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지킴이, 자녀 경제교육부터 시작된다
- 노후 재산관리 문제는 자녀와의 관계 설정과 직결된 문제
-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6-11-02 15:29:10
지금 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인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세대로서 힘든 시기를 지내왔고, 1차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세대는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이 부모 세대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생의 목표였던 세대였다. 그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자식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거였다. 한정된 자원으로 자식교육을 시켜야 했으니 모든 자원을 큰아들에게 집중시켰고, 그래서 어지간한 집안이 아니고는 딸들은 초등학교만 나온 것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다. 경제는 급성장하여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보답받는 때였기에 당연히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했다. 늘어난 부를 아낌없이 자녀에게 쏟아 부었고, 이제 딸에게도 고등교육을 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또한 경제와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자식에 투여했던 인 에 대한 아웃풋이 종전과 다르게 나타났으니, 이는 베이비 붐 세대의 부모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결혼한 자녀를 그대로 안고 살아야 하는 소위 캥거루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재산은 급속도로 없어지게 됐다.
자녀 경제교육은 일찍 시작해야
젊은 세대와 달리 노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입이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므로 이제 보유한 재산을 어떻게하면 잘 유지, 관리,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노후의 재산 관리 문제는 자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녀에 대한 평소의 교육이 중요하다. 여기서 교육이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 을 기르고,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지 도하는 것을 말한다.
평소 이런 경제 교육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본인의 노후를 원만하게 보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너희가 대학을 졸업하면 더 이상 부모의 지원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지원 할 수 있는 선은 여기까지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자식들이 확실하게 인식하게끔 여러 차례에 걸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틈날 때마다 이런 교육을 시켜야 자식들도 그것을 부모 지원의 한계로 인식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냉정해 보이지만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특히 이 교육은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모의 그런 계획을 전혀 말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때까 지 물 퍼주듯이 지원하다 대학에 들어간 다음 갑자기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하면 아무런 효과를 기대 할 수 없다. 자녀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줄 타이밍을 놓친 것은 물론 자녀들이 이에 대해 대처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탤런트 김응수 씨는 딸아이에게 “대학에 입학하면 더 이상 경제적 지원은 없다”고 평소 교육을 시켜 왔다. 대학에 들어가면 경제적 지원이 끊긴다고 생각한 딸아이로서는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금이라도 받아야 할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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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했을 때인데도 학교에 다 니고 있어 어떤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버지의 사업 이 부도가 나서 어쩔 수 없이 휴학했다가 이제 복학했다”고 했다. 필자가 강의 시간에 지나가듯 경제에 관해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게 있어 졸업하기 전까지 3,000만 원 정도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필자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필자로서는 이런 학생이 더 고맙다.
마지노선을 사전에 결정해두는 것이 불필요한 지원 줄여
설령 노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역시 자녀를 위해서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 부천시청에서 환경 조성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딸이 몇년 전 결혼을 했다.
딸의 시댁은 월세 4000만 원을 받을 정도로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유지인데, 30대 중반인 사위는 지금 생산은 물론 중 고 거래도 잘 안되는 구형 코란도를 타고 다닌다. 하루는 장인이 사위더러 차를 바꾸는게 어떻겠느 냐고 물었더니, 사위의 대답은 간단 명쾌하다. “제 경제력으로 딱 맞는 차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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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 부천대 교수 (교양학부) |
그 사위가 부모로부터 어떤 경제 교육을 받았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어떤 계기가 됐든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지원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느 선까지 지원해 줄 것인지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필요하면 나중에 더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원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사전에 결정해두는 것이 불필요한 지원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이다. 이런 기준 없이 자식들이 원할 때마다 지원해주는 일은 위험하다.
<글/ 조영석 부천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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