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이대로 좋은가
- 초기엔 대통령 참석 납세자긍심 고취, 이젠 겉치레 행사에 格調-관심 반감
관례적 행사 언제까지 지속할 건가 ‘어제 같은 내일’ 반복은 국가적 낭비…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3-05 16: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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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우리는 아주 특별한 ’날‘까지 만들어 주면서 떠들썩하게 납세자들을 모시고 있다. 납세자의 날‘을 제정해 성실 고액납세자에 대해서는 훈.포장 등 푸짐한 상도 내려 준다. 최소한 ’납세자의 날‘ 만큼은 그렇다. 그리고 그 날이 지나면 잔잔한 여흥의 흔적도 찾을 수 없이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런 감동이나 여운을 남기지 못한 채 ‘어제와 같은 오늘’로 끝이 난다. 특히 올 ‘납세자의 날은 어수선한 탄핵정국으로 마지못해 치러지는 행사란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의 납세자의 날은 원래가 ’세금의 날‘로 출발 했다. 그러니까 국세청 개청 다음해인 1967년, 국민의 성실납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건전한 납세의식 고양을 위해 매년 3월 3일을 ’세금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그러다가 1973년 세금의 날과 ’관세의 날‘을 일원화하여 ’조세의 날‘로 이름을 바꾸더니 2000년 들어서 부터 다시 납세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제정 초기 세금의 날 행사는 그 규모나 분위기 면에서 가히 납세국민의 잔칫날다웠다. 우선은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은 물론 수상자의 자긍심 또한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아마도 4회 때 까지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함으로써 납세자라면 누구나가 그 수상대열에 끼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국무총리 참석으로 그 격이 떨어지더니 어느 해에는 국세청장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기념식을 끝낸 적도 있다. 결코 납세자의 날을 화려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소한 납세자의 날 제정의 뜻을 살리면서 이에 걸 맞는 행사가 됐으면 싶은데 해를 거듭할수록 이날의 행사는 왜소해지고 있다.
국민의 납세의식 고취차원에서 정부가 앞장서 이날의 분위기를 한껏 띄울 만도 한데 너무나 관행적 행사로 끝내고 있다. 납세국민들이 느낄만한 어떤 감동이나 여운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하루만의‘ 깜짝 연례행사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 반세기를 넘긴 납세자의 날이라면 연륜도 쌓일 대로 쌓인 것 같은데 세정가나 납세권(納稅圈) 모두의 감회는 되레 예전만 못하다.
물론 ’납세자의 날‘ 의미가 외적인 행사 규모로 대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날이 국민의 납세의식을 고양하고 신성한 납세의무에 대한 보답 성격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보다 격조(格調)있는 장(場)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고액납세자가 곧 성실납세자라는 지금의 등식도 한번쯤 재고되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서툰 장부로나마 그날그날의 수입금액을 깨알같이 메모해 알뜰살뜰 세금을 내는 동네 세탁소 주인아주머니도 성실납세 대열에 동승하는 그런 세상(稅上?)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 한국납세자연합회는 ’납세자의 날‘ 행사에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는 이색적(?)인 성명서를 낸바 있다. 납세자연합회는 이 성명서를 통해 역대 대통령들은 서울대학교 졸업식에는 참석을 하면서도 납세의무와 관련해서는 그렇지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납세자의 날’ 하루만이라도 납세국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대통령이 행사장에 꼭 참석해줄 것을 간곡히 요망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은 매년 납세국민 앞에 직접 나서 감사의 표시를 할만도 하다. 나라살림을 위해 성실하게 세금 내 준 납세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서도 그렇고 납세국민들의 성실납세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납세자의 날 기념식만큼은 여느 연례행사와는 달리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그런 분위기를 연출해 가야 한다.
이와 관련, 필자는 늘 이제껏 내려오던 ‘조세의 날’ 명칭을 ‘납세자의 날’로 바꾼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조세’라는 신성한 주체가 ‘납세자의 날’이라는 일반적 행사(?)개념에 자꾸만 묻혀가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납세자의 잔칫날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조세’라는 주체를 놓고 정부와 납세국민 모두가 한번쯤 생각을 해보는 그런 ‘날’이 돼야한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의 납세의식 제고라는 미래의 세원배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납세국민은 그들대로 세금이 공동사회의 공동비용이라는 평범한 이치를 되새기는 그런 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덧 반세기를 넘어선 납세자의 날, 이대로 좋은가.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볼 시점 이 아닌가 한다. 내년 납세자의 날도 ‘어제 같은 내일’이 반복 된다면 이건 분명 겉치례 행사요 국가적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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