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서로 마주보고 있는 목포구등대와 펜션

김영호 기자 | kyh3628@hanmail.net | 입력 2017-07-11 09: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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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은 불러 본 동요 등대지기. 이 가사와 같은 모습을 한 곳이 전라도 해남 화원반도 땅에 있다. 전라남도 해남에 눌러앉아 목포시를 바라보고 있는 목포구등대가 그곳이다.

 

여기에 오면 달리도, 외달도, 팔금도 등 여러 섬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등대 뒤편으로는 해발 200m 남짓한 야트막한 야산이 있어 발품을 조금만 팔면 목포의 항구와 유달산, 영암방조제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곳 앞 바다는 목포와 인근 섬, 제주도를 연결하는 항로라 수많은 쾌속선, 유람선, 고깃배들이 수시로 지나다닌다. 해상 요충지이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오래 전에 이곳에 등대를 세웠다.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는 1903년부터 시작된다. 구한말 서구의 문물이 밀려오자, 나라에서는 인천 바다 앞 팔미도에 최초의 등대를 만들고 불을 밝혔다. 그로부터 5년 뒤, 팔미도 등대로부터 약 390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인 이곳에 목포구등대를 만들었다. 이 등대는 1908년 처음으로 불을 밝힌 뒤, 무인등대로 운영되다가 1964년에 유인등대로 전환되었으며, 2003년에는 범선 형태의 모습으로 새 단장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2008년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로 등록된다.

  

한때 이곳은 굉장한 오지였다
뱃길로 가면 목포에 금방 다다르지만, 육로를 통해서 목포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지금은 목포대교,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 등의 건설로 육로로도 쉽게 갈 수 있지만, 사회 기반시설이 없었던 과거에는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굳이 이곳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지도를 펼쳐놓고 한 눈에 바라보면 이곳의 교통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도 이곳에 근무한 등대지기는 무척이나 외로웠으리라.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철석 하는 파도소리, 은은하게 내뿜는 석양, 밤하늘의 달과 별, 그리고 지나가는 고깃배, 유람선들만 등대지기의 벗이지 않았을까?

 

 이처럼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이곳에 누군가 펜션을 만들었다. 펜션은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먼 길을 항해하는 선장에게 친구를 만들어준다. 섬과 섬 사이에 저무는 해님을 그리는 화가를 초대하고 밤바다에 투영되는 달빛을 읊어주는 시인을 초대한다. 그리고 등대지기에게 말벗을 붙여준다. 외로움을 달래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펜션에 머물렀다 가지만, 떠남과 만남이 있는 이곳을 거쳐 간 나들이객의 조잘거림은 등대지기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등대와 펜션은 이제 절친이 되었다. 등대는 뱃사람들의 밤길을 밝혀주고, 펜션은 사람들에게 쉴 곳을 제공하면서 서로 마주보고 의지한다. 오늘도 지나가는 파도와 갈매기, 석양과 별빛, 그리고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은 당신에게 물어본다.  <글·사진 하현호 여행작가>

 

“당신은 이곳에 머물면서 외로운 등대지기의 말벗이 되어보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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