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탐방] 정회경 디자인 그룹 누리 대표

인간의 오감과 결부된 20% 디자인을 향하다
서정현 | suh310@joseplus.com | 입력 2017-07-28 0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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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디자인은 건물 디자인, 전체 인테리어디자인, 실내 전체 데코레이션까지 토탈 디자인을 주로 한다. 호텔, 준종합병원, 개인 별장 위주로 작업을 해왔는데, 정회경 디자인 그룹누리 대표가 생각하는 디자인개념은 실제 우리가 아는 인테리어 개념과 다르다. 대부분 도배하고 바닥만 바꿔도 인테리어라고 부르지만 토탈 인테리어는 공간에 대한 사람이 지향하는 방향을 디자인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정회경 디자인 그룹 누리 대표로부터 들어본다

 

Q.가구에서 칼라까지 토탈 디자인 회사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 있나.
A_ 디자인 작업은 전공하고 거의 18년 정도 되었다. 초창기에는 디자인이 의외로 쉬웠다. 한마디로 겁 없었다. 그때는 직원들을 30~40명일 정도로 회사를 금방 키워냈다. LG디자인연구소, 동부계열,KDA 등과 협업을 많이 했다. 실제적으로 초창기에 너무 빠른 길을 가다 보니, 인테리어라는 걸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전공을 했으니 쉬웠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안하기만 하면 금방 채택되다 보니 더 그러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완성해가며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리스크를 사후 관리했다. 그러면서 ‘수준이 현재에 머물러서 안 되겠다’라는 것에 생각을 굳히고 디자인 발전을 위해 미국, 유럽,일본 등 선진국 박람회 등 외국을 많이 다녔다. 처음에는 공사수준에 머물렀던 디자인이 차츰 토탈 디자인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Q.토탈 디자인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가. 그리고 디자인의 질을 생각하려면 기본을 위해 공부해야 된다고 했는데.
A_ 예를 들면 ‘이 나무가 이 공간에 맞는 느낌일까?’ 회의실 공간, 브리핑 공간. 집무실, 휴게실 등에 따라 나무의 종은 달라져야 한다. ‘어떤 나무로 사람을 힐링하게 만들 것인가?’처럼 토탈 디자인은 삶과 결부된 디자인 개념이다. 사물의 칼라톤 역시 공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묘한 인간의 오감과 맞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몰랐다. 갈수록 좀 더 세분화되어 일하다 보니 디자인 작업이 어려웠다.

 

배워야 될 게 너무 많아 일본, 유럽 등을 많이 다녔다. 유명한 이태리 가구 디자인 회사에 가서 견학을 하거나 일본 디자이너와도 기획을 했다. 그러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느끼는 방향이 달라졌다. 보는 눈이 길러져야 디자인을 잘할 수 있다. 단순한 것만 바꾸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다. 사람의 삶과  결부되는 디자인은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줘야 한다. 기본을 충실히 하고, 그 기본을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색감 하나라도 더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에르메스 브랜드 칼라는 주황색이다. 그 색이 너무 예뻐서 디자인에 반영해보고자 현장에서 칼라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만들 수 없었다.  

▲정회경 디자인 그룹 누리 대표
우리가 흔히 느끼는 예쁜 오렌지색이 정통 에르메스 칼라인데,한국에서 조색하려다 보니 아무리 해도 똑같아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독일에서는 조제할 때부터 이미 다른 재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는 색깔만 믹싱을 하는데, 어떤 채도나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 다른 재질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 과학이 디자인에도 필요하다. 튀는 것 같지만 튀지 않는 안정적인 에르메스 칼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기술진들이 함께 작업을 해나간다. 이렇듯 뭔가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된다.

 

Q.회사를 처음 만든 게 30세 때였다고 들었다.초창기에 회사가 커지게 된 배경이 있다고 했는데.
A_ 굉장히 운이 좋았던 듯하다. 동부그룹에서 만평 넘는 곳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컬래버레이션 업체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디자인 설계를 하지 못해 내려오는 것들만 시공공사를 했다. 도면을 보면서 공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컬래버레이션 업체들의 결론은 다 달랐다. 그 중에서 우리 회사의 공구가 굉장히 깨끗했다. 사실 2~3mm 차이였다. 가구도면에 10mm 이하라고 나와 있었기 때문에 나는 9.5, 9.8을 지키려고 애썼다. 직접 공장에 가서 V코팅을 하면서까지 설계 도면의 9.8mm를, 10mm 이하를 엄격하게 지켰다. 남들 볼 때는 그 0.5mm가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일반적인 사람들은 눈으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디테일에 신의 한 수가 있었다. 나중에 작업이 끝나고 나서 타 업체의 세팅과 우리 회사 세팅과는 큰 차이가 났다. 9.8을 어렵지만 지킨데 비해 타 업체는 10.2, 10.5였던 것이다. 그 후에 우리 회사 공구를 보고 ‘어느 회사에서 했냐?’며 단박에 채택되면서 3년 만에 회사가 엄청 커졌다. 


