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세정가의 전직 국세맨 그들은 누구인가
- 수십 성상 국세행정에 봉직한 세정 숙련공
지금은 납세자 권익 대변자로 변신했지만
현직 후배들의 직무상 소양능력 늘 걱정
그들의 세정기법 전수할 채널 부재 아쉬워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4-06-03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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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직 국세공무원들과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가 종종 있다. 적잖은 세월, 세정가(稅政街) 지근거리에서 얼굴 맞대고 살아왔기에 죽마고우와도 같은 분들이다. 그 분들을 만나면 대화에 연륜이 묻어나서 좋고 현실을 진단하는 혜안이 있어서 더더욱 좋다. 그러기에 나에게는 소중한 취재원이기도 하다.
만나면 자연스레 화제의 중심이 과거지사로 돌아가지만 그 대화 속에는 쉽게 흘려버려서는 아니 될 금과옥조가 있다. 시대적 상황에 세정이 굴절되는 아픔 속에서도 나름의 선(線)을 지켰던 일들, 한창 나이에 세정현장에서 마음껏 기개를 펼쳤던 경험담들은 결코 일과성 무용담이 아니다. 담론 속에는 세무행정을 왜 ‘기술행정’이라 부르는지 분명한 답이 스며있다. 수십여 성상(星霜), 국세공무원으로 봉직한 그분들이야 말로 세정의 숙련공(熟練工)이자 세정기술자인 셈이다.
현재 그 분들은 대형 로펌 또는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지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국세행정에 대한 애정만은 변함이 없다. 혹자들은 국세청 최고위직에 머물다가 180도로 입장이 바뀐 외형적 변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너무나 속 모르고 하는 얘기다. 비록 지금은 고객(기업)의 중량감 있는 세무조력자로 직분이 바뀌었지만 기업 일방만을 고려한 얄팍한 세무전략 자문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다. 그 보다는 기업이 합리적인 납세의사 결정을 하도록 권유하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현 국세공무원들의 직무상 소양능력을 외려 걱정한다. 이는 대형로펌 등지에서 몸담고 있는 국세청 출신들의 공통된 우려이기도 한다. 이들의 가슴 속에는 국세행정 발전을 위한 염원과 현직 후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어우러져 있다. 필자는 이런 생각에서 국세동우회와 국세당국자 간의 정책간담 정례화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국세동우회는 전직 국세공무원들의 친목단체로 회원 대부분이 현업 세무사들이다. 그들은 오랜 기간 세무의 이론과 실제를 경험한 세정 숙련공이다. 지금은 세정현장 최 일선에서 납세자와 접촉하며, 세심(稅心)을 체감한다. 그러기에 국세행정 책임자들이라면 그들을 통한 세정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우릴 법도 한데, 그 소중한 자산들을 그리 달갑게 여기질 않는 것 같다. 작금의 사회분위기 때문인지 이들을 자신들의 선배요, 세정전문가로 인식하기보다는 한낱 ‘사업자’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그들은 단순 사업자가 아닌, 납세자들의 납세계도에 책임이 부여된 준 공적(準公的) 신분인 조세전문가들이다. 국세당국과 납세자간의 가교역(架橋役)이라 칭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기에 세정발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들에겐 교과서에도 없는 세정 노하우가 스며있다. 작금의 국세행정운영은 전산에 대폭 의존하지만, 경험에 의한 세정엔 지혜가 따른다. 가슴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세정현안을 논의 할 수 있는 이만한 상대들이 또 있을까. 천금을 주고도 못 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분들이다.
최근 국세당국과 국세동우회, 그리고 한국세무사회간의 일련의 기류변화를 지켜보면서 세정의 밝은 미래를 새삼 기대해 본다. ‘가깝고도 멀었던 관계’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음이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세당국과 세무대리인과의 소통채널 구축에 국세동우회가 적극 나서주기를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작금의 세정환경은 참으로 복잡다기해 세무대리인 없는 세정운영은 생각지 못할 시대가 된지 오래다. 납세자들은 대체로 세무대리인의 조언에 의해 자신들의 납세의사를 결정한다, 세정의 일정부분을 이들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필요론도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다. 세무사업계를 사시의 눈으로 내다보는 국세당국 역시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맑고 밝은 세정풍토가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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