영세하기 짝이 없는 인터넷언론들의 기사광고행위를 원천봉쇄하고, 그들의 진입과 퇴출 등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다는 식의 '오리발 행태'를 되풀이하는 뻔뻔스러움을 또다시 보는 듯한 느낌도 솔직히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공정위가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을 준(準)재벌로 규정한데 대해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동안 ‘네이버의 횡포’에 억눌려 하염없이 눈물을 훔쳐왔던 수많은 약자들의 ‘한(恨)풀이’로 투영되면서 짜릿한 통쾌함마저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실로 부인키힘든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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