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택순 심판원장, 납세자 불만소리 귀 기우려야
- 조세불복청구 인용률 17%대, 공정성 문제없나…
납세자 권리구제 보다 국고(國庫)측면 지나치게 집착
폐쇄적 운영 벗어나지 못하면 납세자에게 ‘왕따’ 당해 - 정영철 | news@joseplus.com | 입력 2018-04-10 1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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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기자 |
지난 2일 조세심판원 수장(首長)에 새 얼굴이 앉았다. 그동안 납세권(圈)에 적잖이 아쉬움을 남긴 심판원이기에 이번 수장교체는 주변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감지한 것일까, 안택순 신임 조세심판원장은 납세자들의 아쉬움에 화답이라도 하듯, 취임일성으로 “공정성과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주장을 충실히 경청해 줄 것’을 직원들에게 간곡히 당부하면서, 심판결과에 따른 신뢰성 제고를 위해 ‘어느 쪽,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는’ 균형 잡힌 시각을 특히 강조한 것이다.
세정가는 이에 공감하면서 신임 원장을 향해 여러 가지 고언(苦言)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심판청구 사안에 임하는 심판원 내부 자세의 교정이다. 불복 당사자나 대리인의 대면기회를 의도적로 봉쇄하려는 것 같은 분위기가 살아 있는 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납세자 권리구제 보다는 국고(國庫)측면을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우려의 소리다.
조세전문가 일각에서조차 이런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심판원 직원들은 과세관청이 불복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과세담당직원에 대한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패널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애민(愛民)보다 국고주의에 치우치는 경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몇 년 사이 조세심판원의 저조한 인용률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해 21.9%를 제외하고 2014년 17.7%, 2015년 17.8%, 2016년 21.7%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4년, 2015년의 인용률 17%대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여파가 우리나라에도 크게 미쳐 세수부족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에 인용률이 17%의 저조한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고위주 드라이브가 강했던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심판원장의 월권(越權)행위도 큰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심판사건의 주된 심리를 심판관에게 돌려주는 등 심판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심판청구 심리결과 상임심판관 선에서 결정이 난 안건을 심판원장이 재심의에 회부하던 과거 사례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이 제 구실을 하려면 무엇보다 종사자들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것이 조세심판원 운영의 ‘키 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야 국고주의를 떠나 납세자 기본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업무처리를 하게 된다. 납세자권리구제를 위한 전심창구(前審窓口)들이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면 언젠가는 납세자들에게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 기구라면 생명력이 얼마나 가겠는가.
지난 2008년 2월, 기획재정부에서 분리,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기구로 격상 출범한 ‘조세심판원’― 납세자들은 재정부 품안을 떠난 심판원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외형상 변화만으로도 국세심판 결정에 보다 운신이 자유로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정가의 평판은 그게 아니다. 오히려 납세자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소리가 적잖이 들렸다.
너무 국고주의에 치우친다는 불만의 소리였다. 이를 반증하듯, 조세심판원이 감사원으로부터 뼈아픈 질타를 받기도 했다. 행정편의주의적 사건처리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강도 높은 지적을 받은 것이다. 조세심판원장에겐 옐로카드를 보냈다. 조세심판원 이미지의 치명적 손상이다.
안택순 신임 원장은 우리나라 세제(稅制)의 산실,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정통 관료이기에 납세국민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조세심판원은 왜 존재하나’ ―. 납세국민으로부터 이런 불신의 소리만의 듣지 말아야 한다.<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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