Q.80%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20%를 디테일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 20% 창의가 경쟁력을 만드는 요소인가?
A_ 요즘 디자인 학과들이 많다. 많은 친구들이 디자인 전공을 하고 있는데, 사실 ‘디자인이 뭔지는 알고 있나?’ 이런 질문을 신입 직원들에게 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을 들이댄다.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인가?’ 묻는 질문 하나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만약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팔로우하든지 뭔가 자기만의 캐릭터가 생긴다.

  

디자인은 무엇보다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괜찮구나.’ 싶어져야 실생활과 결부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창의라는 것도 뭘 알아야 만들어진다. 아무 바탕이 없는 것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80% 기본은 되어야 한다. 그 기본 축대 위에 20% 창의도 나온다. 생각 외로 경험이 적은 친구들이 디자인을 하겠다고 덤빈다.

 

80%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단 20%가 달라야 한다. 하지만 20%라는 것은 오감 디자인을 감각적으로 느껴야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디자인 개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하는 공간에 디자인을 추가하여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우리 삶의 생산성은 향상된다. 그런 디자인이 가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20% 상위 버전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그러한 비전을 가지고 가야 된다. 내가 이런 디자인 개념의 초창기를 끌고가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Q.스스로를 7전8기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다른 도전을 위해 건설 회사를 인수 했다고 들었다. 도전을 어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A_ 지금껏 흐름에 따라서 도전을 해왔다. 그것이 행운일지 불행일지는 모른다. 끊임없이 나에게 오는 것들을 기회로 받아들일 뿐이다. 무서워하지 않고, 해보는 스타일이다. 남성적인 경향이 많다. 해보고 잘 안 되면 포기하고 다시 길을 간다. 망설임이 너무 짧다. 단점이자 장점이라서 손해도 많다.

 

투자 같은 것은 실패도 많았다. 남들은 분석하고 고민하다 6개월, 1년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단점은 뭐예요? 장점은 뭔가? 어느 정도면 승부가 날까요? 6개월? 1년? 좋아요. 그러면 한번 해봅시다.” 이런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재작년에 다른 도전을 위해 건설 회사 하나를 인수했다. 건설이라는 것은 또 다른 분야였다. 건설인프라와 인테리어 인프라는 너무 달랐다. 건설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우쳤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배워가며 채울 것이다. 지금껏 나는 도전을 좋아해 부딪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의였다. 시도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많은 도전 속에서 실패도 해봤고, 성공도 해봤다. 성공하려고 성공으로 달려간 것도 아니었고, 실패하려고 실패로 달려간 것도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어려워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냈을 때 주변 반응들은 “멋지다. 잘됐다. 깨끗하다”는 단어로 표현되었다. 이때 느껴지는 희열감으로 난 행복해진다. 너무나 많이 행복해진다.

 

Q.경영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늘, 꾸준히 나가는데, 현재 계획이 있다면?

A_ 지금 다시, 비전을 세워본다. 우리 회사는 1년 공사를 많이 맡지 않는다. 회사 매출을 키우기 보다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맡도록 노력한다. 매출이 몇십 억이다 몇백 억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직원 수도 10~15명 이상 늘리지 않고 있다. 예전에 30~40명을 운영을 해봤기 때문에,그 안에서는 일을 하는 직원도 있었고, 안 하는 직원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 작업에서 완성도는 결국 내가 직접 관여하거나 체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80%는 비슷하지만 완성도 20%에서 결판이 난다. 즉, 80%는 직원들이 해줄 수 있지만 20% 완성도는 내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손대지 않으면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그 20%를 위해서 늘 배우고자 노력한다. 아직도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넘쳐나고,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내가 핸들링이 안 되는 일을 해서는 절대 좋은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배워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공간 속에 가구와 관련한 동선과 디자인과 가구의 매칭, 디자인과 소품의 매칭까지 조금 더 심플하고 편리하며 일체화된 공간에 대한 방향으로 더 연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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