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행정의 뿌리깊은 적폐 청산을 기대한다
- 신임청장의 공정· 정의로운 세정구현 등
담대한 기획 성공하려면 조직성향 경계를
관습적 기류에 매몰되면 首長성정 흐려져
국민에 인정받는 세정구상도 ’화중지병‘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4-08-27 09: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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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어제 날짜(8.26일字)로 국세청 차장, 서울, 중부, 대전, 광주, 대구 등 지방청장을 비롯한 본청 핵심부서 간부급 전반에 대한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강민수 신임청장 부임 후 첫 고위직 인사라는 점에서 ‘국세청 강민수호(號)의 전열을 재정비한 사실상의 공식 출범이다. 강 신임청장 취임(7월23일) 1개월 3일만이다.
특히나 그의 절제(節制)되고도 정제(精製)된 취임사의 여운은 지금도 납세자들의 뇌리속을 맴돈다. 통상적인 국세행정 개혁(?)을 외치던 역대청장들의 취임사와는 '결'이 다른 진정성이 묻어난다. 그는 취임식에서, ‘국민들께 인정받는 국세청'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전 직원을 향해 호소했다. 간단한 미사여구(美辭麗句)마저 거부된 담백한 취임사에서 신임청장의 진솔한 의지가 읽힌다. 국세당국의 궁극의 목표는 납세국민이 신뢰하는 국세행정을 구현해 주는 것일 게다. 국세청장의 1차적 소명은 안정적인 국가재정수입 조달에 있다지만, 실은 납세국민의 권리보호, 그리고 공평한 과세가 으뜸이 돼야한다. 국민의 납세의무 못지않게 납세자권리 또한 중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번만큼은 납세자권리침해 사례가 아직도 상존하는 국세행정의 적폐가 신임청장에 의해 과감히 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세행정에도 뿌리 깊은 적폐가 적잖이 쌓여있다. ‘정치적 세무조사’는 모습을 감췄다 해도, 다수 기업들이 겪고 있는 ‘갑질 세무조사‘는 아직도 개선의 길이 멀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기업을 겨냥한 쥐어짜기 세무조사가 정치적 세무조사에 비해 폐해의 정도가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이 납세권(圈)의 보편적인 정서(情緖)다. 전임 청장들 역시 정도세정을 외쳐댔지만, 정작 세무조사절차 부문과 같은 내규문제 시정엔 외면을 해 왔다. 바깥세상을 향해 띄우는 메시지와는 달리, 응당 시정해 줘야 할 납세자들의 소박한 세심(稅心)엔 등을 돌린 것이다. 납세자들은 정상적인 과세권 발동에 의해 탈세가 사전에 예방되고 또 적기에 교정이 되어 줄 때 비로써 국세행정을 믿고 순응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세무조사 절차‘ 준수 따위엔 딴청을 부리고 있다. 세정가 원로들은 국세당국의 이 같은 관행적 행태를 두고 국세청 최고책임자를 향해 ”조직 성향을 경계하라!“는 경고사인을 보내고 있다. 대(對) 납세자 관계에 있어 조직내부의 관습적 기류인 ’우월적 지위‘ 성향(性向)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같은 권위 의식이 수장(首長)의 성정을 흐리게 하는 주(主)요인이 될 수 있다는 고언이다.
납세자권익침해 사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첨예하게 나타난다. 당국과 납세자간에 세법 해석상의 견해차이로 줄다리기를 하는 현장이 바로 세무조사이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상의 ’납세자권리 헌장‘은 너무나 선명하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납세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납세자 권익보호에 대한 국세청의 실천의지를 표명하는 선언문이 담겨있다. 특히나 납세자는 신고 등의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조세탈루 혐의가 없는 한 성실하다고 추정되며, 법령에 의해서만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고, ’공정한 과세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과 범위‘에서 조사받을 권리가 있음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소멸되는 때가 적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선 세정현장에서는 납세자권리 구제와 관련해 가슴을 치는 납세자가 한 둘이 아닐 게다. 한마디로 불복청구 사안 심리에도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쉽다는 것이다. 상급심으로 가면 납세자 주장이 인용될 것을 뻔히 일면서도, 억울한 납세자를 외면하는 심사청구제도가 왜 존치하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온다.
국세당국을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치부하는 것이 우리네 사회풍조다. 납세국민의 공복(公僕) 집단을 ‘권력기관’으로 인식하는 허탈한 현실이 말해주듯, 국세행정은 태생적으로 납세국민에겐 두려운 존재다. 그러자니 국세당국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납세국민들은 가슴을 죈다. 납세국민과의 관계에 있어 국세당국자들의 ‘우월적 지위’도 이래서 형성된다. 납세자들을 만만하게 보는 심리가 자연스레 발로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 수뇌부가 아무리 납세자권리 보호를 외쳐댄들 조직원들에겐 마이동풍이다. 최근의 세정환경은 매우 난해한 국면에 처해 있다. 침체된 경기부진으로 2년 연속 세수펑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 세수전망 역시 매우 어둡다. 본성이 합리적인 수장도 행여 조직분위기에 편승된다면 초지(初志)가 흔들릴 수 있다. 스마트한 국세행정을 약속한 신임 청장이라면, 조직성향을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자칫 관습적 기류에 매몰되면 합리적 성품의 국세청장도 권위적인 인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그가 계획한 국세행정의 담대한 미래 청사진도 화중지병(畫中之餠-그림의 떡)이 된다.
”국세청장으로서, 국민과 납세자의 아픔을 보듬는 세정을 펼치고 어려운 여건에 있는 소중한 대내 직원들을 잘 다독여서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으로 이끌어 반드시 국민들께 인정받고 싶은 것이 큰 바람이다"...(중략) 강민수 청장의 취임사 끝머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을 맴돌고 있다. 국세당국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그치지 않는 한, 이 공약 역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납세자를 귀하게 여겨야 세심(稅心)이 바로 보인다. 부디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으로 이끌어 국세행정의 뿌리 깊은 적폐가 말끔히 청산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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