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청 조사국의 파격 행보 바람직한가?
- 따뜻한 세정기조에 조직전체가 해빙모드
조사파트마저 봄눈 녹듯 납세자 곁으로
이젠 조사국 수장이 외부 행차 간담회 주관
국세당국과 납세자 ‘불가근-불가원’인데…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4-02-07 1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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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정’을 지향하는 국세당국의 세정운용 기조가 국세청 조직전체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평소 납세계층으로부터 ‘냉혈(冷血)’소리를 들어온 조사파트마저 봄눈 녹듯 납세자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조사국 수장이 업계를 행차, 세정간담회를 주관하는 세상(稅上)이 됐다.
엊그제 국세청 조사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의 세정간담회가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렸다. 국세행정 수장과 상공인과의 세정간담회는 종종 볼 수 있는 세정가의 연례행사지만 조사국장이 전면에 나서 납세기업들과 오순도순 얼굴을 맞대는 정경은 개청 이래 처음인 것으로 기억된다. 어찌 보면 해맑은 투명세정의 단면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련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국세행정의 최후보루라는 조사행정이 너무 튄다는 노파심에서다.
조사행정은 예나 지금이나 권위가 생명이다. 조사행정에 있어서 건성은 절대 금물이다. 시쳇말로 조사행정이 말랑말랑 해지면 세정의 권위상실은 물론 조세질서라는 근본 틀이 무너진다. 그만큼 조사행정은 우리네 납세의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기에 조사행정은 카리스마가 묻어날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행차가 필요할 때에도 나설 때와 안 나설 때를 한번쯤 가려보는 것이 위상 유지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너무 뜸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나대는 것은 좋지가 않다. 양(量)과 질(質)을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야한다. 그래야 권위도 서고 위상도 유지된다. 때론 뒷짐을 쥐고 한발 물러서 있는 것 같은 스탠스가 더 위엄스럽게 보일 수가 있다. 납세권역을 예의 관조(觀照)하면서 안 되겠다 싶을 때 팔을 걷어붙이는 그런 그릇(?)말이다.
“세무행정은 조용할수록 좋다”는 세정가의 격언처럼 세정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것이 최상이다. 조사행정 분야는 특히나 더 그렇다. 세정의 권위유지를 위해 한번 칼을 뺏다하면 화끈하게 끝을 봐야하는 것이 조사행정이기에 가급적 납세권(圈)에 노출되지 않도록 몸을 숙이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런데 우리네 납세현장은 손 볼(?) 곳이 너무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자니 조사행정의 품이 생각 외로 많이 들어간다. 조사행정이 납세권을 관조(觀照)하기보다는 외려 세정 최 일선에 전방 배치되어 혹사를 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무조사에 임하는 납세기업들의 대응책도 만만치 않다. 막연한 불안감에서 무조건 손을 비벼대던 과거와는 달리 중무장된 논리로 세무조사에 임하려고 한다. 여차할 경우 법정으로까지 가겠다는 것이 요즘의 기업정서라고 봐야 한다. 국세당국도 세무조사 수칙을 엄격히 준수하면서 조사행정을 훨씬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다듬는데 신경을 기우려야 한다.
납세현장의 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사파트가 아닌, 납세서비스관련 부서에서 행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기업들이 느끼는 세정상의 불만사항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날 간담회 현장에서도 "세무조사 착수시 제출한 자료를 현장조사에서 중복 요구하거나,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영업 기밀자료를 요청하는 등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고충과 함께 "불필요한 중복자료 요청을 지양하고, 현장조사를 최소화하는 등 세무조사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애로사항이 쏟아져 나왔다. 별건 사항이 아닌, 현행 국세기본법에 명시된 세무조사 수칙과 관련된 사례들이다. 현행법상 규정된 세무조사 절차만 잘 준수해 준다면 외부 행차 필요 없이 가만히 앉아서도 해결될 문제들이다.
이것 저것 감안을 해 봐도 국세행정의 최후보루인 조사파트, 그것도 그 조직 수장까지 가세한 현장행차는 부자연스럽다. 외려 국세행정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납세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어야 납세자들의 고충을 파악할 정도라면 그 직(職)이 공허하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다)이라 했다. 국세당국 역시도 납세자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세정가에 전래되고 있는 오랜 격언이기도 하다. 국세당국이 한번쯤 되씹어 봐야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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