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포기하겠다는 혼전계약서, 유효할까?
- 김시우 기자 | khgeun20@daum.net | 입력 2017-04-26 08: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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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상속전문회계사 |
보라는 부인과 사별한 현수와 재혼하려 했지만 현수 자녀들의 반대로 쉽지 않았다. 보라에게도 딸이 하나 있었는데, 현수의 자식들은 죽은 엄마가 약국을 경영해서 축적한 재산이 보라와 그 딸에게 상속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아버지와 보라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결국 보라는 혼인 전 보유한 재산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혼하더라도 재산분할을 요구하지 않으며 상속도 포기한다는 혼전계약서를 쓰고 나서야 현수와 재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혼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현수가 암으로 사망했다. 현수의 자녀들은 현수가 남긴 상속재산을 다 포기하라며 보라가 작성한 혼전계약서를 내밀었다. 보라가 작성한 혼전계약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보라가 작성한 혼전계약서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는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혼전계약서가 많이 이용되고 있고, 혼전계약서를 쓰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까지 있다. 한 예로, 비틀즈의 멤버로 유명한 폴 매카트니는 두 번째 부인 헤더 밀스와 재혼하면서 혼전계약서를 쓰지 않아 이혼할 때 무려 1억 2,500만 파운드의 이혼위자료를 청구받았다고 한다.결국 우리 돈으로 약 500억 원의 위자료와 저택한 채를 넘겨주는 선에서 합의를 했지만, 4년 간의 결혼생활의 대가치고는 너무 많았다. 이것은 혼전계약서를 쓰지 않아 생긴 일이다.
혼전계약서, 우리나라는 ‘글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상속이나 이혼을 염두에 둔 혼전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대법원 2000.2.11. 선고 99므2049,2056 판결), 상속개시 전 포기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이나 사망으로 인한 재산분할과 상속 등은 사전에 이를 아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작성한 포기각서나 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결혼 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재산문제에 관여하게 되기 때문에 결혼 전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혼전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해야한다는 견해도 많다. 재혼 커플이 많아지고 황혼 재혼도 크게 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범위에서 혼전계약을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간통죄가 위헌으로 판결 나면서 혼전계약서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혼 전 재산에 대해 재산분
할을 요구하지 않는다’거나 ‘불륜을 저지르면 전 재산을 포기한다’는 식의 혼전계약서는 크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글/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상속전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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