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행정 수장다운 국세청장이 보고 싶다
- 수뇌부 불투명한 소신 굴절되는 세정현장
겉치레 납세자권리보호 멍드는 세심(稅心)
납세자 소망은 청장의 뚝심 있는 정도세정
일선기관장 권위도 바로서야 조직력 회복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4-07-08 09: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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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초(7.16)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에게 납세권(圈)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듯이 요즘처럼 먹구름 몰려오는 세정환경 속에서 차기 국세청장의 성품을 살피는 것은 납세자들의 인지상정이다. 특히나, 향후 조사행정 기류에 어떤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운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수입 펑크는 자그마치 56조원, 국세청 역대급 규모의 세수결함이다. 올해는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지만 납세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그동안 우리네 납세자들, 시류에 굴절되는 세정을 적잖이 접해온 터다.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자들의 기대나 소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너무나 소박하다. “더도 덜도 말고, 낼만큼만 세금 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여망이다.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관심 역시도 자신들의 소박한 세심(稅心)을 알아줬으면 하는 심경의 발로다. 다행스럽게도 강 후보자의 묵직하고도 진솔한 단면이 납세권(圈)에 안도감을 주고 있다. “국세청의 역할과 국세행정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성실히 준비하겠다”―. 앞서 대통령으로부터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 받은 직후 피력한 강 후보자의 짤막한 소감이다. 여기에는 평소 그 나름의 국세행정에 대한 ‘빛과 그림자’가 뇌리에 투영돼 있다는 예감을 어렴풋이나마 풍겨준다.
작금의 국세행정 운영기조는 서비스세정과 조사행정으로 양분할 수 있다. 먼저 세무조사 부문을 들여다보자. 지금 세정가 사람들은 세심을 우울케 하는 조사행정 운영상의 반칙(?)에 적잖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세청 수뇌부는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의 동시 구현을 조사행정의 키워드로 대외에 공표하고 있다. 아울러 세무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면서 납세자에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개선을 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이고 있다. 국세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납세자권리헌장'의 실천적 선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메시지는 일선현장에 이르러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소멸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사 팀에 따라서는 개별기업의 특수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경직된 제도세정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여전히 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사행정의 두 얼굴이다.
납세자들은 조사요원들의 개별기법이나 행동반경이 소속 장(長)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믿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뇌부의 불투명한 소신(?)에 납세자들이 느끼는 세정현장 체감온도가 180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수뇌부의 실천적 의지 부족이다. 조사행정의 지향점은 탈루세금 추징에 앞서 납세의식 제고라는 경고성 파급효과에 방점을 둬야 한다. 세무조사를 통한 행정세수가 몇 푼이나 된다고,― 조사현장에서 잡음을 내는 것은 조사국 위용을 좀스럽게 만드는 치졸한 행태다. 외려 세정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는 적잖은 납세기업들을 대상으로 세무검증의 손길을 넓힘으로서 성실납세에 대한 건전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서비스세정 역시도 공평과세 구현에 주안점을 둬야 하거늘, 외형적 친절세정 측면을 너무 의식하는 모양새다. 국세당국과 납세자간에는 적당한 긴장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했듯이 너무 가까이 해서도, 그렇다고 멀리 해서도 안 되는 아이러니한 숙명적 부조화 관계다. 만기친람 형(萬機親覽 形) 청장들의 등장으로 현장세정 이벤트가 눈에 띠게 늘어난 것도 득보다 실(失)이 많지 않나 싶다. 때론 본청 관련부서 참모들을 대동하고 지역 산업단지를 몸소 찾아 즉석 납세간담회를 연다. 한 걸음 뒤에서 일선세정을 조망하고, 여차 할 경우 지원사격을 해줘야 할 수뇌부들이 전면에 나섬으로서 정작 앞장서야 할 지역 세정책임자들을 관전자로 만든다. 국세행정은 여타 조장행정과는 달리 시스템이 건강해야 소리 없이 굴러간다. 아울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관리자들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 이렇듯 시스템을 조화롭게 이끌고 나가야 할 원동력은 다름 아닌 국세행정 수장(首長)의 출중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유능한 수장이라면, 세정의 한 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관리자들에게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줌으로서 조직 시스템에 활력을 심어줘야 한다.
세정현장은 또 어떤가. 최 일선세정을 지휘 감독해야할 관서장의 지위와 운신의 폭은 너무나 초라하다. 대(對)내외적으로 그들에게 변변한 직원 인사권이 있나, 세무조사권이 있나. 그저 직함이 관서장일 뿐이다. 사부(師父)도 부재요, 제자(弟子)도 없는 어정쩡한 수평조직이다. 몇 해 전 어느 일선관서에서 야기된 충격적인 하급 직원의 관서장 폭행사건도 일련의 조직시스템 균열이라고 봐야 한다. 이 또한 신임 국세청장이 해소해야할 화급한 잔제다. 국세행정의 권위 또한 국세청 상층부가 아닌 일선 창구(窓口)에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세당국의 품격이 유지되며 세정의 ‘품’도 적게 든다.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세정도 좋다만, 이에 앞서 국민 앞에 당당한 국세청이 되어야 한다. 뚝심과 소신으로 정도세정(正道稅政)을 묵묵히 실천해가는 수장다운 국세청장이 보고픈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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