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1급’ 공무원이 그리도 하찮은 존재인가

국세청 고위직 인사패턴 이대로 괜찮나
세정여건 어려울수록 경륜있는 人材 필요
국세청 조직 내 유능한 인재들 많다지만
人才와 人材 분별,숙련인력 중히 여겨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12-07 0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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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 고위공무원들의 주가(株價)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이라는 1~3급 인사풀이 들어서면서 '1급 공무원'의 구분이 흐릿해지긴 했지만 이젠 가파른 퇴색일로(退色一路)를 걷고 있다.

 

세정 특성상 기술(?)이 요구되는 국세청마저도 숙련인력의 경시풍조가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수십 성상(星霜) 국세행정에 봉직하면서 축적된 기량을 후진에 전수해줄 틈도 없이 용도폐기 된다. 제대로 꽃 한번 피우지 못한 체 ’푸른 낙엽‘이 되어 조직에서 떨어져 나간다. 매년 이 같은 인사 패턴이 반복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조짐이 찾아들고 있다. 먼저 김용균 중부국세청장(1급)이 연말 후진들을 위해 전격 명예퇴직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나는 최 단명(短命)이다. 세정가는 이 같은 인사 패턴을 마치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 관전평을 해 댄다. "그 자리(1급)에 누가 발탁된다는 둥, 아무개가 물러날 줄 알았는데 살아났다“는 등 흥미위주의 뒷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고급인력의 경시풍조가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사례다.

 

김 중부청장의 명퇴에 따라 연말 국세청 고위직 인사는 이미 예고된 대구와 대전국세청장의 명퇴와 함께 예상 밖의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국세청장을 빼고 고위직 군(群) 가운데 분명한 유임자는 국세청 차장과 서울청장, 달랑 2명 정도다. 이렇듯 세정을 책임지는 국세청 내 요직들이 대부분 8개월에서 1년 남짓 봉직을 하고 옷을 벗고 있다. 세정여건이 어려울수록 경륜이 풍부한 인재(人材)가 아쉬운 법인데 가치관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풍조로 변해간다.

 

국세청 조직 내에는 유독 인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주가 놀라운’ 인재((人才)와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人材)는 구분돼야 한다. 단위 지역 세정책임자로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은 인재(人才)로만은 부족하다. 행정의 노련미가 겸비 될수록 좋은 재목이다. 더구나 국세행정은 기술행정이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 그 ‘한 올‘의 행간 속에 축적돼 있는 행정의 노련미가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아까운 숙련인력들이 행정의 노하우를 후진들에게 전수해줄 기회도 없이 명퇴라는 이름하에 세정가를 떠나고 있다. 임자는 많고 갈 자리는 한정되다보니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여러 사람으로 쪼개 앉히는 이른바 십시일반(十匙一飯)(?) 인사운영이 되풀이 되고 있다. 1급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쌓아온 실무적 경륜을 외면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지방국세청장도 지역사정에 겨우 눈이 뜨일 즈음이면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지역세정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은커녕 지역현황 챙길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지역세정 책임자들의 메시지는 너무나 공허하게 들린다.

 

물론 조직의 활력상 보직의 순환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 세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을 단지, 인사순환을 목적으로 선별 없이 퇴출시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치 전쟁터에서 전술(戰術)없는 전술을 펼치는 것과 같다.

 

세정가의 법정정년(法定停年)은 마(魔)의 벽(壁)이 된지 오래다. 수십 성상(星霜) 국세행정에 기여해온 고급인력들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아래 해마다 무리지어 세정가를 떠난다. 하지만 고급인력의 동시 다발적 퇴진은 조직의 안정성 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리그 전(戰)’(?) 없이 모두가 결선(決選)에서 겨루게 하는 현행 인사시스템보다는 재목다운 재목들이 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평소에 곁가지(?)를 쳐 주는 인사운용도 재고해 볼만하다. 해마다 느끼는 유감(遺憾)이지만, 지금과 같은 국세청 인사패턴은 분명 요직(要職) 낭비요 사람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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