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빛바랜 한국세무사회 창립60주년 기념행사
- 세무사회 야심작‘드림봉사단 발대식’
회내 여러행사 뒤섞여 분위기 어수선
괜한 덧칠 '빅 이벤트'효과 반감 자초
납세자에 담대한 메시지 전달에도 실패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2-02-13 13: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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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잔치 먹을 게 없다”고 했던가. 한국세무사회가 창립6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지난주 치룬 거대한 행사는 집안잔치로 막을 내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행사는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대식’을 주제(主題)로 전국 지역세무사회장이 자리를 함께한 매머드 급 이벤트였다. 하지만 정계인사들의 참석과, 제10회 조세학술상 시상식 등을 뒤섞어 진행함으로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행사의 제1세션(?) 역시도 조세학술상 시상식이었다.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이 한국조세연구소 조세학술상 공로상을 수상한데 이어 손영철 세무사, 이중교 연세대 교수 등에게 논문상이 주어졌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대신한 김진표 의원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그리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참석했으며 한동안 이어진 인사말로 상당시간이 할애됐다.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대식’이란 이날의 주제가 외려 외소해 보였다.
특히나 아쉬운 점은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족과 같은 ‘빅 이벤트’는 모처럼 한국세무사회의 변모된 이미지를 대외에 전하는 담대한 메시지가 됐어야 했거늘, 굴절된 행사 분위기에 가려져 빛이 바랬다. 참석자 일각에서도 마치 장르가 다른 영화 몇 편을 동시상영으로 본 것 같다는 촌평을 내기도 했다. 참신한 프로그램에 불필요한 덧칠 가해 초점도 흐려졌거니와 순수성마저 잃게 했다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세무사업계는 '회원 수 1만5천명'시대를 맞고 있다지만 큰 덩치에 반해 체력은 허약한 기현상이다. 질적 성장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처럼 세무사계가 외화내빈을 면치 못하는 것은 그들의 권익단체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산하 회원들의 안일한 경영 마인드가 제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세전문가집단에 걸 맞는 큰 안목의 ‘아젠다’를 찾아보기 힘든 점은 크나 큰 실책이었다.
납세자들에게 조세전문가로서의 세무사 집단이 하나의 전형적인 직업 군(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이 같은 근시안적 안목이 가져다 준 결과물이다. 납세자의 눈에는 자신들의 권익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줘야 할 조세전문가로서의 소명의식이 너무나 희미해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자니 늘 납세자와 함께하면서도 그들의 절대적 조력자라는 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 뿐인가. '세무사들의 진정한 힘'은 다른 곳이 아닌 납세자로부터 나오는 법인데, 엉뚱한 곳에서 힘을 빌리려했다. 세무사제도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 쪽만 바라봤다. 번지수도 잘못 짚었으며 너무나 단견적 수익사업 위주로 세무사제도를 운용해 온 감이 적지않다. 세제개혁 시즌에 즈음, 납세자 권익 대변자로써 굵직한 대(對)정부 세제개선 건의 등 조세전문가 집단다운 면모를 부각시킬 만도 했는데 실기(失機)를 거듭했다.
이런 차제에 원경희 회장이 앞서 대외에 공표한 ‘한국세무사회 아젠다S-33, 2022’ 프로젝트는 세무사업계의 일대 혁신을 예고한 것으로 세정가는 물론 대외의 반향도 적지 않았다. 7개 분야 총 33개 과제 가운데 제1호 아젠다는 세무사법 개정이었으며, 이에 버금가는 과제가 바로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족이다.
원경희 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지금껏 국민들로부터 받은 많은 수혜를 돌려드리는 방법은 전문자격사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며 세무사 드림봉사단의 발족은 이러한 선순환의 역할을 담당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가슴 벅찬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세무사들이 납세국민들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결의이기도 하다.
물론 주요행사에는 정계를 비롯한 외부 인사들을 대거 참석 함으로서 장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 대선 정국이라는 시국을 감안한다 해도, 행사의 고유목적과 유발효과를 가리는 변별력이 있어야 했다. 집행부의 불필요한 과욕이 주제의 본질을 희석시키지 않았나 하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행사였다.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도 ‘한국세무사회 아젠다S-33, 2022’ 프로젝트‘의 참신한 콘셉트(concept)가 이번 행사에서 왜 빛이 바랬는지 뒤돌아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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