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조세심판원은 왜 있는가
- 납세자권리보호 강화책 마련도 좋다만
심판원 내부자들의 관념교정이 급선무
국고 집착 말고 납세자권리구제 역점
愛民的 결정으로 심판권위 바로 세워야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3-04-24 09: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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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이 엊그제 신속한 심판사건 처리와 공정한 심판결정, 심판원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을 내놨다. 우선 심판청구 사안에 대한 신속한 사건 처리다. 당사자 양측에게 각각 2차례씩 항변(납세자).추가답변(처분청) 기회를 부여해 사건처리 지연요인이 되어온 표준처리절차를 폐지함으로써 사건조사기간을 단축키로 했다. 최소 2차례 이상 회의를 하도록 되어있는 쟁점설명기일 대상사건도 주심판단 하에 1차례 회의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도록 보완했다.
또 비상임심판관 결격사유를 신설, 취업심사대상기관 근무자 및 퇴직 후 3년 미경과자 등의 비상임심판관 위촉을 금지해 심판결정의 신뢰성을 높이도록 했다. 2015년 이후 비상임심판관은 한 차례만 중임 가능하도록 한 규정 또한, 우수한 외부전문가의 활용이 제약되는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엄격한 요건 하에 비상임심판관 연임을 허용키로 했다. 특히나 불복청구인으로부터 불만요인이 많았던 합동회의도 손을 봐, 회의의 원활한 진행 및 내실 있는 토론을 위해 조세심판관합동회의의 구성인원 축소를 추진한다. 현행은 원장, 상임심판관 전원(8명) 및 동수 이상의 비상임심판관 등 최소 17명이다. 이 밖에도세목별 담당제 도입과 함께 직급상향. 결재단계 축소 등을 통해 심판원 운영규정상의 조정검토기간을 현행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등의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신속한 심판사건 처리, 공정한 심판결정, 심판원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납세권(圈)의 반응은 반신반의(半信半疑)다. 심판원 수장이 바뀔때마다 '공정한 심판결정'을 외쳤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의 바램은 신속한 처리도 좋다마는 무엇보다도 공정한 처리를 갈망한다. 세정가 세무대리인들도 그동안 조세심판원에 대해 아쉬웠던 속내를 쏟아내고 있다.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심판청구 사안에 임하는 심판원 내부자들의 기본관념의 교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고위주 운영으로 납세자권리구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심판운영을 적잖이 경험했던 그들이다. 심지어 심판관 가운데는 불복 당사자나 대리인의 대면기회를 의도적로 차단하려는 것 같은 인상을 줌으로서, 공정한 결정에 대한 기대감을 초장부터 자른다는 푸념도 나온다. 조세심판원의 역할을 스스로 의심받게 하는 행위다. 이러한 선입견이 잠재해 있는 한,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한들 사상누각이라는 불신감이 깔려있다. 심판원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왜 주변 여론이 이렇듯 부정적인지 자성(自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2월, 기획재정부에서 분리,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기구로 격상 출범한 ‘조세심판원’― 납세자들은 기재부 품안을 떠난 심판원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외형상 변화만으로도 조세심판 결정에 보다 운신이 자유로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었는지, 외려 국고주의에 너무 치우친다는 불만의 소리가 거셌다. 이에 대한 반증인지 조세심판원은 감사원으로부터 뼈아픈 질타를 받기도 했다. 행정편의주의적 사건처리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강도 높은 지적을 받은 것이다. 당시의 조세심판원장도 옐로카드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출범된지 어언 15년, 조세심판원의 자화상이다.
납세자들은 잘못된 과세가 시정이 안 될 경우, 관계당국을 탓하기에 앞서 정부를 원망하는 것이 보편적 심성이다. 행여 행정편의주의적 사건처리로 정부의 불신감을 부추긴다면, 이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특히나 조세심판원의 운영기조는 심판원 수장(首長)의 평소철학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는 점을 납세자들은 익히 알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주변의 시선을 별스럽지 않게 여긴다면 조세심판원의 존재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납세자권리구제를 위한 전심창구(前審窓口)들이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면 그 생명력이 얼마나 가겠는가. 조세심판원은 모름지기 신속성· 공정성· 전문성이 결합된 애민(愛民)적 심판결정으로 납세자권리구제 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조세심판원은 왜 있는가―’ 납세자권리보호 강화책 마련에 앞서 관계자들이 또 한 번 되씹어봐야 할 진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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